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퇴임은 계파전쟁의 서막인가
박영선 퇴임은 계파전쟁의 서막인가
  • 석우영 객원논설위원
  • 승인 2014.10.03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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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노와 비노의 진검승부가 될 가능성 매우 커

▲ ⓒ뉴스타운
박영선 원내대표가 끝내 원내대표직에서 자진사퇴했다. 불과 5개월 전만 해도 야당 최초의 여성 원내대표라고 하면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던 박영선이 초라하게 퇴장했다. 모양새야 자진사퇴라는 형식을 취했지만 사실은 친노 강경탈레반들에 의해 강제축출 당하는 자리였다는 것이 정설이다. 박영선의 퇴임사에는 눈에 띄는 인상적인 구절이 들어있었다. "직업적 당 대표를 위해서라면 그 배의 평형수를 빼버릴 것 같은 움직임과 일부 극단적 주장이 요동치고 있었다." 라는 이 내용이었다. 

어제 각 언론은 박영선이 언급한 '직업적 당 대표'가 과연 누구를 지칭하느냐를 두고 설왕설래가 많았다. 정치권에서는 직업적인 당 대표로 정세균 의원을 지목하는데 대체적으로 시각이 일치했다. 박영선이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2차 협상안을 타결 지었을 때를 회상해보면 정세균을 지목하는 데는 상당한 근거가 있었다. 당시 2차 협상안이 타결되자 가강 반발하고 나선 이들은 문재인계의 강성 친노가 아니라 정세균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이었다. 그리고 정동영도 이에 못지않게 크게 반발했다. 정동영이 반발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박영선 휘하에는 원래 계보원이 없었다. 박영선은 MBC 선배였던 정동영에 의해 정치에 입문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따라서 정동영은 당연히 박영선은 자신의 계보원으로 인정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박영선이 원내대표에 이어 임시 당 대표 자리까지 거머쥐고 보수우파로 알려진 이상돈 교수를 영입하려고 하자 정동영은 박영선이 원대한 꿈을 가지고 자신의 아성을 구축하는 시도로 보고 격하게 공격하기 시작했던 것으로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박영선에게 결정적인 치명타를 날린 것은 원외에 있는 정동영이 아니라 정세균과 계파 의원들이었다. 박영선 퇴진 요구는 이렇게 얽히어 매우 큰 시너지 효과를 냈던 것이다. 

범 친노계로 분류되는 정세균 계파 의원들은 박영선이 합의한 세월호 2차 협상안에 대해 무효주장은 물론이고,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당 임시대표의 사퇴와 원내대표 사퇴까지 릴레이식으로 주장하며 박영선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문재인 계의 강경 친노들은 구경만 해도 얻는 소득이 많을 정도로 정세균의 박영선에 대한 공격은 무차별적이었다. 따라서 박영선은 새누리당으로 부터는 원내 대표로서의 자격과 권위를 의심받기 시작했고 친노강경파들로 부터는 사퇴압박을 받았으며 유가족들로 부터는 불신과 불만감만을 받게 되어 회복할 수없는 상처를 받게 되었던 것이다. 이때부터 박영선의 효용가치는 현격하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어제 저녁엔 과거 MBC에서 박영선과 같이 오랫동안 근무하면서 박영선의 상사로 지냈던 모 인사를 만나 들어본 얘기에 의하면 박영선이 정치계에 입문하기 전에는 친화력이 상당히 좋았다고 전해 주었다. 가령, 명절 때 직장 상사의 집에서 직원들이 모여 환담을 나누는 자리가 마련되면 박영선은 참석한 전원에게 조그만 선물을 나누어 줄 정도로 친근성과 접근성이 좋았다고 한다.

박영선과 이상돈 교수와의 사이에는 평소에 별다른 인연이 없을 터인데도 영입을 시도한 것을 보면 특유의 친화력을 발휘한 것이 이상돈 교수의 영입을 시도하게 된 배경이 되었던 것으로 추측이 되기도 했다. 물론 이상돈 교수에게 보여주었던 친화력이 진심이었는지 제스추어였는 지는 알 수없는 일이지만 말이다. 

이처럼 비록 한 때 이기는 했지만 친화력이 돋보였다는 박영선이 정치권에 입문해서는 가장 강경한 정치인으로 변모한 이유가 어쩌면 자신을 지켜줄 계파가 없는 의원으로써 자신의 정치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살아남기 차원의 변신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는 박영선이 당의 임시대표인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서는 결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비록 임시 당대표이긴 했지만 내년 1월 정당대회를 앞두고 지역위원장을 정비하는 막중한 권한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계보원이 없는 비대위장 박영선에게 지역위원장을 선임하는 권한이 주어졌다는 것은 당권에 도전해야 하는 다른 계파들이 볼 땐 도저히 묵과할 수가 없는 일이자, 결코 용납이 안 되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여러 정황들을 살벼 볼 때, 친노계가 노리는 포커스는 단 하나 뿐이라고 본다. 그것은 분명히 당권 획득에 있을 것이다. 오직 당권획득을 통해 금뱃지를 계속 달아야 한다는 목적이 지고지선인 이들에게 있어 정권교체니 중도외연 확대니 하는, 이런 소리는 옆집 개가 짖는 소리로 들릴 뿐일 것이다. 이들에게 로마로 가는 길은 오직 단 하나, 당권을 획득하는 길이 모든 것의 전부일 것이므로 다른 소리는 귀에 들어 올 리가 없을 것이다.

이러니 어떤 친노 의원의 입에서는 지금 지지율이 10%대가 나와도 자신들만의 길로 가자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선거 때가 되면 어차피 51대 49의 구도가 형성될 것이므로 지금의 여론조사 지지율 10%대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수치에 불과하다고는 소리까지 태연작약하게 나오는 배경일 것이다.

 박영선은 일 년 임기도 채우지 못한 채 상처만 안고 원내대표에서 물러났다. 퇴임사를 보면 할 말은 많지만 지금은 참고 물러가겠다는 의미가 상당히 내포되어 있었다. 한편 박영선이 물러났다는 것은 또 다른 계파전쟁의 서막이 올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싸움은 친노와 비노의 진검승부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 친노계가 득세하자 위기를 느낀 비노세력이 속속 집결하고 있는 것이 이런 정황을 설명하고 있다. 내년 1월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잡는 쪽이 차기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강성파 계보의원들이 죽기 살기로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인 것이다. 또한 공천권 행사는 정계개편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과거 정계개편은 주로 여당에서 시발이 되었지만 만약 내년 초에 정계개편이 일어난다면 이번에는 새민련 발(發)이 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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