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지역 미국의 공백, 종파 간 새로운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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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지역 미국의 공백, 종파 간 새로운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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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공백은 중국, 러시아 중동 초대장
- 이슬람 수니파의 힘 기르기 시간벌기 각축
- 이란 시아파의 영향력 확장 시간과 공간 제공
- 미국의 과제, 이란 핵 프로그램 처리 방향이 중동 안정의 열쇠
미국이 중동의 힘의 균형을 유지하는 부담을 떨쳐버리고 싶다면, 지속 가능한 대안을 찾아야 한다. 그것은 중동 지역의 가장 위험한 갈등을 종식시키고, 실행 가능한 지역 질서를 위한 게임의 규칙을 마련할 수 있는 합의이다. 이 과제는 이 지역에 가장 큰 위협인 이란과의 대치 상황을 해소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거의 일치된 주문이다.
미국이 중동의 힘의 균형을 유지하는 부담을 떨쳐버리고 싶다면, 지속 가능한 대안을 찾아야 한다. 그것은 중동 지역의 가장 위험한 갈등을 종식시키고, 실행 가능한 지역 질서를 위한 게임의 규칙을 마련할 수 있는 합의이다. 이 과제는 이 지역에 가장 큰 위협인 이란과의 대치 상황을 해소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거의 일치된 주문이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중동에 대한 주문(呪文, mantra)은 간단하다.

영원한 전쟁을 끝내라(end the forever wars)”

2021년도 미 백악관은 중국이 제기하는 도전을 관리하는 데 몰두하지 않을 수 없으며, 도저히 승리를 찾아 볼 수 없어 보이는 중동 분쟁으로부터 미국이 손을 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중동에서 미국이 발을 빼는 것은 중동 국가들의 종파 간 경쟁자들에게 넓은 정치적 공간을 넘겨주게 되는 매우 우려할만한 폭력적이고 불안정한 중동의 길을 열게 해 줄 것이다.

이란의 시아파 신정체제(theocracy)와 수니파 아랍인들이 이끄는 국가들 사이의 지정학적 우월성 확보 유지를 위한 투쟁은 이 지역 전체에 사회적 협약을 지워버리고, 국가 기능을 악화시키며, 극단주의 운동을 촉진하는 등 갈등을 촉발하고 있다. 시아파와 수니파 양측은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종교적 정체성을 무기화했으며, 이를 이용해 열렬한 지지자들을 규합하고 지역 내 영향력을 강화해온 결과 중동은 여전히 불씨로 남아 있다. 언제 불이 다시 붙을지 모르는 화약고임에 분명하다.

비록 이란이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그 위치에 대한 도전들이 중동 지역 전역에서 쌓여가고 있다. 수니파는 극악무도한 이슬람 극단주의에 싫증이 났지만, 수니파 과격 무장단체인 이른바 이슬람 국가(IS, Islamic State)의 부상을 부채질한 분노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 지역에서의 새로운 반란은 의심할 여지없이 다시 한 번 그 분노를 이용할 것이다. 이라크, 레바논, 시리아의 수니파는 이란과 동맹국들의 권력 장악 강화 움직임에 점점 더 불안해하고 있다.

일방적으로 미국이 주 둔 미군을 지난 831일부로 철군을 하자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의 무혈 승리로 아프가니스탄이 혼란에 빠져들면서 탈레반 테러리즘이 다시 힘차게 부상했다. 만일 앞으로 아프간의 이러한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어떠한 정치적 과정도 없다면, 그들은 새로운 격동과 유혈사태의 물결 속에서 또 다른 폭발은 불가피해 보인다.

수니파 세력에 편승한 이스라엘이 종파 분쟁에 개입한 것은 이 같은 불길에 기름을 끼얹었을 뿐이다. 이스라엘의 개입으로 지역 안정은 이란 핵 프로그램의 운명에 더욱 좌우되고 있다. 워싱턴과 예루살렘은 이미 외교적 해결이 도달할 수 없을 경우에 대비한 플랜 B”를 논의하고 있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플랜 B는 이란과 미국을 충돌 경로로 몰아넣을 것이며, 종파 간 긴장을 더욱 악화시키고, 사회적 분열을 심화시키며, 동부 지중해 및 그 섬과 연안 지역인 레반트(Levant)에서 아프가니스탄에 이르는 새로운 분쟁을 촉발시킬 수 있다.

