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솔했던 김무성과 유승민의 발언
경솔했던 김무성과 유승민의 발언
  • 석우영 객원논설위원
  • 승인 2015.04.29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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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만으로 대통령이 사과할 수는 없어

▲ ⓒ뉴스타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 일부 친이계 등이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하여 해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대통령에게 사과를 요구했지만 대통령은 사과를 거부하고 이완구 전 총리의 이름이 성완종의 의혹에 등장했다는 것에 대해 유감표명을 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대통령이나 누구든 간에 사과할 정도로 잘못한 일이 있었다면 사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딱히 잘못한 일이 없는데도 사과를 하라는 것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일방적인 주장이자 억지 춘향이가 되라고 강요하는 일이다. 새민련이나 옛 친이계 일부들이야 체질적으로 대통령에 대한 심한 콤플렉스가 있는 알레르기 체질이라 그렇다고 치더라도 집권 여당의 지도부라는 작자들의 사고방식이 참으로 미숙하기 짝이 없었다.

성완종 리스트 의혹은 이제 초입에 들어섰을 뿐이다. 아직까지 사실로 밝혀진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점에서 미리 사과할 이유도 없다. 설령 사과를 할 경우가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수사결과가 확실하게 드러난 이후에 하는 것이 정한 이치다. 아무리 선거 막판 박빙판세를 보여주고 있다고 해도 집권당의 대표가 오락가락해선 안 될 일이었다. 특히 그 어떤 정치인도 의혹만 가지고 사과를 하는 경우는 일찍이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 이전에 김무성 대표나 유승민이 먼저 주목해야할 대목이 있다. 바로 4월20일자 주간조선이 보도한 기사내용이다. 이 내용을 보도한 주간조선 기자는 지난 4월15일, 1991년부터 2009년까지 대아건설 재무담당과 경남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일하며 성완종 전 회장을 최측근에서 보좌했던 '전 某'라는 핵심인물을 만나 성완종 리스트에 대해 취재한 내용을 보면 상당히 많은 것을 시사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전某씨는 대아건설과 경남기업 재직 당시 '성완종의 금고지기'로 통했고 자금의 흐름을 누구보다 상세히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었으니 그의 말에 무게가 실리지 않을 수가 없다. 전某씨가 밝혀주는 내용에 따르면 성완종이 죽으면서 남긴 메모쪽지 그 자치가 미스터리라고 했다.

그는 '자신이 경험한 바에 따르면 성완종이 정치인에게 몇 억원을 줬을 가능성은 낮다'고 하면서 "재무 담당자인 내게 그 정도 규모의 현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성완종 리스트'에 적혀 있던 돈의 액수와 관련해 "평상시 성 회장의 스타일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성 회장 밑에서 일할 때 그런 뭉칫돈을 만져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만약 전某씨의 이런 발언 내용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성완종이 4월 9일 자살하기 전날 경향신문과 가진 인터뷰 내용과 시신에서 발견된 쪽지의 내용이 부풀려졌거나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봐야 한다. 어쩌면 성완종이 남긴 메모는 자신의 청탁을 외면한 정치인들을 표적으로 삼아 희생양으로 만들기 위한 복수심의 발로였을지도 모른다는 추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전모씨의 발언에 따르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10만 달러를 제공했다는 2006년과 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7억원을 줬다고 한 2007년 그 당시에도 회사의 금고를 책임지고 있었지만 전某씨는 그 당시 성완종으로부터 거액의 현금이나 달러를 준비하라는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고 한 발언을 보면 그와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그러면서 전某씨는 상당히 의미 있는 발언도 했다. "2007년에 7억원을 현찰로 만들려면 라면박스 7개 분량이 나온다. 그땐 5만원권이 없었다. 이렇게 큰돈을 현찰로 만든 적이 없다. 성 회장은 그런 지시를 하지 않았다. 또 2006년에 10만 달러를 흔적 없이 환전하려면 여러 금융기관을 돌며 돈을 바꿔야 한다. 내가 아는 한 우리 부서에서 그런 일을 한 사람은 없다. 쪽지 내용이 사실이라면 그 돈을 성 회장이 직접 만들었다는 얘긴데, 그걸 어떻게 만들었는지 의아하다."고 말한 부분이다.

물론 성완종은 이미 고인이 되었으므로 전某씨의 발언을 확인할 길은 없다. 그러나 주간조선의 취재에 응한 전某씨는 2004년 대선자금 수사 당시 경남기업에서 김종필 자민련 총재에게 제공한 16억원을 전달한 장본인으로 지목되어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고 항소심에서 단순 전달자라는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선고유예 처분이 내려진 점으로 미루어 볼 때 당시의 상황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당사자임은 틀림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그의 증언은 상당한 신뢰가 있다고 봐야 한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검찰에 소환된 성완종의 핵심 측근들이 입을 다물고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고 한다. 이럴 때 일수록 비록 시간이 지난 일이긴 하지만 성완종의 측근으로 일했던 전모씨 같은 사람의 증언 하나도 허투루 놓쳐서는 안 될 일이다.

따라서 지금은 대통령이 사과할 때가 아니라 검찰을 향해 전모씨가 주간조선과 인터뷰한 이 부분도 집중적으로 수사하도록 촉구하는 것이 새누리당 지도부가 주장해야 할 일이었다.

어제 대통령의 유감표명이 나오자 김무성 대표는 자신의 주장과 맥을 같이 하는 발언이라고 말을 하기는 했지만 며칠 전에 요구했던 대통령의 사과는 의혹자체를 사실로 인정하라는 점에서 사태의 흐름을 잘못 파악한 대단히 경솔한 발언이었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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