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민주화는 '좁은문'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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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민주화는 '좁은문'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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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민주화는 이미 여러가지 점에서 정상을 벗어 났다

▲ ⓒ뉴스타운

인류사에서 가장 위대한 진화의 하나는 유럽의 탄생이었다. 지리상 유라시아 대륙에 속하나 더 좁게는 에게해 연안이었던 척박한 돌의 대지 그리스에서 출발하였고 신화에 따르면 공주(유로파)의 이름에서 연유 했다. 유럽의 진정한 진화성은 태고 이래의 체제였던 전제정과는 질적으로 다른 것이었다.

그리스는 도시국가(Polis)들의 나라 였다. 군사공동체였던 폴리스는 그리스를 중심으로 지중해 전역에 나누어져 있었고 한때 1,000개에 이르는 집단군을 이루었고 여기의 대표는 아테네와 스파르타 였다. 아테네는 임기제 군주제를 거쳐 민주정을 채택했고, 스파르타는 2명의 왕을 가졌고 실제로는 소수의 부족장(원로)들이 실권을 가진 군주정이었다. 후일 지중해의 패자가 된 로마는 양국의 체제를 혼합하여 공화정을 완성했다.

그리스에서 로마로 계승된 그리스의 반전제정의 역사는 로마제정을 거쳐 로마의 멸망 이후 중세 유럽에도 여전히 전통을 이어갔다. 중세유럽은 기독교와 게르만의 봉건제가 병존한 질서 였고 동양처럼 위세 있고 지속적인 패권국의 천년왕국이 없었다. 국제적으로 황제, 국왕, 교황의 3강구조가, 국내적으로 국왕, 제후, 추기경으로, 지역적으로 영주, 기사, 사제에 이르는 귀족사회를 형성했다.

동양과 대비되는 유럽방식은 정치체제외에도 종교, 문화와 지식(교육)에서도 대비 되었다. 유럽의 종교는 그리스와 로마의 다신교에서 중세엔 기독교의 유일신으로 대체되었다. 문화적으로 그리스의 탁월한 문화인프라와 로마의 실용성이 결합되었고 무엇보다 전쟁술과 교양(고전)을 양축으로 하는 시민교육의 틀이 구축된 것이었다.

반면 동양은 중국의 예에서 보듯 전제정의 고수 였다. 춘추전국시대에 완성된 동양문화의 틀은 이후 중국이 통일국가가 된 이후 쇠퇴와 침체를 겪게되었다. 전제통일국가에게 백가쟁맹식의 다양한 사상체계나 새로운 철학(사상)은 터부시 되고 오직 왕권을 지키고 왕을 지원하는 선에서 허용되었다. 통일 이후 중국의 역사에서 위대한 사상가나 전략가는 더 이상 탄생하지 않았던 것이다.

유럽의 반전제정적 전통은 근대와 함께 새로운 국면을 맞게된다.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르네상스는 고대 인문주의의 부활을 알리는 기폭제가 되고 중북부 유럽으로 전파되어 사상적으로 수많은 근대 사상가가 탄생하였고, 기술적으로는 농업혁명(17세기초)과 산업혁명(18세기 중엽)이 뒤를 이었다. 인종적으로는 라틴유럽에서 튜턴유럽으로 주도권이 이전되었다.

근대사회를 주도한 나라는 단연 영국, 프랑스, 독일이었다. 영국은 스페인의 무장함대(아르마다)를 격파하고 패권국이 되었으며, 동시에 종교의 국교화와 베이컨경과 세익스피어와 같은 지식과 문학의 절정기를 이루었다. 프랑스는 영국과의 경쟁관계 속에 식민지를 확장하고 대륙의 패권을 공고히 하였으나 정작 중세봉건의 지주였던 독일은 분열과 정체속에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했다. 이후 영국은 명예혁명으로, 프랑스는 대혁명으로, 독일은 통일로 나아갔다.

영국과 프랑스는 비록 스타일에서 상이한 방식으로 나아갔지만 체제에서는 자유민주의 통일성을 보여주었다. 대영제국의 위대성은 기술력과 해군력 보다 수많은 사상가를 배출했고 밀(J.S.Mill)의 '자유론'의 대원칙을 수용한 점이었다. 밀에게 진정한 자유는 자유만이 아니라 반대되는 규율(질서, 기강)이, 권리만이 아니라 책임(의무)이 함께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고대 그리스의 전통 즉 전쟁술(스포츠)과 교양의 결합에서 찾아낸 정리였다.

