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초 정비사업 실무협의기구 제도화 추진

남양주시가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장기화로 발생하는 주민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비구역 지정부터 준공까지 행정절차를 하나로 연결하는 ‘남양주형 주택 정비 일사천리’를 본격 추진한다. 노후주택이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사업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기존 주민의 재정착과 안전·투명성을 얼마나 확보할지가 정책의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남양주시는 5일 민선 9기 주택정책의 하나로 ‘정비 일사천리’ 지원체계를 마련해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의 행정절차를 단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비사업은 정비구역 지정과 조합 설립, 각종 심의와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 철거와 착공 등을 거쳐야 하는 장기 사업이다. 남양주시는 정비구역 지정부터 준공까지 평균 15년 이상이 걸리는 현실을 고려해 주민 제안 단계에서 준공까지 각 부서에 나뉜 행정절차를 연계하고 사업 단계별 지연 요인을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정비사업의 필요성은 전국 주택 노후화에서도 확인된다. 국가데이터처의 2024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전국 주택 1987만3000호 가운데 20년 이상 된 주택은 1090만8000호로 54.9%를 차지했다. 30년 이상 된 주택도 557만4000호로 전체의 28.0%에 달했다. 경기도는 전체 주택 가운데 20년 이상 주택 비율이 45.7%, 30년 이상은 17.9%로 집계됐다.
남양주시의 주택 규모도 지속적인 정비 수요와 연결된다. 시 기본통계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지역 내 주택은 26만6326호, 일반가구는 28만404가구로 주택보급률은 95.0%다. 인구는 74만1735명으로 집계됐다. 기존 주택의 질을 개선하는 정비사업과 신규 주택 공급을 함께 관리해야 하는 도시 구조인 셈이다.
‘정비 일사천리’는 계획 단계부터 심의와 인·허가, 철거·준공까지 행정지원을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시는 우선 도시지역을 19개 주거생활권으로 구분한 계획을 토대로 정비 가능지역을 확대하고, 요건을 갖춘 지역은 주민 제안을 통해 지역 여건에 맞는 정비사업을 추진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가장 큰 변화는 심의 절차다. 기존에는 건축과 경관, 교통, 재해영향, 도시계획 등 관련 심의가 각각 진행되면서 시가 파악한 처리기간이 18개월 이상 걸리는 사례가 있었다. 남양주시는 통합심의위원회를 활용해 이를 한 번에 검토하고 전체 심의기간을 약 6개월 수준으로 줄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정비사업 통합심의는 현행 법률에도 근거가 마련돼 있다. 2026년 7월 시행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사업시행계획인가 과정에서 건축·경관·교육환경·도시계획·교통영향평가 등 둘 이상의 심의가 필요할 경우 통합해 검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해영향과 환경영향평가 등도 통합심의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정부 역시 노후 주거지의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정비사업 절차 단축을 주요 정책으로 추진해 왔다. 국토교통부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속도를 높이기 위한 패스트트랙과 사업 요건 개선, 공사비 갈등 완화 등을 도심 주택공급 정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남양주시는 부서별 협의 과정에서 의견이 달라 사업이 멈추는 문제도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부시장을 총괄로 하는 정비사업 실무협의기구를 운영해 주요 쟁점을 한 자리에서 조정하고, 이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관련 조례 개정 절차도 진행하고 있다.
조합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전자동의서도 도입한다. 정비사업 과정에서 조합 설립이나 각종 의사결정을 위해 필요한 동의 절차를 전자 방식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지침을 마련하고 조합 임원 교육도 실시할 계획이다.
철거 단계에서는 해체공사 통합감리 기준을 마련한다. 대규모 노후 건축물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붕괴와 비산먼지, 인접 건축물 피해 등을 관리하고 정비사업 속도 단축이 안전관리 약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한다는 취지다.
사업 기간 단축은 주민 부담과 직접 연결된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지연될수록 조합 운영비와 금융비용이 늘어날 수 있고, 자재·인건비 상승에 따른 공사비 변동 가능성도 커진다. 사업 진행 여부가 장기간 불확실해지면 노후주택 수리와 매매, 이주 계획 등 주민의 일상적인 주거 결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면 정비사업 속도만을 우선할 경우 세입자 보호와 이주대책, 공공기여, 기반시설 확충 등 주민 생활과 관련된 검토가 충분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특히 원주민 재정착을 목표로 한다면 공급 세대수뿐 아니라 분담금 변화와 재정착률, 임대주택 확보 등을 함께 관리할 필요가 있다.
현재 남양주시에서 추진 중인 정비사업이 모두 완료될 경우 시가 예상하는 공급 규모는 총 2만6971세대다. 2024년 말 기준 남양주시 전체 주택 수가 26만6326호인 점을 고려하면 지역 주택시장에서도 적지 않은 규모다. 다만 실제 공급 시기는 각 사업장의 사업성, 주민 동의, 공사비와 부동산시장 상황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최현덕 남양주시장은 “‘정비 일사천리’는 계획부터 준공까지 정비사업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연결하고 사업 현안을 신속히 해결하기 위한 남양주형 행정지원 체계”라며 “노후 주거환경 개선과 주택 공급 확대는 물론 원주민의 안정적인 재정착을 지원해 신도시와 원도심이 균형 있게 발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남양주시가 추진하는 정비 일사천리의 성과는 계획한 2만6971세대의 공급 규모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실제 통합심의 처리기간이 기존보다 얼마나 줄었는지, 사업비와 주민 분담금 부담이 어떻게 변했는지, 원주민 재정착과 안전관리가 함께 이뤄졌는지를 지속적으로 공개해야 정책 효과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전국 주택의 절반 이상이 이미 20년을 넘긴 상황에서 정비사업 신속화는 여러 도시가 공통으로 마주한 과제다. 남양주의 실험 역시 행정절차를 빠르게 처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노후 원도심의 주거환경과 주민 부담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느냐가 ‘일사천리’의 실질적인 평가 기준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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