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권노갑에 당한 아마추어 안철수
스크롤 이동 상태바
프로 권노갑에 당한 아마추어 안철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초공천을 한다는 것 안철수를 부정하는 공인인증서

 
공중파에서 방송하는 ‘동물의 왕국’이라는 프로를 가장 많이 시청하는 계층은 놀랍게도 50대 이상의 장년층이라고 한다. 동물의 왕국을 보면 사자는 언제나 백수의 제왕이다. 하지만 백수의 제왕 사자도 피하는 무리가 있다. 바로 하이에나 떼들이다. 사자가 힘들게 겨우 잡은 먹이를 먹고 있을 때면, 피 냄새를 맡은 하이에나들은 어김없이 떼를 지어 몰려온다. 1대 1의 싸움에서는 하이에나는 사자의 상대가 결코 될 수가 없다. 하지만 하이에나들이 떼를 지어 나타나면 백수의 제왕이라는 사자라도 별수 없이 물러나 버린다.

사자가 물러나는 이유는 하이에나들이 악착같이 달려드는 끈기와 집요함에 질려버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안철수는 2월초부터 민주당과 합당을 하기 위해 김한길과 비밀 접촉을 가졌다. 물론 낮에는 100년 가는 정당을 만든다고 나팔을 불고 다녔을 때였으니 주로 야심한 밤에 만났을 것이다. 이즈음 모처에서 안철수를 만나겠다는 사람이 또 있었다. 바로 DJ의 오랜 가신(家臣)이자 동교동계의 좌장 이었던 84세의 권노갑이었다. 지난 2월13일 저녁, 드디어 안철수와 권노갑의 도킹이 이루어지게 된다. 자신이 스스로 호랑이라고 자처했던 안철수가 하이에나들이 득실거리고 있는 소굴로 들어가는 순간이었다.

권노갑은 안철수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좋게 말해 설득이었지만 사실은 회유였을 것이다. “지방선거에서 민주당과 신당으로 나뉘어 가면 여당만 유리해 진다”며, 미국 대통령을 지낸 아이젠하워와 레이건의 사례를 들었다. 권노갑은 “아이젠하워도 레이건도 기존 정당인 공화당에 들어왔다. 2차 세계대전 때 연합군 총사령관을 맡았던 아이젠하워는 미국 공화당에 들어가 대선 후보가 됐고, 민주당원이었던 레이건 역시 공화당에 들어와 캘리포니아 주지사로 승부를 보며 대통령이 됐다. 미국도 인물을 끌어들여 정권을 잡지 않는가. 민주당과 합쳐야 안 의원에게 길이 있다.”고 말했다.

가만히 듣고만 있던 안철수는 만감이 교차하여 즉답을 할 수가 없었다. 권노갑을 만난 이후에도 안철수는 김한길과의 밀담은 계속 진행시켰다. 뜸을 들이고 있던 안철수는 마침내 지난 2일 김한길과 통합을 하기로 전격 결정을 하게 된다. 역시 그날, 안철수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알렸다. 전화의 상대는 권노갑이었다. 그리고 “ 고문님 말씀대로 결단을 내렸습니다”고 보고인지, 통고인지 모르지만 어쨌건 알렸다.

권노갑은 50여년을 정치판에서 온갖 풍상을 겪은 구태정치인이다. 84세의 정치인이라면 그야말로 노회(爐灰)한 정치인 반열에 들어선 노련미와 교활함을 동시에 지닌 술수의 달인 급으로 봐도 무방할 연령이다. 안철수가 측근 참모들에게조차 비밀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바로 권노갑이라는 이름이 사전에 알려져선 결코 안 된다고 여겼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김성식이 안철수 곁을 홀연히 떠난 이유도 권노갑의 설득과 회유가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나마 알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안철수가 새정치연합의 강령에서 10.4 선언과 6.15 선언을 삭제하려고 했다가 하루 만에 번복한 이유도 전날 저녁에 있었던 민주당 상임고문들과의 만찬에서 권노갑의 “NO”가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안철수가 권노갑을 자신의 정치적 멘토 역할을 해주기로 서로 간에 밀약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권노갑의 제안을 수락한 순간부터, 어쩌면 안철수는 권노갑이 쳐둔 가두리 양식장에 꼼짝없이 갇혀버리는 형세가 되고 말았다. 그렇다면 안철수는 지금 외통수에 걸린 형세에 처해있다고 봐야한다.

