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남태평양 섬나라에 ‘돈으로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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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남태평양 섬나라에 ‘돈으로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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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의 덫’에 걸린 이들 국가, 중국 영향력은 커져만 가고

▲ 처음에는 천사와 같은 중국의 대출이 나중에는 악마로 변질되는 뼈아픈 현실이 남태평양 작은 섬나라들을 덮고 있다. ⓒ뉴스타운

중국이 막대한 자금을 동원, 아프리카는 물론 동남아 일부 국가, 또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들을 향해 이른바 ‘돈(대출) 외교’를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부채에 대한 어려움을 겪는 나라들에 대해 무소불위의 힘을 부리는 이른바 ‘중국판 갑질외교’ 현상이 강해지고 있다.

하나의 예를 들면, 남태평양에 떠오르는 섬나라 통가의 수도 누쿠알로파(Nukualofa)에서는 약 10년 전에 사망자가 발생할 정도의 폭동이 났었고, 비즈니스 빌딩과 정부 청사들이 모여 있는 중심부의 대부분이 파괴되는 일이 있었다.

예상치 못한 그러한 대사건에 의해 잿더미가 된 가운데 통가 정부는 야심차게 새로운 크루즈선을 위한 부두 건설, 왕궁의 리모델링 등을 포함 재건 정책을 내놓았다. 물론 이 작은 섬나라는 자체적으로 이러한 재건 정책을 시행할 자금이 부족했다. 일체의 비용은 중국으로부터 융자를 받기로 한 것이다.

최근 로이터통신 보도 자료에 따르면, 통가에 대한 중국의 대출 규모는 당시 6천 500만 달러(약 733억 2천만 원)정도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1억 1500만 달러(약 1297억 2천만 원)을 웃돌게 됐다. 이 금액은 통가의 1년 간 국내총생산(GDP)의 거의 1/3 수준이나 되는 막대한 금액이다. 이 같이 금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이유는 이자는 물론 통가 전역의 도로 개발을 위한 새로운 대출금 때문이다.

원금 변제 계획은 오는 9월부터 시작되지만 통가의 연간 원리금 지불비가 약 2배로 늘어나게 됐다. 따라서 자금난에 허덕이는 통가로서는 변제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 속에 빠져 있다.

이 같이 통가의 불안정한 입장은 비단 통가뿐만이 아니라 남태평양의 소국을 강타하고 있는 광범위한 ‘피눈물 나는 부채(Blood Debt)’로, 이 지역은 재정난에 허덕이게 되고, 또 중국의 외교적 압력에 점점 더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공포의 빚(Fear of Debt)으로 변해가고 있다.

특히 이 지역의 작은 나라들에 대한 대출은 타이완(대만)의 승인을 둘러싼 양안(타이완과 중국) 영향력 경쟁에서 중국의 힘이 막강해지기 시작했다. 타이완은 이 지역에서 많은 나라들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으며, 남태평양 지역은 타이완과 중국의 세력다툼의 현장이 된지 그 역사가 짧지 않다.

로이터는 남태평양 섬나라 11개국의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최근 10년 동안 중국의 대출 프로그램에 의한 채무 잔액이 거의 전무상태(Zero)에서 시작해 지금은 13억 달러(약 1조 4천 664억 원) 이상으로 대폭 늘어난 것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호주가 남태평양 지역에 대규모 원조 프로그램을 제공했고, 현재도 최대의 지원국이지만, 2국간 대출에서는 이른바 중국이 최대의 ‘물주 혹은 돈주’라는 사실이 로이터의 자료 분석에서 드러나고 있다.

통가의 경우 중국으로부터 대출 받은 부채 총액은 통가 전체 부채의 60%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바누아투의 경우도 거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금액으로 보면 파푸아뉴기니가 약 5억 9천만 달러(약 6천 665억 2천만 원)으로 최대이며, 전체 부채의 약 25%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남태평양 섬나라들의 경제 취약성이나 수입원의 희소성을 고려하면, 대부분 국가들이 과잉채무에 빠져들 위험성이 매우 높은 성향을 보이고 있다고 마이클 커프(Michel Kerf) 세계은행 동티모르, 파푸아뉴기니, 태평양 담당 국장은 말하고 있다.

* 중국의 약탈적 대출 전략

G2로 불리며 자국 경제의 힘이 커지면서 세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은 중국은 지난 2006년부터 남태평양 국가들에게 대출을 증가시켜왔다. 이 같은 중국의 전략은 다른 국가와의 관계 강화를 하는 것에 대한 대응차원의 대출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대출 패키지는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중국의 국영기업에게도 기회를 제공하고, 일부 프로젝트에는 자국의 노동자를 파견해 현지인들에게 일자리 창출의 기회도 박탈해버리는 경우도 없지 않다.

중국 기업은 다목적으로 돈을 꾸어 준 남태평양 지역 섬나라들에 시설들을 건설하고 있다. 바누아투의 루간빌(Luganville)항구 부두는 중국 상하이건공(上海建工)이 건설했고, 쿡 열도의 라로통가(Rarotonga)섬의 수도(waterworks)시설은 중국 국유기업인 중국토목공정집단(中国土木工程集団)이 건설하고 있다.