미국이 중동지역에서 손을 떼려 하는 것은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하나는 중국과 러시아가 호시탐탐 중동을 넘보고 있으며, 특히 시리아에 유일하게해외 해군 기지를 둔 러시아는 중동에서 빠져 나갈 생각을 추호도 없어 보인다. 중국 역시 세력 확장에 러시아 못지않은 야욕이 넘쳐나고 있다. 나아가 시아파 이란의 강경 정부는 미국의 뒤를 파고들면서 중국이나 러시아를 지렛대로 삼으려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수니파 아랍 국가들은 미국의 이 지역에 대한 안전보장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신뢰감을 갖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이란 핵 프로그램에 대한 협상을 시작하는 등 보다 안정적인 지역의 질서를 위한 길을 열어주지 않는 한, 미국의 나름대로의 최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동은 많은 분쟁 속으로 다시 빨려 들어갈 수 있다.

* 이슬람 자체가 무기 ?

시아파와 수니파 사이의 경쟁의 기원은 이슬람의 시작점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수세기에 걸친 두 종파의 이슬람 율법과 종교 관행에 대한 뚜렷한 차이의 해석을 발전시켜왔다. 그러나 오늘날 시아파와 수니파 두 집단 사이의 갈등은 신학(theology)이 아니다. 오로지 권력다툼(power struggle)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권력 장악의 내막은 막대한 자원을 통한 자금 확보이다. 즉 권력다툼은 즉 이권다툼(fight for interests and/or privileges)이라고 할 수 있다.

시아파와 수니파는 분열된 사회에서 정치적 충성을 형성하는 두드러진 정체성의 지표 가운데 하나이다. 종파 간의 격렬한 싸움은 지난 20년 동안 잦아들었지만, 종파주의(sectarianism)가 이 지역의 정치에 미치는 영향을 사그라지지 않았고, 이란과 이 분열을 부채질하는 수니파가 이끄는 경쟁국들 사이에는 투쟁도 없었다. 수니파와 시아파라는 두 개의 힘은 동전의 다른 면이다.

이란은 지난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으로 아랍 세계에서 영향력을 극적으로 확대하게 되었다. 미국이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수니파-소수파 통치를 보장했던 권위주의 정권을 무너뜨린 이후 테헤란은 레바논과 시리아에서 이라크와 예멘에 이르는 무장 민병대들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기 위해 전문적으로 종파의 충성심을 이용해, 이른바 이란,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의 헤즈볼라를 잇는 지중해 연결축인 시아파 초승달(Shiite crescent)’을 구축했다. 이로써 이란은 역내 수니파를 희생시키며, 시아파에게 힘을 실어주고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경쟁국에 대한 자체 영향력을 강화해왔다.

아랍 세계에 대한 민주주의 국가와 좋은 정부 만들기 운동인 이른바 아랍의 봄(Arab Spring)’은 변화에 위협을 받은 독재자들이 종파주의를 더욱 무기화했다. 바샤르 알 아사드 (Bashar al-Assad)시리아 대통령은 수니파에 대한 두려움을 조성, 시리아 내의 시아파에 뿌리를 두고 있는 알라위파 공동체(Alawite community)에게 겁을 주어, 자신의 정권을 지지하도록 만들었다. 바레인과 예멘에서는 시아파 시위대가 이란의 대리인이라고 비난하며 폭력 진압을 정당화했다. 이란과 아랍의 경쟁국들은 시아파 및 수니파 고객들을 자신들의 지역 영향력을 보호하기 위한 도구로 여기며 이러한 역동성을 강화했다. 그 어디에도 신학(神學)에관한 논쟁 자체는 없다.

이란은 핵 프로그램과 맞물리게 하면서 이 지역에 자신의 발자국의 수를 대폭 늘려나갔다. 미국은 2015년 국제적으로 중개된 이란 핵 합의를 통해 이란의 핵 야망을 효과적으로 견제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정부가 들어서면서 일방적으로 이란 핵 합의에서 탈퇴해버렸다. 이에 따라 이란은 강한 반발을 보이면서 핵 합의 이전 수준으로 우라늄 농축도를 높여가며 핵무기 제조 가능한 플루토늄 확보에 나서기도 했다. 이란의 역내 야망도 한 몫을 했다.

