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가 국회 정론관에서 신당 창당 선언을 하면서 "정치는 정의이고 정의는 공정이다. 공정은 기회의 평등과 함께 가능성의 평등을 담보하면서 복지국가의 건설을 지탱해주는 중심가치" 라며 "복지는 해석과 방법 논쟁으로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 보편과 선별의 전략적 조합을 통해 지속적으로 실현해 나가야 한다" 라고 말했다. 안철수는 또한 강력한 군사력과 문화의 힘도 강조했다.
강력한 군사력에 의한 대북 억지력 향상과 문화융성, 그리고 균형 잡힌 복지와 국민통합은 박근혜 대통령이 추진하는 키워드이자 국정철학에 담긴 내용이다. 좋은 것이라면 남의 것도 벤치마킹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만 정치인이라면 이런 정도의 발언은 누구나 할 수가 있다. 문제는 강력한 지도력과 실행력이 없으면 아무리 좋은 미사여구를 나열해도 공염불에 그치고 만다는 것이다.
안철수가 신당을 창당하게끔 동기를 유발시킨 것은 민주당이었다. 민주당은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이래 각종 여론조사에서 항상 20%대에서 맴돌고 있었다. 자다가도 민주당이라는 소리만 들어도 벌떡 일어나는 골수 민주당 지지세력 말고는 좀처럼 외연확장이 되지 않는 지독한 고착 상태가 지속적으로 유지되어 온 것이 안철수로 하여금 신당 창당에 대한 동력을 부여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안철수가 사실상의 신당창단 선언을 하였지만 그 내용은 교과서에서 나와 있는 좋은 말만 취사선택하여 짜깁기한 대학생 강론에 불과한 원론적인 내용이었다. 그런데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신당이 민주당 보다 높게 나오는 것은 안철수 개인에 대한 기대치보다는 '현재의 정당이 싫어서 안철수 신당을 지지할 수밖에 없다' 라는 여론이 안철수 개인에 대한 선호도보다 적어도 4배 이상이나 높게 나오고 있는 것도 민주당이 제공한 빌미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
정치인이 신당을 창당하는 것은 정치인 개인의 지유영역에 속하므로 지탄이나 비난까지는 하고 싶지가 않다. 다만 안철수의 기자회견 내용에는 미묘한 시국상황에 대한 지적은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당을 창당한다는 사람이 시국진단에 대한 대응적 논리가 없으니 참으로 묘하게 보여 진다. 하지만 어차피 안철수가 추진하는 정당은 야당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제1야당 민주당과는 무엇이 차별화되는 정당인지를 분명히 밝혔어야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무엇이 정당의 기능을 상실할 지경에 이르렀고, 민주당의 어떤 정치행위가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대안정당이 필요했으며, 그 자리에 자신이 나설 수밖에 없다는 정당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직도 누군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기회주의적인 처신이라고 지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안철수는 강력한 군사력의 확보를 강조하면서도 이념 논쟁의 예봉은 피해갔다. 안철수는 자신이 추구하는 정당의 목적에서 국가의 정체성을 어떻게 확립하겠다는 예상픽쳐도 보여주지 않았다. 또한 현재 정치권에서 치열하게 대립중인 이념대결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지도 않았다. 이석기 사건과 박창신의 발언으로 온 나라가 들썩이는데도 이에 대한 자신의 견해마저도 밝히지 않았다. 따라서 안철수의 정체성은 여전히 오리무중으로 보인다.
아시다시피 안철수는 현직 국회의원이다. 지금 국회는 정기회기중에 있다. 안철수는 오늘 기자회견에서 민생과 생활정치를 지향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안철수는 정부에서 입법화 해 달라고 국회에 제출한 각종 민생법안과 경제활성화 법안의 통과에 발목을 잡고 있는 민주당을 향해서는 민생과 생활정치로 돌아오라고 따끔한 질책을 가하여 안철수가 지향하는 신당은 이래서 민주당과 다른 것이라고 당장 차별화를 보여 주었다면 신당에 대한 기대치는 한층 더 높았을 것이다. 하지만 안철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안철수는 122개의 민생관련 법안이 민주당에 의해 발목이 잡혀있다는 것을 뻔히 알고 있는 현직 국회의원으로서 이 부분을 외면했다는 것은 안철수의 신당이 추구한다는 민생정치와 생활정치도 어쩌면 선문답으로 끝날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전조를 예감하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본다. 국민들은 일 년 내내 끌고 온 정쟁에는 이제 지긋지긋하다 못해 염증마저 느끼고 있다. 민주당이 제1야당의 구실을 못한다면 대체정당의 출현은 불가피하게 생겨나게 마련이다. 어쨌거나 그 자리를 안철수가 꽤 차고 나선 셈이다.
어차피 민주당의 친노계는 다음 총선을 거치지 않고서는 정리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 당면 현실이다. 안철수가 아무리 아마추어라고 해도 지금 민주당 내에는 어떤 힘의 역학관계가 성립되고 있는지 정도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안철수 신당은 내년 지자체 선거에도 반드시 참여를 하겠다고 했으니 서울은 물론이고 전국 전 지역에 반드시 후보자를 출마시켜 민주당과 야당챔피언 쟁탈전을 벌여야 한다. 또다시 잘 나가다가 삼천포로 빠지는 식으로 야권단일화 운운하는 작태를 보여준다면 안철수 신당의 운명은 바로 그 자리에서 정지되고 말 것이라는 깊이 인식하기 바란다. 또한 향후 있게될 강령과 정강정책도 관심의 대상임은 당연한 일이다.
글 : 장자방
뉴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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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빨갱이가 어딨습니까?" 고게 좀 어필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