중국이 대출해주고 이자와 원금을 제 때에 받지 못할 경우 이를 이용해 영향력을 확대하려 하는 것은 중국식 제국주의 행태라는 외부의 비판에 대해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이 지속 불가능한 채무에 책임이 있다는 증거는 없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화춘잉 대변인은 이어 “중국은 단지 관련국들의 희망에 따르는 것이며, 우리는 최대한으로 금융을 지원하고, 사회 경제적 발전을 촉진하는데 필요한 지원을 하며, 그런 나라들에서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면서 환영한다”면서 “중국과 통가의 관계는 매우 좋다”고 말하고 있다. 약자의 강자에 대한 눈치 보기 반응을 이런 식으로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스리랑카가 채무위기의 악순환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전략적으로 중요한 남부 함반토타 항구(port of Hambantota) 건설에 대출해 주고 대신에 항만 운영권을 99년 간 갖기로 했다. 2018년 1월부터 이곳에는 중국의 ‘오성기’가 나부끼고 있다. 스리랑카는 이렇게 ‘빚의 덫(debt trap)’에 갇히게 되면서 자국의 항구를 사실상 빼앗긴 셈이다. 이 같이 중국에는 전략적인 도구(tool)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중국의 대외 대출과 외교에 관해 미국 하버드대학의 분석에 따르면, 스리랑카의 함반토타 항구의 사건은 “경종”을 울리기에 충분한 사례가 되며, 남태평양 섬나라들도 이 같은 취약성에 놓여 있다는 견해이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다른 나라에 빚을 대주자는 거대한 어떤 음모가 중국에 있다고는 볼 수 없지만, 그러나 돈을 꾸어 준 입장에서 그것을 이용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을 것이다. 지리 경제학적으로 중국은 이를 십분 활용 공세를 한층 강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최근 미국의 국가방위전략은 중국이 특히 자국에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재편을 염두에 두고 인근 국가에 강요를 하는 이른바 “약탈 경제(Economic plunder, China)"를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경고하고 있다. 또 지난 7월에 공개된 뉴질랜드의 방위정책도 중국의 부상으로 남태평양에서 혼란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 타이완과의 싸움터

전 세계적으로 보면, 남태평양 국가들의 대출은 비교적 그 규모가 작은 편이다. 이런 국가들의 전략적 중요성도 분명히 낮은 것이긴 하지만, 이 지역은 분명히 중국에게는 매력이 있는 곳이다.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제 2차 세계대전의 요충으로 알려진 남태평양 지역에 중국이 군사기지 건설을 하지 못하도록 경고하고 있다. 남태평양 국가들은 유엔 등 국제포럼에서 투표권을 가지고 있으며, 자원이 풍부한 해양을 지배하고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타이완과 정식 외교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의 1/3이 남태평양에 있다. 중국은 타이완을 자신들의 말을 듣지 않는 중국 본토의 일부, 즉 자국의 성들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면서, 필요하다면 무력으로 타이완을 되찾겠다는 야욕을 버리지 않고 있다.

* 대출은 ‘빚의 덫’을 낳는다.

남태평양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대출에 대한 비판의 대부분은 대출이 사용되는 프로젝트와 대출 조건에 집중되고 있다.

쿡 제도(Cook Islands)는 중국이 주도하는 자국 프로젝트의 일부에 비판적이다. 이 나라는 법원이나 경찰서 등 공공기관 건물 건설을 하기 위해 대출을 받았다. 또 스타디움을 건설하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나 건축자재를 수입하기 위해 무이자 융자를 받기도 했다.

쿡 제도의 법무장관을 역임했던 마크 쇼트 전 장관은 “많은 건물들이 기준을 충족하지 않아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의 돈으로 부실공사를 했다는 말이다. 준공된 지 10년도 채 안 되는 경기장은 녹이 빨갛게 슬어가고 있다. 안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그는 지적한다. 법원 건물 지하에 있는 독방에서는 2시간만 돼도 산소결핍이 되는 이상한 방이라서, 밖에 별도의 임시 감옥을 마련해 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곳곳에 부실공사의 흔적이 역력하다고 그는 지적했다.

중국의 재정지원은 무이자 융자방식을 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호주와 뉴질랜드, 미국이라는 종래의 지원국은 무상으로 지원하고, 대출은 세계은행이나 아시아개발은행 등 국제기구에 맡기는 경향이 있다. 현재 남태평양 국가들의 몇몇 정부에 채무 상환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이 채무를 면제해 줄 조짐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은 지난 2013년 통가의 요청을 걷어찼다. 다만 원금 상환을 5년간 유예를 해주는데 그쳤다. 통가는 2018~2019년 대중(對中)채무의 원금 약 570만 달러(약 64억 2천 960만 원)를 상환할 계획이지만, 이것으로 통가의 대외채무의 연간 원리금 지불 비용은 2배 가까이 뛰어 올랐다. 이것은 또 총예산 1억 3500만 달러의 약 4%에 해당한다.

처음에는 천사와 같은 중국의 대출이 나중에는 악마로 변질되는 뼈아픈 현실이 남태평양 작은 섬나라들을 덮고 있다.

* 국민보다 중국 공산당 영향력 확대를 위한 대출 외교

한편, 중국의 이른바 대외원조(사실은 대출)에 대해 쓴소리를 펼치는 중국 내 지식인이 방송 도중 연행되는 사건도 발생했다. 중국의 반체제 학자 쑨원광 산둥대학교 은퇴 교수가 8월 1일 미국의 소리방송(VOA) 중국어 방송과 전화 연결 도중 공안에 연행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세네갈, 르완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모리셔스를 차례로 방문해서 다양한 경제협력 사업을 약속했다. 이에 대해 쑨 교수는 “중국이 아프리카에 돈을 뿌리는 것은 국가(중국)와 사회에 좋을 게 없다”고 인터뷰하는 도중에 갑자기 연행됐다. 중국에 만연한 빈부 격차 해소 등에 써야 될 예산을 중국 공산당과 정부가 국제적 영향력 확대에 쏟아 붓고 있다는 게 쑨 교수 주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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