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에너지와 진영 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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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에너지와 진영 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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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수의 텃밭이라 할 미국 텍사스에도 풍력발전이...
- ‘녹색(green)'은 기후변화와의 전쟁을 연결시키는 좌파의 개념 ?
- 보수파 일부, ‘녹색에너지’란 말 대신 ‘청정에너지’라는 말을 사용한다고...
- 풍력 태양광은 석유 가스처럼 ‘미국적 에너지’ ?
- 뿌리 깊은 화석연료 생산자들의 저항
- 그러나 '붉은 주'들도 IRA에 의해 청정에너지 투자가 활성화되는 것을 환영
텍사스 주의 에너지 전환. 화석연료에서 청정에너지로 / 사진 : 유튜브 캡처
텍사스 주의 에너지 전환. 화석연료에서 청정에너지로 / 사진 : 유튜브 캡처

존 데이비스 일가는 140년 넘게 미국 남부의 텍사스 주 서부 평원에 펼쳐진 대목장 피컨 스프링스 랜치(Pecan Springs Ranch)를 소유하고 있는데, 고조할머니는 과거 텍사스 양의 여왕으로 칭송을 받았으며, 건초 헛간 앞에 지금도 서 있는 나무 아래 마차를 타고 있는 사진이 남아있다.”

영국의 경제 전문 매체인 더 이코노미스트14일자 기사에서 이 같이 텍사스의 한 모습을 전하면서, 보수의 텃밭이라 할 텍사스 목장 지역에도 풍력발전소가 설치됐다면서 보수, 진보 등 진영 논리에 얽매인 지역에도 어김없이 재생에너지 시설이 들어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농장 경영을 유지해 나가는 것은 시장가치가 높은 와규(和牛-wagyu, 일본의 육용소종으로, 근내지방도가 높아 고기가 연하고, 오메가-3, 오메가-6,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한 고급육)를 사육하고 있어도 살림살이가 어렵다. 그러나 한 재생가능에너지 개발회사가 풍력 터빈을 목장에 설치하는 비용으로 고액의 출자를 신청했을 때 확고한 신념을 가진 전 텍사스 주 의원인 데이비스는 처음에는 이것을 즉각 거절했다고 한다.

데이비스의 아들 새뮤얼은 청정에너지는 진보적(liberal) 기술이라고 낙인이 찍혀 있어, AOC가 온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AOC는 미 민주당 좌파 성향의 1989년생의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Alexandria Ocasio-Cortez) 젊은 하원의원의 앞 글자를 딴 애칭으로 보수적인 텍사스 주민들은 청정에너지 이슈가 나오면 아주 싫어하는 AOC가 찾아오는 것 같다는 비판을 한다는 것이다.

* 그러나 거절이 나중엔 풍력발전 추진으로

데이비스 가문은 최종적으로 경제성을 최우선으로 생각했다. 무엇보다도 먹고사는 문제가 진영 논리보다는 앞서기 때문이다. 데이비스 일가에 따르면, 1 에이커 당 평균 수익은 쇠고기는 약 8달러(9,920 ), 사슴의 경우 15달러(18,600 )에 비해 풍력은 수백 달러에 해당되어 목장의 미래가 약속된다는 계산이다.

현재 7기의 풍력 터빈을 소유한 데이비스 가문은 개종한 것처럼 재생에너지를 받아들이고 있다. 새뮤얼 씨는 이제 목장주로 풍력과 태양광 사업을 추진하는 단체 텍사스 주 토지·자유 연합의 대표도 맡고 있다.

부모는 주유소를 인수해 급유 펌프를 철거하고, 전기자동차용 충전소로 만들었다(농산물 직판장도 병설돼 있다).

이코노미스트202212월 이들 일가족과 아침식사를 한 뒤, 전동 버기(buggy)를 타고 목장을 누볐다. 그리고 청정에너지에 대한 논리적 전제를 뒤집는 교훈을 얻기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는 재생에너지를 지지하는 데 기후변화를 믿을 필요가 없다는 것으로 지금까지의 필자의 전제와는 정반대다. 미국 보수층은 여전히 기후변화나 탄소세 같은 것은 큰 정부의 헛소리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한다.

녹색(green)'이라는 말조차 기후변화와의 전쟁으로 연결시키기 위해 좌파가 채택한 개념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그렇게도 싫어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재생에너지 추진단체인 에너지 혁신을 위한 보수적 텍사스인의 맷 웰치 대표는 녹색에너지를 추진한다는 말을 들으면 매우 불쾌해지므로 단순히 청정에너지라고 부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런 딱딱함은 텍사스 사람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풍력 발전은 공화당이 우세한 주나 기후 변화에 회의적인 목장 주 소유지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 층은 자유시장을 중시한 메시지를 즐겨 쓴다. “풍력태양광은 갈수록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는 에너지원으로, 광열비 절감과 기업가정신 함양으로 이어지는 데다 석유가스 못지않게 미국적이라는 식이다.