이라크, 시리아, 예멘에서의 종파 간 대리전이 막바지에 이르렀던 아랍 동맹국들은 역내 문제를 핵 회담에 포함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미국의 주장에 격분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란과 사우디가 이웃을 공유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 이러한 분쟁에서 그들을 돕겠다는 미국의 약속에 시이파는 두려움을 갖게 됐다.

수니파 아랍 국가들은 이란 핵 협정이 오바마 행정부가 아사드 시리아 정권을 전복시키기를 거부한 것에 실망을 나타냈다. 아랍 지도자들 입장에서는 시리아 독재자 아사드를 무너뜨리지 못한 것은 이란의 시아파 동맹국들에게 힘을 실어주었고, 핵 협정은 이란의 지역 간섭을 억제하지 못했다. 아랍 지도자들에게는 미국이 중동에서 이란의 주도권을 축복해 주는 것처럼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러한 견해에 동조했다. 그는 2018년 핵 협정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새로운 핵 협정이 이란의 지역적 역할을 다루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최대의 압박 캠페인은 이란에 심각한 제재를 가했고, 테헤란이 아랍 세계에서 재정적으로 자신의 위치를 유지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했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시절인 2020년 카셈 솔레이마니 (Qasem Soleimani) 쿠드스군 사령관과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 원정대, 아부 마흐디 알 무한디스(Abu Mahdi al-Muhandis) 이라크 시아파 고위 민병대 사령관을 사살한 드론 공격을 단행하는 등 이란을 제지하기 위한 여러 조치들을 취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 경제를 때리는 데 성공해 사회적 불행과 정치적 불만을 키웠다. 그러나 이란의 아랍권 강제 퇴각 시도는 완전히 실패했다. 반대로, 이란은 페르시아 만의 유조선을 공격하고,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시설을 목표로 하고,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이라크 공군 기지에 대담한 미사일 공격을 감행하여, 이란과 미국을 그 어느 때보다 전쟁에 가깝게 만들었다.

이란은 트럼프 시절 보다 공격적으로 변했다. 지난 6월에 대통령에 당선된 라이시도 보다 더 강경노선의 인물이다. 미국이 핵 협정을 탈퇴한 이후, 이란은 농축우라늄 비축량을 늘리고, 핵 인프라를 확충하며 중요한 핵 노하우를 쌓았다. 이제 핵폭탄을 만들 충분한 핵분열성 물질을 보유하는 것에 위험스럽게도 근접해 갔다.

애당초 서명 결정이 아니라 핵 협정을 파기하기로 한 것이 이란을 이 지역에서 더 큰 세력으로 만든 것이다. 트럼프 정부의 대표적인 중동 정책 실책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신뢰할 수 있는 핵 프로그램은 이란의 영향력을 더욱 강화시켜주는 우산 제공이 된 셈이다.

2015년 이란 핵 협정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 범위를 줄임으로써, 이란이 대리전쟁을 제공할 수 있는 보호를 감소시켰다. 협정이 중단되고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빠르게 다시 개발 향상시킴에 따라, 이란의 군대는 더욱 더 대담해질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이란 강경파도 트럼프 시절 오히려 권력을 공고히 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세계관이 최대의 압력(maximum pressure) 캠페인에 의해 정당화되는 것을 보았다. 트럼프의 최대의 압박 전술은 미국이 테헤란의 정권 교체를 추구하고 있으며, 이슬람 공화국이 붕괴될 때까지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라는 증거로 이용됐다. 결국 최대의 압박은 미국과의 관계를 헛되게 만들었고, 이란은 미국과 동맹국들과의 대립을 통해서만 자국의 이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따라서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계속 추진은 트럼프 정부로부터 나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에브라힘 라이시(Ebrahim Raisi) 이란 신임 대통령은 지난 9월 유엔총회 일반연설에서 역내 세력 균형이 테헤란에 유리하게 기울고 있다고 믿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라이시는 지난 16일 미 국회의사당 폭동과 아프가니스탄에서 탈출한 미군 항공기에서 추락한 아프간 민간인의 모습을 상기시키며 미국의 패권 체제(hegemonic system)는 나라 안팎에서 신빙성이 없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세계에 전달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이란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이 시사 하듯이 이란의 새 정부는 중동에서의 사건에 대해 승리주의자 관점(triumphalist perspective)’을 채택했다. 그만큼 이란은 자신감을 내보였다. 시리아에 대한 이란의 개입은 미국과 유럽, 터키, 수니파 아랍이 연합하여 아사드를 쓰러뜨리려는 압력에 직면, 역설적으로 독재자 아사드를 구해낸 셈이 됐다.

