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철 칼럼] 임병택 시흥시장이 띄운 반월·시화 AX 전환…"정부가 든든한 버팀목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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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철 칼럼] 임병택 시흥시장이 띄운 반월·시화 AX 전환…"정부가 든든한 버팀목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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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월·시화산단을 대한민국 제조 AI 대표 모델로…정책금융·데이터 기반·현장 인재 지원 확대해야"
김병철 기자
김병철 기자

[뉴스타운/김병철 기자] 반월·시화국가산업단지가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제조혁신에 도전한다. 대한민국 산업화를 이끌어 온 대표적인 제조업 거점이 이제 생산과 품질관리, 설비 운영, 기업 경영 전반에 AI를 접목하는 ‘AX(AI Transformation·인공지능 전환)’를 통해 다시 한번 국가 산업의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 도전은 단순히 낡은 설비를 교체하거나 일부 생산공정에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수준이 아니다. 반월·시화산단의 산업구조와 기업 경쟁력을 인공지능 시대에 맞게 전환하는 중장기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시흥시는 지난 20일 시흥비즈니스센터 컨벤션홀에서 열린 ‘반월·시화 AX 상생·협력 선포식’에 참여해 반월·시화산단의 AI 기반 제조혁신과 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협력 의지를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고 한국산업단지공단 경기지역본부가 주관한 이날 행사에는 임병택 시흥시장을 비롯해 국회의원, 경기도와 시흥·안산시, 지방의회, 대학·연구기관, 제조기업, AI 기술기업 관계자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이번 선포식은 지방정부와 산업계, 대학과 연구기관이 제조산업의 미래를 위해 공동 대응에 나섰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동안 AI는 대기업이나 첨단산업 분야의 전유물처럼 인식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반월·시화산단의 중심을 이루는 중소 제조기업도 생산성을 높이고 품질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AI 전환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시흥시가 기업과 관계기관을 연결하고 현장 중심의 실증사업을 추진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반월·시화국가산업단지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추진하는 ‘반월·시화형 AI 제조혁신 실증 및 AX 허브 구축사업’ 참여기관으로 선정됐다. 사업은 2028년 말까지 추진되며 국비 140억 원, 경기도비 9억 원, 시흥시와 안산시가 각각 10억5천만 원, 민간 자금 110억5천만 원 등 총 280억5천만 원이 투입된다. AX 종합지원센터 구축, AI 대표 선도공장 운영, 제조 AI 서비스 개발 등이 주요 내용이다.

이번 사업은 반월·시화산단의 제조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중요한 출발점이다. 제조기업이 생산 현장에서 AI를 직접 시험하고 도입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실증 기반이 마련되면 기술 도입에 대한 불확실성과 초기 부담을 낮출 수 있다. 성공 사례가 축적되면 AI를 처음 접하는 중소기업도 자신에게 필요한 기술이 무엇인지 판단하고 변화에 참여할 수 있다.

시흥시가 한국산업단지공단, 한국공학대학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양대학교 ERICA 등과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지방정부는 기업 수요를 파악하고 행정적 기반을 마련하며, 대학과 연구기관은 기술과 인재를 지원할 수 있다. 제조기업은 현장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를 제시하고, AI 기술기업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하게 된다. 각 기관이 전문성을 바탕으로 역할을 나누면 반월·시화산단에 특화된 제조 AI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다.

그러나 지방정부와 기업, 대학, 연구기관의 노력만으로 국가산업단지 전체의 체질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실증사업을 통해 가능성을 확인하더라도 기업이 생산설비와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바꾸려면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 제조 데이터를 수집하고 표준화하는 과정에도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AI 기술을 관리할 전문인력과 현장 실무자를 양성하는 일도 단기간에 끝낼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

이제 중앙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반월·시화산단은 특정 지방정부만의 산업단지가 아니라 대한민국 제조업의 역사와 경쟁력을 상징하는 국가산업단지다. 이곳의 산업 전환은 시흥시나 안산시만의 지역사업이 아니라 국가 제조업의 미래를 준비하는 국가적 과제로 바라봐야 한다. 지방정부가 현장의 문을 열고 산·학·연 협력의 틀을 마련했다면 중앙정부는 그 틀이 지속해서 작동하도록 재정과 정책, 제도를 뒷받침해야 한다.

