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배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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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이후 한국은 국가지도력이 실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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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현 듯 30년 전 도서관에서 읽은 책 '독일을 배우자'이 생각난다. 일본책을 번역한 것으로 읽을 당시 누렇게 변색된 60년대 초에 발행된 책이었다. 주된 내용은 신용사회, 교양(독서)국가로서 독일을 보고 일본의 방향을 제시하는 책이었다.

그 후 우연하게도 독일에 유학하게 되었다. 불행하게도 언어적 재능이 없는 관계로 처음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수 많은 날들을 지새우고 번민의 시간이 계속되었다. 하지만 뒤늦게 깨닫게 된 것은 독일사회가 내뿜는 원칙, 자부심, 인간존중, 교양의 아우라가 느껴졌다.

가난한 유학생에게 결코 빈곤의 박탈이 아니라 빈곤의 가능성을 일깨워 주었다. 매번 어려울 때면 관계자를 아침부터 찾아가 부탁했으나 한 번도 퇴짜를 맞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권한 밖에도 주위를 동원하여 도와주었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독일은 근면한 민족이었다. 대학생들은 부모에 의지하지 않고 가난한 시절을 기꺼이 수용했다. 밤이면 우리 대학가와 달리 어둡고 조용했다. 주말이면 전국민이 집과 정원을 가꾸었다. 도시 자체가 대학 같았다. 그들은 누구나 책을 들고 다녔다.

알고 보면 독일은 한국 근대화의 모티브를 제공한 나라이다. 민족중흥을 내건 박정희정부는 미국과 일본에 따돌림의 대상이었다. 당시 민주당정부(케네디 행정부)에게 군사혁명은 필요악이었기 때문이었다. 난국에 처한 군사정부가 찾은 것은 홀로코스트와 라인강 기적의 독일이었다.

마샬플랜과 코리아붐으로 번영을 누리든 독일은 군사정부에 선입견을 불식했다. 간호사와 광부의 파견근로로 인연이 된 한독 양국은 결정적 관계로 진전되었다. 파독근로자를 위문 차 방문한 박정희 대통령을 맞이한 에르하르트 경제장관은 박정희 장군의 애국심을 알아보고 경제 성장의 노하우를 코치한다. 한국의 지형까지 감안하여 물류(고속도로)와 조선 등 중후장대산업을 권고한 것이다.

후일 독일의 총리가 된 에르하르트의 조언은 신의 한 수 였고 박정희 대통령은 최선을 다했다. 조국근대화의 그랜드플랜은 골격이 완성되고 이를 위한 한일국교정상화와 월남전 참전으로 이어졌다. 라인강의 기적이 빈곤의 땅 한반도에서 한강의 기적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이와 함께 기숙사에서 읽은 논문사설이 생각난다. '권위주의적(독재적) 민주주의'란 것이었다. 현대 민주국가는 오히려 국가의 거대화, 법치주의로 권위주의와 민주주의가 결합된다는 내용이었다. 전후 파시즘을 반성하고 밀(J. S. Mill)의 자유론을 헌법으로 명시한 독일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한 자신의 의사를 관철시킬 수 있다는 원칙을 철저히 하였다. 또한 지성사회를 지향하여 범죄를 생활과 언론에서 추방시켰다. 교양(독서)과 스포츠를 교육과 시민생활에 적용시키는 선택을 한 것이다.

양차 세계대전의 전범국 독일의 선택은 일찍이 철학자의 나라가 후진적 근대화의 결과 군국주의로 선택한 것은 독일 뿐 아니라 세계의 비극인 것을 깨달은 것이었다. 불행하게도 한국의 민주화는 이러한 교훈과 반대로 나아갔다. 자유민주주의는 자유와 규율이 함께하는 법치주의이고, 남북 대치에는 반공과 보수가 국가이념이며, 선진국은 교양과 스포츠를 결합해야 한다는 것 등이다.

민주화 이후 한국은 국가지도력이 실종되고 있다. 북한의 위협과 선진국들의 견제, 이념과 계층간의 대립, 국가경쟁력의 하락과 장기침체, 수도권 과밀과 지방의 저발전 등 국가적 위기에 제대로 된 처방과 방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 정치인들은 선거 외 포퓰리즘에 함몰되고, 언론은 정도를 잃었으며, 대학은 지성이 실종되고, 노동 현장은 근로의식을 상실하고 있다. 50년 전 나라를 위해 기꺼이 희생했던 위대한 시대를 다시 찾는 계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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