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학 공부 60년이 흘렀지만, 한국 정치는 여전히 숨 가쁜 전환 속에 있고, 그래서 이 변화에 나는 항시 신경이 바짝 쓰인다”
서울대 교수를 지낸 전 노재봉 전 국무총리가 5년 전에 했던 이 말은 의미심장하다. 당신의 제자들과 머리 맞댄 <정치학적 대화>(2015년 성신여대 출판부)에서 털어놓은 발언인데, 그건 대한민국의 정치란 정상국가에선 찾아볼 수 없는 무규칙 이종경기가 판친다는 탄식이었다. 실은 그는 문재인 정권 등장 전후 한국 정치는 한마디로 체제전쟁 중이란 인식을 널리 알린 분 중의 한 명이다.
체제전쟁, 그게 맞다. 꼭 5년 전 이 나라를 휩쓸었던 박근혜 대통령 탄핵의 광기, 촛불집회 대 태극기집회 그리고 2017년 5·9대선 과정은 아무리 생각해도 정상이 아니었다. 정치는 포장이고 실제론 대한민국 정체성을 흔드는 체제변혁-민중혁명의 전쟁터에 다름 아니었다. 다른 말로 ‘느슨한 형태의 내전’ 이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와해시키려는 세력과 수호하려는 세력 사이의 싸움이 그렇게 속에서 치열했다. 그 끔찍했던 문재인 5년이 끝나가는데, 내년 3·9대선은 또 한 번의 체제전쟁이다. 이미 흔들리고 뿌리 뽑힌 이 나라가 정말로 넘어가느냐의 여부를 결정 짓는 대회전에 다름 아니다.
자 이런 상황에서 노재봉 전 총리는 이번 대선은 文明과 야만의 대결이라고 규정했다.
“대한민국 존재 이유가 유지될 것인가, 소멸될 것인가를 결정짓는 분수령이다. 문재인 정권을 계승하는 측이 승리하면, 대한민국의 존재 이유가 사라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반대라면 일단 막을 수는 있을 것이다”는 것이다.
역시 원로 학자답게 스케일 크게 말씀하시는데, 그게 맞다. 거시적으로 보아 이번 대선은 한반도를 넘어 세계사적, 문명사적 의미가 크다.
“대한민국은 지도상으로 보면 작은 나라이지만 유라시아 대륙과의 관계에서는 ‘작은 거인(巨人)’이다. 우리 주변 대륙은 중국, 러시아 등 온통 독재의 전체주의(全體主義) 국가들이다. 대한민국은 세계사적 의미를 갖는 ‘자유’와 ‘야만’이란 투쟁의 최일선(最一線)에 서 있는 전초(前哨) 국가이다”
노재봉 전 총리는, “대한민국은 중국·북한 같은 대륙 국가의 전체주의를 바꾸는 역사적 사명을 갖고 있다. 반대로 한국이 무너지면 대륙 전체가 전체주의화 된다. 한국의 운명은 한국만이 아니라 인류의 것이기도 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가 말한 대한민국의 존재 이유는 헌법 제10조에 명시된 '개인의 자유'이다.
개인과 자유의 이 두 개념은 한반도에서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처음 생겼다. 북한에는 지금까지 존재해 본 적도 없다. 그런데 문재인 정권은 출범 후 두 가지를 줄기차게 없애려 했다. 올 3월 대선에서 문 정권을 따르는 후보가 당선되면, 자유와 개인이 더 빨리 사라지고 한국의 존재 이유도 소멸되어갈 것이라고 보는 이유다.
그리고 우리는 안다. 이 개인과 자유는 대한민국이 해양 문명 세력과 손잡은 덕분이었다. 중국 중심의 대륙 문명과 수 천 년을 함께 했지만, 이 소중한 개인과 자유는 없었다. 그런 말조차 없었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권은 그 악명높은 친중 사대주의 정권이 아니냐? 중국 앞에서 소국이라고 머리를 낮추는 형편없는 친구가 문재인이었고, 민주당 정권 전체가 친중 사대주의 정권이 맞다.
노재봉 전 총리는, “대한민국은 중국·북한 같은 대륙 국가의 전체주의를 바꾸는 역사적 사명을 갖고 있다. 반대로 한국이 무너지면 대륙 전체가 전체주의화 된다. 한국의 운명은 한국만이 아니라 인류의 것이기도 하다"고 하였다.
사실 노재봉 총리 정도가 되는 분이 이재명을 찍지 말라, 그는 악마다 등의 말을 할 순 없는 것 아니냐? 이런 거시적 시야의 발언을 한 것에 담긴 행간의 의미를 잘 음미해보실 바란다.
※ 이 글은 20일 오전에 방송된 '“문명이냐, 야만이냐?” 원로 노재봉 3월 대선을 말한다”란 제목의 조우석 칼럼을 토대로 재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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