정부의 역할은 국비 140억 원을 지원하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된다. 2028년 사업이 종료된 뒤에도 기업의 AI 전환이 계속될 수 있도록 실증과 상용화, 확산을 연결하는 후속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시범사업 기간에는 기술을 도입했다가 지원이 끝난 뒤 비용 부담과 인력 부족으로 운영을 중단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첫째, 중앙정부는 실증에 성공한 제조기업이 기술을 상용화하고 다른 생산라인으로 확대할 수 있도록 정책금융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중소 제조기업은 AI의 필요성을 알고 있더라도 초기 투자비용과 성과의 불확실성 때문에 도입을 주저할 수밖에 없다. 설비 개선과 센서 설치, 데이터 수집체계 구축, 소프트웨어 도입, 유지관리에는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정부가 정책금융과 저리융자, 투자 연계 방안을 마련한다면 기업은 보다 안정적으로 AX 전환에 참여할 수 있다.

둘째, 제조 데이터의 수집과 활용을 위한 국가 차원의 공통 기반이 필요하다. AI는 데이터가 있어야 제대로 작동한다. 하지만 기업마다 설비와 데이터 형식이 다르고, 중소기업은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축적하거나 관리할 인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기술기업과의 협력 과정에서 핵심 생산정보가 외부로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정부가 데이터 표준과 보안 기준, 권리관계를 명확히 정하고 공동 활용 기반을 지원해야 기업도 안심하고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셋째, 중앙정부는 제조 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AI 실무인력 양성에 장기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제조업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AI 전문가와 AI를 다루지 못하는 제조 현장 사이에는 분명한 간극이 있다. 반월·시화산단에 필요한 인재는 기술 이론만 아는 사람이 아니라 생산공정을 이해하면서 데이터를 분석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현장형 인재다. 지역 대학과 연구기관, 기업이 함께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현장 실습과 채용까지 연결하도록 정부가 안정적인 재원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넷째, 반월·시화산단의 AX 전환을 산업단지 기반시설 개선과 함께 추진해야 한다. AI 제조혁신은 개별 기업에 솔루션을 공급하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데이터 통신망과 에너지 공급, 물류, 교통, 근로환경, 안전시설 등 산업단지 전체의 기반이 함께 개선돼야 한다. 중앙정부가 노후 국가산업단지 재생과 디지털 전환을 하나의 정책으로 연결한다면 사업의 효과도 더 커질 수 있다.

다섯째, 업종과 기업 규모를 고려한 맞춤형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반월·시화산단에는 다양한 제조기업이 모여 있다. 기업마다 생산설비와 기술 수준, 인력, 투자 여력이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AI 솔루션을 일괄적으로 적용해서는 원하는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정부와 지방정부가 기업의 준비 정도를 진단하고 입문형, 실증형, 고도화형으로 나눠 지원한다면 더 많은 기업이 자신의 여건에 맞게 AX 전환에 참여할 수 있다.

시흥시의 역할도 중요하다. 중앙정부의 지원을 기다리는 데 머무르지 않고 현장의 요구를 구체적인 정책과제로 정리해 정부에 제안해야 한다. 기업이 무엇을 어려워하는지, 어떤 규제와 비용 때문에 기술 도입을 망설이는지, 실증 이후 어떤 후속 지원이 필요한지를 지속해서 파악해야 한다. 현장에 가장 가까운 지방정부가 기업의 목소리를 정확하게 전달할 때 중앙정부 정책도 현실성을 가질 수 있다.

임병택 시흥시장은 “반월·시화국가산업단지는 대한민국 제조업의 핵심 거점”이라며 기업들이 AI를 현장에 적극 활용해 제조 경쟁력을 높이고 산업구조 전환을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반월·시화산단을 단순한 생산기지가 아니라 AI 기술의 개발과 실증, 사업화가 이어지는 미래형 첨단 제조 클러스터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임 시장과 시흥시가 해야 할 일은 중앙정부와 산업계를 잇는 조정자의 역할이다. 기업이 제출한 애로사항이 회의자료에만 남지 않도록 해결 과정을 관리하고, 대학과 연구기관의 기술이 실제 제조 현장에 전달되도록 연결해야 한다. 기업별 지원 결과를 분석해 성공 사례는 확산하고 부족한 부분은 보완해야 한다. 사업비 집행과 기업 선정 과정의 투명성도 놓쳐서는 안 된다.

