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의 '갑'질은 선천성인가, 후천성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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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의 '갑'질은 선천성인가, 후천성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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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관 직원들의 인사가 국정감사보다 더 중요한가

▲ ⓒ뉴스타운
중국 대사관에 발령받아 공관 일을 보고 있는 주재관들이 무슨 큰 죽을 죄를 지었나 보다. 하늘같이 높고 구름마저 찌를 것 같은 권세를 가진 국회의원 나리를 몰라본 죄는 참으로 막중했나 보다. 그러기에 보기가 좀 사납고, 속으로 욕을 만방으로 하고 싶어도, 웬만하면 참고, 허리를 90도로 굽히고 인사라도 제대로 하지 그랬나, 특히 새민련의 김현한테 말이다. 

일반인이 만약 경찰에서 수사를 받고 있는 피의자 신분이었다면 외국에 나간다는 것은 언감생심 불가능한 일이다. 당장 출국금지를 당해 꼼짝달싹할 수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권세가 대단한 우리나라 국회의원이라면 사정은 달라진다. 아무리 경찰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고 해도 국회의원이라고 하면 피의자 신분 따위는 휴지조각에 불과할 만큼 대단한 권위와 권세를 가지나보다. 적어도 권세가 대단한 김현이 그렇다는 말이다. 

외통위 국정감사에서 단연 돋보이는 의원은 새민련의 김현이다. 김현은 북경대사관 국정감사에서 "베이징 대사관의 외교부 출신 인사들은 국감시작 전에 인사를 하는데 다른 사람들 인사가 없었다"며 나중에 자기소개와 인사를 할 것을 요구했다고 언론들은 보도했다. 북경 대사관 직원들은 "내가 누군지 알아?"의 위력을 간과한 탓인지는 몰라도 김현에게 불경죄를 지었으니 꾸중을 들었던 것이다. 그러기에 아니꼽고, 더럽고, 치사하더라도 '갑'질의 제왕인 김현에게 만이라도 인사를 하지 그랬나. 

외통위가 북경 대사관에 국정감사를 하러 가던 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도 역시 북경에 가서 시진핑 주석을 만나는 등 외교활동을 벌였다. 새민련 김현이 보기엔 이런 모습은 정말 배알이 뒤틀렸을 것이라는 것은 얼마든지 상상이 되는 대목이었다. 그래서 일까, 김현은 이런 발언도 했다. "집권여당의 대표가 지금 중국에 와 계시고 하니 국감 준비하랴, 행사 준비하랴 바빴겠다"며 "혹시나 답변에서 준비가 부족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 하는 말"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자기한테는 인사도 안하는 대사관 직원들을 비비꼬아서 한 말임은 분명하니 두 말하면 잔소리다. 눈에 시린 것은 도저히 그 꼴을 못 봐 주겠다는 심보의 발동은 이렇게 걸렸을 것이다. 4강 권역에 들어가는 중국 대사관의 국정감사 시간은 고작해야 세 시간도 되지 않았다. 그 짧은 시간동안 말단 직원들에게 김현이라는 작자가 인사 안한다고 꾸중하고 김무성이 중국에 왔다고 시비 건 시간을 빼고 나면 과연 무엇을 얼마나 충실하게 감사했을까. 

그랬으니 현대자동차 공장도 방문했을 것이고 그날 저녁에는 우루루 몰려가 장예모 감독의 '금면왕조'라는 뮤지컬 공연까지 관람했을 것이다. 이러니 국정감사를 하러 간 것인지, 뮤지컬 관람하러 단체 관광을 간 것인지 헷갈리는 것은 국민이다. 하긴야 현존하는 정치권 최대의 '갑'질의 주인공인 김현도 함께 공연을 봤다니 힘없는 '을'들이야 그저 입 닫고 있는 것이 상책일 것이다. 허구한 날 놀고먹는 체질이 몸에 베인 지체 높은 나리들이다 보니 뮤지컬 공연관람 시비에 눈꺼풀 하나도 깜빡하지 않을 저들이 아니겠는가.

사람은 원래 자신의 머리보다 무거운 감투가 씌워지면 눈에 보이는 게 없는 법이다. 어쩌다 운이 좋아 높은 자리에 앉다 보면 소위 막강한 끗발을 보여주기 위해 사람이 하루아침에 달라지는 것을 심심찮게 목격한다. 이렇게 변하는 것은 평소에 잠재되어 있었던 열등의식을 커버하기 위한 자격지심에서 나오는 변화라고 보면 틀림없다. 아니면 지독한 '갑'질의 유전인자를 가지고 태어난 원초적 본능에 기인한 탓인지도 모르는 일이고 말이다.

살다보면 꼴 보기 싫은 사람도 있고, 마주하고 싶지 않는 사람도 있는 법이다. 인사도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그게 인사지 겉치레로 하는 인사는 인사도 아니다. 자기가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에게까지 인사할 이유도 없고 의무적으로 인사하라는 법은 더더욱 없다. 인사를 받고 싶으면 인사를 받을 만큼 인간적으로 행동하면서 살아 왔다면 모르지만 희대의 '갑'질만을 행사한 권력 도취환자에게까지 인사할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한 소신 있는 주재관들이야 인사를 하지 않았을 것으로 예단이 된다. 김현은 그 점이 못마땅했을 것이다. 

대사관 국정감사장에서는 대사의 인사가 전 직원들의 인사를 대표한다. 따라서 대사가 인사를 하면 그만이다. 그 자리에 참석한 말단 주재관까지 일일이 인사할 이유가 없다. 얼마나 따질 것이 없었으면 주재관들이 인사 안하는 것 까지 꼬투리를 잡아야 했는지 '갑'질 본색이 참으로 유별나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들었으면 희대의 코미디라고 할 것이다. 정히 인사를 받고 싶으면 평소에 인사 받을 짓거리나 하고 다니는 것이 우선할 일인데도 자신만 그것을 모르고 있으니 청맹과니가 바로 이런 모습일 것이다. 

그러나 김현의 '갑'질도 기꺼해야 일 년 반 정도면 끝날 것이다. 차기 총선만 지나면 '갑'질의 시대가 갈 것으로 보인다. 하는 모양새를 보니 새민련에서 공천 받을 일도 없을 것으로 전망되기도 하지만, 설혹 공천을 받는다고 해도 이번에야말로 '갑'과 '을'의 위치가 180도로 바뀐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될 것이니 말이다. 대사관 직원들에게 인사를 안 한다고 시비를 걸기 전에 '너 자신부터 먼저 인간이 되라'는 말이 입 밖으로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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