예멘에서는 미국의 지원을 받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잔혹한 군사작전이 예멘 수도 사나(Sanaa)와 거의 모든 북부 지역에 후티파(Houthis)가 확고히 자리 잡고 있는 현실을 전혀 바꿔내지 못했다. 이란은 또 경제적 압박과 경쟁국들의 간섭에도 불구하고, 이라크와 레바논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유지하고 있다.

아랍권에서 이란의 영향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구축한 민병대는 이 지역 전체에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이 같은 최근 이란의 모든 승리에도 불구하고, 중동 지역을 괴롭히고 있는 종파 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란의 승리들도 종파간 분쟁은 오히려 부추겨지는 양상이다.

* 언제든지 폭발은 가능하다

중동 전역에서 종파 갈등이 고조되는 배경에는 이란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그리고 UAE는 모두 아랍 세계의 수니파를 지지해왔다. 터키와 페르시아 만의 부유한 수니파 사업가들은 IS를 포함한 아사드를 무너뜨리려는 극단적인 수니파들에게 자금을 지원했다.

이 단체의 극렬한 반 시아파와 초기 수니파의 본거지 역할을 했던 이슬람 칼리프 왕국을 부활시키겠다는 약속은 다마스쿠스에서 바그다드에 이르는 넓은 지역에 있는 선거권을 박탈당한 수니파들에게 호소했고, 그 호소는 상당히 먹혀들어갔다. 그러나 IS는 미국과 러시아 그리고 이란이 이라크와 시리아 현지 시아파 동맹들과 함께 IS와 싸움으로써 거의소멸되다 시피했다.

그러나 이란이 역내 세력 다툼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지만, 동시에 앞으로 몇 년 동안 점점 더 큰 압박을 받게 될 수도 있다. 수니파 페르시아 왕국은 이스라엘, 터키와 함께 아랍 세계를 괴롭히고 있는 종파 분쟁의 결과에 모두 이해관계가 있다.

미국이 이란이 자리를 잡은 여러 곳에서 이란을 몰아내려고 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내는 가운데, 역내 배우들이 도전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시리아에서 아사드 정권은 권력을 강화하려고 시도하고 있지만, 시리아는 여전히 종파의 화약고로 남아 있다. 이들리브 북서부와 쿠르드족이 장악하고 있는 북동부 지역을 둘러싼 전투가 재개될 수 있다.

터키는 이들리브 정권을 장악하려는 아사드의 시도에 대해 반격을 하며, 시리아 내 수니파 인권 수호자 주장을 강화하고 있다. 이스라엘도 시리아 분쟁의 소용돌이에 말려들었는데, 이란이 시리아에서 군사적 행보를 확대시키고 있어 점점 더 불안해지고 있다. 시리아에서 수니파 주민 대다수는 선거권이 박탈되고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시아파의 이란의 입김이 아사드를 놓쳐서는 안 되는 러시아의 입김과 함께 점점 세지고 있다.

시리아의 운명은 이라크와 연관되어 있다. 이라크 중앙정부가 수니파 지하디스(jihadis)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 것은 이란과 미국의 군사적 지원에 대한 의존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라크는 종파 갈등을 진정시키는 데는 성공했지만, 불씨는 수면 바로 아래에서 밝게 타오르고 있다.

최근 전국 단위 선거에서도 정치 현상의 빈약함이 부각됐다. 10월 투표에 앞서 영향력 있는 아야톨라 알리 알시스타니(Ayatollah Ali al-Sistani)와 시아파 종교단체는 이라크인들에게 투표장으로 향할 것을 촉구했지만 묵살됐다. 대중들의 무관심으로 인해 사상 최저의 투표율을 기록했고, 이는 이라크의 가장 종파적인 정치 인물들인 성직자 무크타다 알-사드르(Muqtada al-Sadr)와 전 총리 누리 알-말리키(Nouri al-Maliki)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그나마 희망적인 점은 이란의 지원을 받는 시아파 민병대와 연계된 정당들도 실적이 저조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최근 국무총리를 암살하려는 시도에서 보여 지듯, 그들에게 나라를 불안정하게 만들 동기를 주었다.