이번 AX 사업은 근로자의 안전과 업무환경을 개선하는 방향으로도 발전해야 한다. AI를 활용해 위험한 공정을 사전에 파악하고 설비 이상을 예측한다면 산업재해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반복 작업의 부담을 낮추고 현장 근로자가 더 높은 숙련과 판단이 필요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지원하는 것도 가능하다. 기술혁신의 성과가 기업의 비용 절감에만 머무르지 않고 근로자의 삶과 지역사회의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

AI 전환에 대한 근로자의 불안도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새로운 기술이 일자리를 없애는 수단으로 인식되면 현장의 협조를 얻기 어렵다. 기업과 행정기관은 기술 도입 과정과 목적을 충분히 설명하고, 기존 근로자가 새로운 설비와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도록 재교육과 직무전환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사람을 배제하는 혁신이 아니라 사람이 더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일하도록 돕는 혁신이 돼야 한다.

AX 종합지원센터와 AI 대표 선도공장은 기업이 쉽게 찾고 활용할 수 있는 현장 중심의 공간으로 운영해야 한다. 단순히 시설을 구축하고 장비를 전시하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기업 관계자가 직접 방문해 기술 적용 과정과 비용, 효과를 확인하고 전문가에게 상담받을 수 있어야 한다. 성공 사례뿐 아니라 시행착오도 공유한다면 후발 기업이 불필요한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사업의 성과도 구체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지원기업 수와 컨설팅 횟수, 행사 실적만으로는 제조혁신의 변화를 설명하기 어렵다. AI 도입으로 불량률이 얼마나 줄었는지, 생산시간과 설비 정지시간이 얼마나 개선됐는지, 에너지 사용량과 원가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확인해야 한다. 사업 종료 이후에도 기업이 기술을 계속 활용하고 있는지를 점검해야 실질적인 성과를 판단할 수 있다.

시흥시와 안산시의 협력은 반월·시화산단의 장점을 키울 수 있는 기반이다. 기업의 거래와 인력 이동, 생산과 물류는 행정구역을 기준으로 나뉘지 않는다. 두 지방정부가 각각의 성과를 앞세우기보다 공동 지원기준과 사업 연계체계를 마련한다면 기업의 접근성과 정책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경기도도 두 도시와 중앙정부 사이에서 재정과 정책을 조율하는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정부는 반월·시화산단의 AX 전환을 대한민국 제조 AI 정책의 대표 모델로 키울 필요가 있다. 국내 제조업은 인력 부족과 생산비 상승, 글로벌 경쟁 심화라는 복합적인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소 제조기업이 밀집한 반월·시화산단의 AI 전환이 성공한다면 다른 국가산업단지로 확산할 수 있는 현실적인 모델을 확보하게 된다.

반월·시화산단은 대기업 중심의 최첨단 공장을 새로 짓는 곳이 아니다. 다양한 업종과 규모의 기존 제조기업이 생산활동을 이어가는 산업 현장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곳의 성공은 더 큰 의미를 갖는다. 기존 설비와 인력을 유지하면서 AI를 단계적으로 적용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모델을 만들어 낸다면 전국의 수많은 중소 제조기업에 실질적인 길을 보여줄 수 있다.

2028년 말 사업이 마무리될 때 남아야 할 것은 화려한 선포식의 사진이나 몇 건의 협약서가 아니다.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인 기업, 불량과 에너지 사용량을 줄인 공장, 새로운 기술을 익힌 근로자, 지역에서 성장한 현장형 인재가 남아야 한다. 선도공장에서 확인한 기술이 인근 중소기업으로 확산되고, 실증을 마친 기업이 자립적으로 시스템을 운영해야 한다.

이번 선포식은 반월·시화산단의 미래를 향한 긍정적인 출발이다. 시흥시와 안산시, 산업계, 대학과 연구기관이 함께 제조혁신의 필요성을 확인하고 협력의 틀을 마련했다는 점은 충분히 평가할 만하다. 지방정부가 현장의 변화를 위해 첫발을 내디딘 만큼 중앙정부도 더욱 적극적으로 힘을 보태야 한다.

국가산업단지의 경쟁력은 지방정부만의 책임이 아니다. 반월·시화산단의 AI 전환은 국가 제조업의 경쟁력, 중소기업의 생존, 지역 일자리와 직결된 문제다. 중앙정부가 안정적인 재정지원과 정책금융, 데이터 기반, 인재 양성, 산업단지 기반시설 개선을 종합적으로 지원해야 하는 이유다.

임병택 시장과 시흥시의 도전은 이제 시작됐다. 기업이 체감하는 변화를 만들어 내고 이를 국가정책으로 확장하려면 지방정부의 실행력과 중앙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반월·시화산단이 대한민국 제조업의 과거를 상징하는 공간을 넘어 AI 제조혁신의 미래를 보여주는 대표 거점으로 다시 도약하기를 기대한다. 시흥시가 길을 열었다면 중앙정부는 그 길이 끊기지 않도록 든든한 버팀목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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