김한길과 안철수가 합당을 선언할 때만해도,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에는 약간의 시너지 효과가 있긴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새정치연합의 지지율은 하락추세에 돌입하고 있다. 지지율 하락의 근본 원인의 모든 것이 안철수의 갈지자 행보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이는 친노들에게 반격의 기회를 주게 되는 좋은 소재가 되기도 한다. 특히 국민의 눈에 비친 안철수는 호랑이를 잡겠다고 뛰어 들어간 안철수가 아니라, 진짜 호랑이들이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한순간에 요리감이 될 수가 있는 좋은 먹이 감으로 처지가 뒤바뀌었다는 것을 국민들은 바로 보고 있었지만 안철수만 모르고 있었다. 이것이 지지율이 하락하는 요인이 되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한 분석일 것이다.

안철수 시너지 효과가 사라지자 그동안 숨죽이고 있었던 친노들이 꿈틀거리기 시작하는 조짐도 보이기 시작했다. 기초공천을 해야 한다고 서서히 들고 나오는 것이 그런 정황이다. 기초공천을 한다는 것은 기초공천폐지를 주장했던 안철수를 부정하는 공인인증서와 같다. 앞으로 공천을 하자고 주장하는 소리가 들불처럼 퍼져나갈 것으로 보여 진다. 특히 노련한 구민주계와 강경 친노들이 한 목소리를 내는 상황이 오면 이들은 하이에나 떼들보다 더 집요한 끈기와 저돌성을 보여줄 것이다. 이것이 안철수를 가두리 양식장으로 끌어들여 민주당과 합당하게 만든 권노갑의 노련한 한 수(手)였을 것이다.

친노들과 구 민주계가 기초공천제도 유지하자고 하이에나 떼처럼 몰려오게 되면 김한길이나 심약한 안철수가 아무리 사자인척 흉내를 내도 두 손을 들 수밖에 없을 것이고 권노갑의 안철수 유인책은 그야말로 만루 홈런감이 되고도 남을 것이다. 김한길과 안철수가 민주당 내의 하이에나들의 집요한 공격에 굴복하여 기초공천유지로 방향을 틀게 된다면, 안철수를 오묘한 술수로 가두리에 잡아넣어 제3당 출현을 막은 권노갑의 노련한 술수가 일등 공신으로 인정받게 될 것이고, 반면 “아차 당했구나” 하고 땅을 칠 무렵에는 안철수는 이미 낙동강 오리알이 되어 강물 따라 정처 없이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그때서야 깨닫게 될 것이다. 50년 정치경력의 권노갑과 이제 겨우 2년을 넘긴 아마추어 안철수는 처음부터 상대가 될래야 될 수가 없었다. 따라서 새정치연합이 기초공천제도 유지로 방향을 전환하게 되는 순간, 이것이 아마추어와 프로의 확연한 차이였다는 것이 증명이 되고도 남을 것이다.

글 : 장자방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메인페이지가 로드 됐습니다.
가장많이본 기사
뉴타TV 포토뉴스
연재코너  
오피니언  
지역뉴스
공지사항
동영상뉴스
손상윤의 나사랑과 정의를···
  • 서울특별시 노원구 동일로174길 7, 101호(서울시 노원구 공릉동 617-18 천호빌딩 101호)
  • 대표전화 : 02-978-4001
  • 팩스 : 02-978-830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종민
  • 법인명 : 주식회사 뉴스타운
  • 제호 : 뉴스타운
  • 정기간행물 · 등록번호 : 서울 아 00010 호
  • 등록일 : 2005-08-08(창간일:2000-01-10)
  • 발행일 : 2000-01-10
  • 발행인/편집인 : 손윤희
  • 뉴스타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타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towncop@gmail.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