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권 정국으로부터 촉발된 청와대의 유승민 비토에 대해 당사자인 유승민은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특히 유승민에게 언제부터 측근이 존재할 정도로 자신의 세력을 키워왔는지 모르지만 언론에는 측근이라는 인물까지 등장하여 유승민의 버티기에 어시스트를 보내고 있는 중이다. 또 과거 친이계를 비롯한 비박계와 대구지역의 일부 국회의원들이 유승민을 지키기 위해 사발통문을 돌린다는 보도도 나왔다.

국회에서 야당과 이상한 합의를 잘하는 대표적인 인물 조해진 수석부총무는 공개적으로 유승민의 팔을 들어주고 있는 꼴 새는 참으로 보기에 딱할 정도로 역겹기 그지없는 장면이기도 하다. 모두 공천 때문이라는 것에 이의가 없을 것이다.

유승민이 당초 규정대로 임기 일 년 동안 원내대표직을 유지할 수만 있다면 내년 총선을 앞둔 공천과정에서 상당한 역할을 하게 될 것임은 불문가지다. 내년 총선에서 공천을 못 받을 까 걱정을 하고 있는 새누리당 기회주의자 금배지들이 김무성과 유승민 쪽에 일렬종대로 줄을 길게 늘어서서 사퇴하지 말고 임기가 끝나면 별 볼일 없게 되는 영양가 없는 대통령과 맞붙어야만 단숨에 유승민이 정치적인 거물로 부상 할 수 있다면서 열심히 펌프질을 해대고 있는 간신모리배들과 기회주의자들, 그리고 이틈을 노려 SNS상에서 여론조작에 나서 세작 질에 열심인 좌파극렬세력의 이간질로 인해 유승민이 돌아가는 판세를 제대로 읽지 못했으니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다"는 잠꼬대 같은 소리를 토설했을 것이다.

특히 김무성과 유승민에게 줄을 서고 있는 새누리당 금배지들은 지난 총선에서 일부 옛 친이계를 제외하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에 공천을 받아 금배지를 단 작자들이 거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인간들이다.

그런데도 이들은 내년 총선에서 오직 공천만을 의식하여 상식과 원칙마저 망각하고 있는 것도 모자라 과거의 은덕이나 의리마저 헌신짝처럼 내다 버리는 패륜행위까지 자행하며 배신과 역신(逆臣)의 대열에 동참해 끝까지 사퇴하지 말고 빠떼루하라고 유승민에게 응원을 보내고 있을 가능성도 결코 배제할 수 없는 일이다. 박 대통령의 강력한 질책성 발언은 새누리당 지도부 전체를 겨냥했지만 키포인트는 유승민의 배신에 방점을 찍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자 코너에 몰린 유승민은 지난 26일 오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정책자문위원 위촉장 수여식 인사말 도중에 사과문을 발표했다. 유승민은 그날 "박 대통령께서 국정을 헌신적으로 이끌어나가기 위해서 노력하고 계시는데 여당으로서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한 데 대해 송구한 마음 금할 길 없다. 대통령께서도 저희들에게 마음을 푸시고 마음을 열어주시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유승민의 사과문은 자신의 잘못에 바탕을 둔 진정한 사과문이 아니라 순간을 모면해보고자 하는 감성에 바탕을 둔 매우 교활한 해명서와도 같았다. 하지만 분석을 잘못한 일부 언론에서는 결국 유승민이 박 대통령의 '불신임' 압박에 결국 무릎을 꿇었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지만 이 분석은 틀린 해설서에 불과했다.

유승민의 사과문을 자세히 살펴본 국민이라면 어렵지 않게 파악을 했겠지만 유승민의 발표문은 사과가 아니라 차라리 변명이요, 해명이며, 반박문에 다르지 않았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유승민은 "대통령께서도 100% 만족스럽지는 못하셨지만, 공무원연금법 개혁의 국회통과를 가장 절실하게 원하셨던 것으로 믿는다. 어떻게든 공무원연금법 개혁을 꼭 이뤄내서 이 정부의 개혁 성과로 남겨야 하겠다는 생각은 저나 우리 당 대표님, 국회의원 모두의 진심이었다"고 말했다.

이 얼마나 교활하고 비겁하기 짝이 없는 자기합리화 발언이 아니었던가, 유승민의 이 발언은 공무원연금개혁안 통과를 위해 시한까지 정해주며 압박한 게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 때문이 아니었냐고 반문한 다른 표현이었던 것이다.

유승민은 사과문에서 또 이런 말도 했다. "경제활성화법도 30개 중 23개가 처리가 됐고, 크라우드 펀딩법과 하도급법도 어제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었지만, 안타깝게도 본회의가 무산 됐습니다. 이제 5개 정도 남은 법은 야당이 제일 강하게 반대하는 법들"이라고 자신은 할 만큼 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박 대통령이 언급한 "정부가 애써 마련해서 시급히 실행하고자 하는 일자리 법안들과 경제 살리기 법안들이 여전히 국회에 3년째 발이 묶여 있다"는 발언에 대해 반박성 해명을 한 것에 불과했던 것이다.

어느 나라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선거에서 승리한 정권에서는 자신들의 정체성에 입각한 정책을 펴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영국 총선에서 승리한 보수당이 보수당의 정책을 펴지 노동당의 정책을 펴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집권여당의 원내대표라면 정부의 정책이 원만하게 수행될 수 있도록 국회에서 당을 추스르고 입법으로 뒷받침 하여 정부의 과제수행을 지원하는 것이 주 임무임에도 불구하고 유승민은 원내대표 취임 첫날부터 집권 여당의 원내대표라기보다는 야당의 정책위의장 같은 소리를 많이 내뱉었다.

특히 유승민은 결정적인 순간마다 정부의 방침에 역행하는 결정을 내려 대통령이 있는 행정부를 머쓱하게 만들기 일 수였고, 어떤 경우에는 국회 우월적 독점체제를 확인하듯 점령군처럼 굴기도 하면서 정부부처를 통할하고 있는 청와대를 향해 "얼라들"이라는 비속어까지 써가며 국회가 마치 대통령이 있는 행정부의 지위보다 더 높은 지위에 있다는 혼자만의 착각 속에서 시건방짐과 교만함을 보여주기도 했으니 오늘 날과 같은 사단(事端)은 진즉 일어나고도 남아야 했던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새누리당 내에는 배덕(背德)과 배신(背信)에 익숙한 금배지들이 상당수가 존재한다. 이들의 머릿속에는 어쩌면 국가라는 개념도 없을 것이고, 정책이라는 관점도 없을 것이며, 경제회생과 민생이라는 급박감도 없을 것이며, 정권의 성공이 곧 자신들의 성공이라는 개념도 없을 것이며, 있는 것이라곤 내년 공천을 따내기 위해 어떡하면 김무성과 유승민에게 줄을 잘 섰다는 소리를 듣게 될 것인지 오직 그것만이 머릿속을 맴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꿈이 야무지다고 해도 공천에서 탈락한 친박 성향 인사들이 유승민 아류들이 출마하는 지역에 무소속으로 출마하여 응징 차원에서 1대 1 맞대결을 벌인다면 유승민 아류들이 아무리 공천을 따내봤자 그들의 희망은 한순간에 일장춘몽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이기도 한다. 적어도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박근혜를 지지하는 견고한 30%대의 철옹성이라는 현실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