사드르의 등극은 이라크의 종파 평화에 좋은 징조가 아니다. 그는 스스로를 민족주의자라고 자처했지만 이라크의 국익을 시아파 공동체가 국가를 통치할 권리와 동일시했다. 그의 민병대는 지난 2006년 이라크를 집어삼킨 종파 내전에 앞장섰으며, 수니파를 진정시키기 위해 권력을 이양할 생각은 없다. 그는 이란으로부터의 자치를 원하지만, 국내에서는 라이벌 파벌과 시아파 이라크 통치에 반대해온 페르시아 만의 수니파 군주국들과 대치하고 있다. 그의 성향은 테헤란에 의존하는 것일 것이다.

레바논의 격동도 불안정을 예고하고 있지만 이란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이란의 주요 정치인은 헤즈볼라로, 헤즈볼라는 지난 수년간 이란의 후원을 받으며 군사력을 키워왔다. 레바논 시아파 무장단체는 이스라엘과의 전쟁에서 좋은 성과를 거뒀으며, 이스라엘군의 대이란 군사행동에 대한 위협적인 억지력을 발휘하고 있다.

레바논의 이슬람교 시아파 교전단체이자 정당조직인 헤즈볼라(Hezbollah)는 또 아랍권, 특히 이라크와 시리아에 이란 동맹국들을 대표하여 성공적으로 전투기를 배치하여 이란에 더욱 필수 불가결한 존재가 됐다.

그러나 헤즈볼라는 레바논의 정치세력으로서 레바논의 국가와 사회를 부식시킨 경제위기에 깊게 연루되어 있다. 이란의 기독교와 수니파 공동체는 헤즈볼라의 친이란 충성심을 비난하며 국가로서 기능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레바논인들은 20208월 베이루트 항구에서 발생한 대규모 폭발로 도시 곳곳이 파괴된 것에 대해 자국 정부를 비난하고 있다. 헤즈볼라는 투쟁 없이 권력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시아파 공동체에 대한 그들의 지배력은 여전히 강력하며, 이란은 이 단체를 지원할 것이다. 레바논은 오랫동안 폭력사태로 시달려왔으며, 현재 레바논에서 벌어지고 있는 또 다른 종파 분쟁의 발단이 되고 있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예멘에서는 내전이 대리전이 되고 있다. 한쪽에는 중앙정부가 자리 잡고 있는데, 사우디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자이디 시아파(Zaidi Shiite, 신학적으로 수니파에 가장 가까운 온건한 시아파) 종파가 장악하고 있는 북부 출신 후티파(Houthi tribes people)도 있으며 이란의 지지를 받고 있다.

전쟁은 2015년 사우디아라비아와 UAE가 이끄는 연합군이 후티의 승리를 막고, 아라비아 반도에 이란 해안 거점을 구축하기 위해 개입하면서 노골적인 종파적 분쟁을 시작했다. 그들의 캠페인은 예멘을 황폐화시켰지만, 전투 기간 동안 오히려 이란에 대한 의존도가 커진 후티족을 물리치지 못했다. 전쟁이 끝나면, 후티는 예멘의 주요 지역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고, 예멘의 정치에서 큰 영향력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축배의 잔은 이란과 시아파 측이 반을 채우고 사우디와 수니파 동맹국들을 위해 절반은 비워둘 것으로 보인다.

수니파 아랍 국가들은 점점 더 강력한 동맹국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라크와 시리아에 있는 이란 기지에 대한 공습을 감행하고, 암살, 사이버 공격, 산업화를 수행함으로써 급성장하는 지역 싸움의 중심에 서게 됐다. 이스라엘은 이슬람 공화국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늦추기 위한 방해 공작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이란은 지금까지 사이버 공격과 페르시아 만에 있는 자국 선박에 대한 공격으로 이스라엘에 대한 대응을 제한해 왔지만, 상황은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 이란과 이스라엘 사이의 직접적인 전쟁은 아니지만, 아마도 이라크, 레바논, 시리아에 있는 양측의 암묵적인 파트너들 간의 충돌과 이스라엘의 새로운 모든 공격에 대한 이란의 공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란은 과거 이스라엘을 세계 지도에서 아예 없애버리겠다고 호언장담을 했고, 이스라엘은 조용히 그러나 거세게 이란을 공격하는 등 두 나라 사이는 늘 긴장이 이어져 왔다.

