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 “낙강물길공원 주인은 안동 시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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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낙강물길공원 주인은 안동 시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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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구미에코클러스터사업단 본부장
가을 낙동물길공원/수자원공사

몇 해 전 늦가을에 우연히 들렀던 낙강물길공원의 인상이 너무 깊은 나머지 후로도 서너 번 더 찾은 적이 있었다. 처음 본 느낌은 한마디로 놀라움 그 자체였다.

이 공원이 가을과 봄에 더 아름다운 이유는 숲과 물, 그리고 빛 때문이다. 아름드리 메타세콰이어 숲이 연못에 가득 담긴 듯한 풍경은 한 폭의 그림이다.

그 연출자는 바로 빛이다. 빛이 키 높은 숲을 휘감아 통째로 연못에 오롯이 투영한 절묘한 구도를 이 공원은 보여주고 있다. 아마도 기획자는 정남향의 공원 남쪽에 높은 나무들로 숲을 이뤄 그런 예술적 앵글을 빚어냈을 것이다. 인상파 화가의 작품을 보는 듯한 기막힌 풍경이 아주 잘 꾸며진 정원 같다 하여 ‘한국의 지베르니’란 별명이 생겼는데 그 이름값에 손색이 없다. 계절마다 다른 색감을 뽐내 한 번 보면 그 인상을 지울 수 없다는 여행자들의 후기는 공연한 찬사가 아니다.

이 아름다운 공원이 안동댐 안전 보강공사로 일부 훼손될 수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안동 출향인으로서 놀람 뒤에 큰 걱정과 상심을 느낀다.

이동훈 구미에코클러스터사업단 본부장<br>
이동훈 구미에코클러스터사업단 본부장

낙강물길공원은 그저 2만여 평 남짓한 작은 공원 하나가 아니라 안동이 지닌 큰 자산이다. 매년 38만 명이 찾는 관광지일 뿐아니라 랜선관광 붐을 타고 사진작가와 유튜버들의 ‘인생 컷’ 성지로 통하는 영상미의 압권이기 때문이다.

거기다 아름드리 숲을 가꾸는 데는 수십 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 공원의 훼손을 결코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된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비밀의 숲’이라는 이 공원의 또 다른 별명은 자연스럽게 가꾸어진 이 숲의 느낌을 잘 표현한다.

낙강물길공원을 포함한 안동댐은 국가의 자산이며, 한국수자원공사가 관리권을 가진 다목적 인프라이다. 그러나 이 공원의 주인은 안동 시민과 국민들이다.

이 댐이 만들어지면서 와룡면, 예안면, 도산면 주민들에게는 안개로 인한 농작물 피해와 호흡기 질환이라는 큰 짐이 지워졌다. 절경이었던 강줄기가 사라졌고, 안동시 전체 면적의 15%에 이르는 안동호 일대가 개발제한 지역으로 묶이는 것까지 감수해야 했다. 어쩌면 댐 주변에 세워진 안동문화관광단지, 민속촌, 그리고 이 물길공원은 그에 대한 작은 보상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시민들 마음속에 가장 풍부한 감성을 주는 자산을 꼽으라면 바로 이 공원이라고 나는 자신있게 말할 것이다.

안동엔 서원과 종갓집, 사찰, 정자 등 많은 관광자산이 있지만 낙강물길공원 같은 힐링 자산이 드물어 희소가치로 따지자면 백미(白眉)에 비할 만하다. 여행은 보는 것과 느끼고 음미하는 것이 어우러짐으로써 그 목적이 충만된다. 이 공원을 찾는 이들이 하회마을을 찾는 방문객 수에 근접한다는 사실이 이를 잘 설명해 준다. 그런 점에서 월령교에 인접한 물길공원의 가치를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

새로운 수로를 내려는 지점이 바로 이 공원이라니. 반드시 이 공원 쪽이어야 하는가를 재고해야 한다. 7백여 미터에 이르는 댐 폭에서 비상수로를 낼 자리가 이 공원 뿐이라는 점은 커다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만약 이대로 낙강물길공원이 훼손되는 공사가 이루어진다면 안동시민과 함께 이 공원을 아끼는 수많은 국민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길 것이다. 그들 마음속에 깊게 자리잡은 이 공원의 가치는 댐 보강공사의 가치와 양자택일의 문제로 환치해 납득 시키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아직 최종 결정이 내려진 것이 아니라면 기술적인 대안을 마련해 댐의 안전과 소중한 공원이 공존할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고향을 아끼는 한 사람으로서 한국수자원공사에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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