이 주장은 놀라울 정도로 효과가 있다. 재생에너지 개발의 최전선에 서는 주는 기후변화와 녹색에너지를 추진하는 캘리포니아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텍사스 주의 에너지 전환. 화석연료에서 청정에너지로 / 사진 : 유튜브 캡처

* 뿌리 깊은 화석 연료 생산자들의 저항

텍사스 주는 훨씬 앞서 있다. 웰치씨의 단체가 위탁한 조사에 따르면, 20224~6월기에 텍사스 주에서 건설 중인 풍력·태양광 발전이나 축전 시설은 캘리포니아 주의 3배에 이르렀다.

미국 에너지정보국(EIA)은 텍사스 주 발전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2023년 처음으로 천연가스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보수 텃발 텍사스 주의 변화는 놀라울 정도이다.

이것은 두 번째 교훈을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AOC와 야유하는 풍조가 있는 것과는 별개로, 풍력 발전 추진파의 목장 주인을 가장 적대시하고 있는 것은 동료 공화당원들, 특히 재생 에너지에 일소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화석 연료의 생산자들이다.

석유가스업계를 대표하는 로비단체 텍사스주 공공정책재단(TPPF, Texas Public Policy Foundation )과 셰일(shale) 붐으로 윤택해진 우파가 지원하는 텍사스 주 지주연합 등의 조직은 풍력발전 개발을 막기 위해 철저한 항전을 벌이고 있다. TPPF는 멀리 떨어진 북동부 뉴잉글랜드 지방의 해상풍력발전 개발로까지 싸움의 장을 넓히고 있다.

TPPF의 제이슨 아이작씨에 따르면, 동 단체는 텍사스 주 정부에 압력을 가해 농촌부에서의 재생 에너지 투자를 장려할 목적으로 도입된 고정 자산세의 경감 조치를 22년 말에 종료시켰다. 그러한 재정 지원은 전력 시장에 왜곡을 가져온다고 그는 주장하지만, 이것은 석유·가스 생산자 전용으로 마련된 다른 인센티브를 무시한 주장이기도 하다.

2021년에 텍사스 주에서 한파에 의한 대규모 정전이 발생한 것은 풍력 발전이 정지한 탓이라고 아이작씨는 비판하지만, 천연가스나 석탄을 포함해 모든 발전 기술이 기능하지 않았다고 하는 공식 보고서의 지적 따위는 개의치 않는다. 공화당은 자유주의자들을 광신적 탈탄소파라고 비난하지만 공화당의 방침은 일부 보수당원들을 괴롭히고 있다.

세 번째 교훈은 실용주의(pragmatism)에 있다. 미국의 화석연료 사용을 억제하기 위해 수천억 달러를 투입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Inflation Reduction Act)에 공화당 의원들은 만장일치로 반대했지만, 텍사스 등 전통적으로 공화당이 강한 '붉은 주'는 받아들일 방침이다.

데이비스 가문은 IRA를 지지하고 있지 않지만, 그 기둥이 되는 연방세 공제의 확충이 마중물이 되어 농촌 지역에서 풍력·태양광 발전의 개발이 진행되기를 바라고 있다. 텍사스 주로서도 수소 제조 및 탄소 격리의 대형 프로젝트를 유치할 생각이다. 앨라배마, 조지아, 사우스캐롤라이나, 테네시 같은 다른 '붉은 주'들도 IRA에 의해 청정에너지 투자가 활성화되는 것을 환영하고 있다.

* 기후변화 회의파에서도 재생에너지 추진

화석연료를 강력하게 추진하는 보수적인 기업조차 에너지 이행의 혜택을 보고 싶어 한다. 예를 들어 미국 복합기업 코크인더스트리즈(Koch Industries, Inc.)는 거액의 자금을 들여 조지아 주에 배터리공장을 짓는 유럽 리튬이온전지 제조업체 프레이어 배터리(Freyr Batteries)에 지원의 손길을 내밀었다. 이 공장은 IRA의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기후변화 회의파에게 자신들은 이상하다고 자각시키지 않더라도, 청정에너지(Clean Energy)를 추진하는 방법은 있다. 잘 팔리는 문구로는 재생에너지 환경보다는 비용 측면의 강점을 내세우거나 탄소배출량보다는 대기오염 감축에 기여한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한다. 혹은 재생에너지 발전은 출력이 안정되지 않기 때문에, 향후 몇 년간은 천연가스가 일정한 역할을 완수할 가능성을 인정한다고 하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마이클 웨버 텍사스대 교수(에너지학)가 지적했듯이 "텍사스에서는 옳은 일을 해도 그 이유가 틀린 경우가 드물지 않다. 결국엔 누구나 더 나은 미래를 지향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데이비스 씨의 말대로 목장 아래 운 좋게 석유자원이 잠자고 있던 지주 상당수는 여러 세대에 걸쳐 혜택을 받아왔다. 그리고 이번에는 우리는 풍력자원을 캐냈다. 그리고 재산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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