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에게 본전도 못건진 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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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에게 본전도 못건진 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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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럽의 여론조사 결과 선별적 복지 찬성이 63%

▲ ⓒ뉴스타운

홍준표 지사는 확실히 이슈파이터다. 그것도 인파이팅을 선호한다. 적시적소에 맞는 논리 개발을 잘하는 탓으로 상대방에게 전혀 밀리지 않는다. 논리개발을 잘 하다 보니 설득력 있는 발언도 곧잘 한다. 이러니 한때는 저격수라는 별칭까지 붙었을 것이다.

이번 문재인과의 설전(舌戰)에서 일부좌파들은 문재인을 옹호하기 위해 옹색하기 짝이 없는 설(說)을 풀고 있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홍준표 지사가 우위를 점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이 홍준표의 체급만 키워줬다고 하지만 정치관록만 봐도 홍 지사는 4선 의원을 지냈고 당 대표까지 지냈으며 지사도 벌써 두 번째다. 이에 반해 문재인은 초선의 당 대표에 불과하다.

이처럼 과거 경력으로만 따져 봐도 적어도 급(級)에서만큼은 홍준표 지사가 훨씬 우위에 있다. 상대방과 담판을 하러 가는 사람이라면 상대방을 꼼짝달싹할 수 없을 정도로 무기를 잘 마련해 가야 밑지는 장사는 하지 않게 되는 법이다. 문재인이 아무런 준비도 없이 감성적으로 홍준표를 덜컹 찾아가 담판을 벌였으니 홍준표로부터 대안을 가지고 오는 줄 알았다는 핀잔을 듣게 된 것이다. 야당대표로서야 치욕이자 굴욕을 당한 셈이다.

마침 한국갤럽이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전국 성인 1002명에게 무상급식에 대한 두 가지 입장을 제시하고 어느 쪽에 공감하는지 물은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63%는 '재원을 고려해 소득 상위 계층을 제외한 선별적 무상급식을 해야 한다고 답했고, 34%는 '정부 지원을 늘려서라도 소득에 상관없이 전면 무상급식을 계속해야 한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홍준표 지사의 무상급식 중단 결정에 대해서는 49%가 '잘한 일', 37%가 '잘못한 일'이라고 답했고 15%는 평가를 유보했다. 이만하면 문재인은 홍 지사에게 카운터펀치를 한방 세게 맞은 셈이다. 당사자 격인 경남지역 학부모들은 서운한 일이겠지만 전국적으로 보면 홍 지사가 이긴 게임이었던 것이다. 홍 지사가 문재인과의 설전에서 단연 돋보이는 대목을 꼽으라면 "학교는 공부하러 가는 곳이지 밥 먹으로 가는 곳이 아니다"라는 바로 이 구절이었다.

이번 무상급식 논쟁은 경상남도 좌파교육감이 홍 지사에게 급식비용 지원을 요청했지만 홍 지사가 거부하면서 발단이 되었다. 홍 지사는 작년 11월, 경남교육감에게 무상급식실태에 대한 감사부터 받으라고 전제조건을 달았다. 그러나 박종훈 교육감은 감사를 거부했다. 이때부터 선별적 무상급식 조짐은 이미 있었던 것이다. 마침 홍 지사가 감사를 요구한 배경에는 그럴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기도 했다.

홍준표 지사는 지난달 한 종편에 출연하여 자신이 도지사로 재임했던 지난 2년 동안 '재정점검단'을 만들어 예산 사용의 적합성과 효율성을 점검해 보았더니 불요불급 예산이 상당수 발견되어 이들 예산을 삭감시키는 조치를 단행함과 아울러 복지 분야 특별감사를 실시하여 복지관련 단체장의 편법사용, 직원의 횡령과 착복, 등을 적발하여 145억 원을 환수시켰다고 밝힌 바도 있었다. 이런 비리가 발견된 이상 홍 지사의 감사요구는 정당성이 있었다. 따라서 홍지사가 선별적 복지로 전환한데에는 이와 같은 이유도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홍 지사에게 이와 같은 감사 자료가 있었으니 교육감에게 감사를 해보자고 했을 것이다. 교육감이 떳떳하고 당당했다면 응당 감사에 응할 일이었다. 그러나 감사를 했다하면 터져 나올 것이 상당수 있을 것으로 여긴 교육감이 응할 리는 만무한 일이었다.

이처럼 처음부터 홍 지사는 명분을 쥐고 있었던 것이다. 홍 지사의 선별적 복지의 전환으로 종전과 같이 무상급식을 받게 될 경남지역 학생은 6만 6천여 명으로 줄어들었다. 그동안 학생일인당 무상급식비용으로 책정되는 예산은 180일 기준으로 학생 일인당 연간 44만 원 정도가 책정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예산을 서민층 학생들의 공부 지원금으로 사용하겠다는 것이 홍 지사의 주장이다.

홍 지사의 이번 조치로 무상급식대신 서민자녀 공부지원금으로 사용하게 될 예산은 643억 원이므로 일인당 연간 50만원씩 지원된다고 봤을 때 산술적으로 계산해도 12만 명 정도가 대상이 되므로 학부형의 입장에서는 결코 손해는 아니다. 혜택을 못 받는 나머지 학생들은 부유층 자제들일 것이다. 요즘 학생들 사이에서는 밥은 학교에서 먹고 공부는 학원에서 한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학교에서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줘야한다. 그동안 식자재 공급과 관련하여 수시로 비리사건이 터져 나왔고 학생들이 밥을 다 먹지 않고 버리는 잔반도 상당수 발생되어 환경문제까지 발생하고 있을 뿐 아니라 수시로 식중독이 발생하는 사례들도 많았다. 그만큼 문제가 있었다는 뜻이다.

요즘 경남도청 앞에서는 학부모들이 전면적인 무상 급식에 대해 항의를 하고 있지만, 6만 6천여명의 학생은 여전히 계속해서 무상급식 지원을 받게 되며 무상급식을 받지 못하는 학생의 상당수는 50만원권 바우처를 받게 된다. 이처럼 막상 50만원권 바우처를 받게되면 학부형들의 생각은 또 달라질 것이다. 이처럼 갤럽의 여론조사에서 보듯 이번 설전에서 홍준표의 이름은 크게 부각된 반면, 문재인은 본전도 못 건지는 싸움만 하고 온 셈이 되고 말았다. 그러기에 싸움은 아무나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옛말이 실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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