누구나 예측이 가능한 결과였다. 여론조사 설문문항부터 공천을 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유도하는 문구로 시작한 이 여론조사는 야바위에 가까운 여론조사에 불과 했다. 이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자 안철수는 공천 수락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번에도 뻔뻔했다. 대표 직 사퇴는 고사하고 계속해서 대표 직에 눌러앉아 있겠다는 대국민선언에 다름이 없었던 자기합리화를 시키는 내용들로만 빼곡 채웠다. 이로서 안철수가 감독하고, 안철수가 주연한 희대의 코메디 극의 일막 일장은 이렇게 막이 내렸다.

그동안 안철수는 국민들을 너무나도 피곤하게 만든 장본인이었다. 지난 두 달 동안, 국민은 기초공천폐지라는 안철수의 노이즈마케팅 소음에 너무나도 시달려 왔다. 이것은 매우 소모적인 정치적 공해였다. 수많은 국민들이 지적한 사항이기도 했지만, 역시 안철수는 처음부터 정치와는 거리가 먼 인물이었다. 그는 정치가 적성에 맞지도 않았고, 정치를 할 인물도 아니었으며, 사람과 잘 어울리는 친화적인 인물도 아니었으므로 정치권에 들어와선 안 될 인물이 틀림없었다. 대인 기피증이 농후한 것으로 보이는 안철수는 태생적으로 나홀로 기거하는 공간에서 대인접촉을 삼간 채, 밀폐된 공간에서 홀로 고독을 즐기며 무엇인가 연구에나 몰두 할 그렇고 그런 인물이었음이 지난 두 달간의 행간에서 유감없이 보여주었기 때문이었다.

정치를 하지 말아야 할 사람이 정치를 하게 되면 정치권은 온통 공해로 물들게 마련이다. 그동안 안철수는 국민에게 너무나도 해로운 정치적 공해를 많이 내뿜고 다녔다. 혹자는 안철수가 국민에게 끼친 정치적 해악은 정치 허무주의를 넘어 정치 냉소주의를 만들었다고까지 혹평을 가하고 있다. 기초공천폐지가 결코 새 정치의 어젠다가 될 수 없는 화두인데도 오로지 안철수 혼자만 나홀로 독창(獨唱)을 하면서 국민에게 끼쳤던 난맥상은 그가 결코 정치를 해선 안 될 매우 위험한 인물임을 절실하게 깨닫게 해 주기에 충분했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당원들과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국민은 국민이 아니라는 전제아래 진행된 반쪽짜리 여론조사에서 기초공천유지로 결정한 새민련은 이제 누가 뭐라고 한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새정치라는 구호를 사용할 영업권을 잃었다는 것이며, 그동안 안철수가 미세먼지만 잔뜩 일으켜 놓고 결국 돌아간 곳은 도로 민주당의 품안이었다는 것이다. 그 피해자는 두 말할 필요 없이 첫 번째 피해자는 국민이었고, 그 다음 피해자는 안철수가 새로운 정당을 창당하겠다는 꾐에 빠져 안철수의 신기루만 보고 무심코 따라 다녔던 추종세력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은 기초공천폐지 논란으로 인해 뒷전으로 밀려난 민생문제였다.

안철수가 신당을 만든다고 노이즈마케팅을 펼칠 때부터 끌어들였던 안철수의 추종세력은 민주당을 탈당했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들은 당초 기초공천 폐지만이 살 길이라고 여겼던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안철수가 신당을 만들겠다고 하자 안철수 주위로 몰려들었던 것이다. 이제 새민련이 도로 민주당으로 회귀한 지금, 이들은 구민주계로부터 배신자, 탈당자 소리를 들었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던 만큼 이제 이들은 구민주계들로부터 보복과 박해를 당할 순간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런 현상은 새민련의 텃밭인 호남지역에서부터 숱하게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호남지역에서 갈 길이 막막하게 되어버린 안철수 측 세력들의 무소속 출마사태가 봇물을 이룰 개연성도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는 안철수가 반쪽 국민과 당원에게 책임을 돌리며 자신의 주장을 번복하는 길을 선택함으로써 처음부터 안철수를 따라 나섰던 추종세력에겐 기만과 배신만을 안겨준 결과가 되고 말았다. 그러나 안철수는 이들에게 그 어떤 사과나 유감표시도 하지 않는 비정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우리나라에는 15개가 넘는 정당이 있지만 기초공천폐지를 주장한 정당은 새민련이 유일했다. 새누리당은 공식적으로 사과를 하며 공천유지로 방향을 잡았고, 다른 야당인 정의당, 그리고 심지어 통진당과 기타 군소정당 중에서 어느 정당에서도 기초공천을 폐지하자고 주장한 정당은 없었다. 새민련 내에서도 공천찬성론자가 많았지만 유독 안철수만이 공천폐지를 주장해 왔다. 그리고 결국 이상한 여론조사라는 여과기를 통해 공천유지로 방향을 바꾸고 말았다.

안철수는 여론조사 결과를 수락하는 기자회견에서도 후안무치한 작태를 여지없이 보여주었다. 기자회견 내내 안철수는 시종일관 자기변명과 자기합리화에만 치중했고 자신에게 돌아올 화살의 방향을 박 대통령에게 돌리기도 했다. 그리고 안철수는 많은 평론가들이 예상했던 대표 직 사퇴를 거둬들이고 자신이 살아남는 길을 선택함으로서 매우 추(醜)한 모습도 동시에 보여 주었다. 살아 있으되 산 모습이 아니라면 그것은 이미 사라진 목숨이나 다를 바가 없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Go Home' 하는 길 외엔 다른 방도가 없을 것이다. 시기는 6.4 지방선거가 끝나면 알게 될 것이다. 지금 안철수의 정치생명이 바로 이런 모습이다.

글 : 장자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