후발국 독일은 여기에서 예외 였다. 철학자의 나라는 계몽군주시대와 함께 군인들의 나라가 되었다. 평생 군복을 입고 생활했던 프리드리히1세는 궁중놀이에서 철학자를 놀리는(학대한) 것이 다반사 였다. 뒤를 이은 프리드리히2세는 프랑스의 백과사전파와 교류하며 탁월한 전략가로 성장했다. 하지만 이들 계몽군주들의 조바심과 진취성(실용성)은 시민윤리와 교양(독서)을 등한시한 결과로 이어졌고 후일 세계대전의 참화를 낳았던 것이다.

세계대전에서 특히 2차대전에서 독일이 자행한 반인륜적 범죄는 연합국 뿐 아니라 독일인에게도 지울 수 없는 상처로 남았다. 전후 연합국은 독일(당시 서독)의 헌법체제를 자유민주제로, 그리고 교육에서 양식 있는 시민윤리교육을 주문했다. 마침내 독일은 밀의 자유론의 대원칙을 헌법의 기본가치로 수용했다. 이것이 "타인의 법익을 해치지 않는 한 모든 국민은 인격을 꽃피울 수 있다"로 유명한 기본법(헌법) 2조가 명시 되었다. 또한 독서국가를 표방하고 김나지움(고등학교)에 시민윤리교육을 특화했다. 이것은 일본이 교육기본법을 제정하여 시민윤리교육을 제도화한 것과 맥락을 같이 했다.

한국의 민주화는 여러가지 점에서 정상을 벗어 났다. 첫째, 민주화를 자유화로 지나치게 단순화 했다는 점이다. 심지어 민주화=직선제로 오도한 반지성적 획일주의는 자유민주가 실은 자유와 규율(규범, 질서, 기강), 권리와 책임(의무)의 전혀 상이한 요소의 창조적 결합임을 배제한 것이다. 실지로 자유민주의 선진국들은 자유가 넘치는 나라가 아니라 자유에 따르는 책임과 질서를 강조하는 나라이다.

예컨대 현대 민주국가들은 예외없이 공권력을 강화하여 '권위주의적 민주주의(authoritarian democracy)'라는 말을 듣게된 이유이다. 이러한 대원칙은 전쟁시 국민동원법령을 만들고 경제를 전시동원체제로 전환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대내외적 위협에 미국이 기본인권 마저 포괄적으로 유보하는 '애국법'을 제정한 것이 좋은 예이다. 이에 비해 남북대치중이고 김대중ᆞ노무현의 반역(종북)행태, 종북주의자들의 국론분열에도 불구하고 국가를 지킬 새로운 법령의 필요성도 못찾는 한국은 미래가 암울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둘째, 사회규범의 근간인 시민윤리교육과 독서를 방치한 점이다. 연합국들의 권고와 패전국들의 각성은 시민윤리교육과 독서 였다. 사회규범은 법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도덕성(morality)과 관습(mores)이 있고 이들은 작위와 부작위의 명확한 명령과 이를 어기는 사람에 대한 규제가 동반된다. 사회규범을 관통하는 국민교양(양식)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는 막스 베버에 의해 입증된바 있다. 그는 자본주의를 기독교적 정신에서 찾았으며, 교양이 없는 천민자본주의의 위험을 경고 했고, 그의 불안은 바이마르공화국의 실패로 입증되었었다.

이에 따라 독일은 자녀에 대한 부모의 제1역할이 자녀에게 책을 읽어주는 문화를 보편화 했고, 세계최대의 북메세(도서출판시장)를 개최하고 있으며, 도시들을 독서강도(독서력이 강력한 도시)로 만들었다. 탈냉전 이후 미국, 영국, 프랑스는 국가차원에서 시민윤리교육과 독서를 강화하고 있으며 캐나다, 호주, 싱가폴 등도 이를 따르고 있다.

한국의 민주화는 군사정부 시절 일본의 교육기본법과 시민윤리교육을 도입한 저의를 알지도 못하고 군사독재의 잔유물로 폄하하고 방치했다. 이후 한국의 지성은 학력에 비해 현저하게 약화되고 있는 것이다. 도덕과 윤리, 에티켓이 배제되고 경쟁만 강조된 한국 교육은 미래세대에게 긍정적 비전의 제시에 참담한 실패를 해온 것이다. 오늘날 뜨거운 역사교과서 문제는 단순히 역사교육이 아니라 이러한 보다 본질적인 문제까지 포괄적인 것이라는 반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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