* 수니파의 강력 반발

이런 가운데 수니파 아랍 국가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그들은 이란이 이라크를 침공했을 때 시작된 지역적 영향력 확대를 억제하면서 미국에 의존해왔다.

그러나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떠나고, 이라크 주둔 미군 감축에 대한 논의, 바이든 행정부의 영원한 전쟁 종식을 원하는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는 일단 긴장을 완화시키고 자신들의 지역 역량을 구축하기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한 기대로 이란과 대화를 시작해야 했다. 이번 회담은 수년간의 중동 지역 대리전쟁, 미국의 이란 경제 위축에 대한 사우디와 UAE의 지원, 사우디와 UAE 영토 내 이란의 공격 이후 이루어졌다.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는 긴장을 줄이기 위한 중요한 노력을 보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란이 예멘에서 전쟁을 끝내고, 사우디 자국 영토에 대한 이란의 드론 공격을 종식시키기 위해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예멘의 후티파에 기대를 걸고 있다.

시아파 종주국 이란도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와의 관계 완전 정상화를 원하고 있다. 이란과 미국 간 핵 협상의 그늘에서 회담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돌파구가 아직 눈앞에 다가오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나 양측은 계속 만나 종교 관광을 촉진하기 위한 영사관 개설과 같은 화해의 첫 단계 가능성을 확인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대화를 지지해왔지만, 미국이 스스로 할 수 없다면 리야드(사우디)를 이란과 협상 타결을 압박할 수는 없다.

수니파 극단주의의 망령도 이란을 계속 걱정시키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의 승리는 이 지역 수니파 무장 세력에 도움이 됐다. 이 단체의 역사는 유혈 종파 간 폭력으로 얼룩져 있다. 탈레반은 더 이상 시아파에 대한 적대감을 공개적으로 나타내지 않고, 이란과 관계를 맺었지만, 그들의 권력 복귀는 정부 직책에서 시아파 하자라족(Hazaras)을 숙청하고, 그들의 사업을 폐쇄하고, 그들을 집과 마을에서 추방했다.

비록 시아파 사원에 대한 치명적인 폭탄 공격과 같은 최근의 종파 간 폭력사태가 이슬람 국가 호라산(IS-K)으로 알려진 IS의 동맹에 책임이 있다고 비난받고 있지만, 그것은 여전히 아프가니스탄에서 더 넓은 종파 분쟁의 가능성을 강조하고 있다. 수니파 아랍 국가들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Recep Tayyip Erdogan) 대통령이 이끄는 터키와의 관계를 개선함으로써 전략적 깊이를 찾고 있다.

에르도안의 터키는 스스로를 수니파 권력의 상징적 심장부인 이슬람 칼리프국의 소재지였던 오스만 제국의 후계자로 보고 있다. 또한 아랍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이슬람 세력인 무슬림 형제단(Muslim Brotherhood)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아랍의 봄 동안 터키는 민주주의에 대한 대중의 요구와 권력에 대한 무슬림 형제단의 야망을 지지하면서 아랍 세계의 모델로 변모했다. 이후 페르시아 만 주변국들이 카타르를 봉쇄할 때도 카타르 편을 들었다.

이러한 정책들은 터키를 수니파 세계의 지도력에 대한 경쟁자로 인식한 페르시아 만 군주국을 화나게 했다. 이러한 내부적인 언쟁은 이란과의 종파적 경쟁을 무색하게 만들기도 했다. 사실, 그동안 앙카라와 테헤란의 관계는 일반적으로 리야드 및 아부다비와의 관계보다 따뜻했다.

터키가 수니파 경쟁자들과의 경쟁으로 인해 에르도안 정부가 이라크, 레바논, 그리고 최근 아프가니스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터키가 종파주의가 활동 중인 모든 분야에 종파주의를 도입했다. 터키는 이란의 영향력에 대항하는 방벽이었다.

터키는 이란의 대리 병력에 필적할 수는 없지만, 군사적, 경제적, 외교적 능력은 중동에서 영향력 있는 역할을 유지하는 것을 보장했다. 반면 수니파 아랍 국가들은 의미 있는 방법으로 이란의 세력을 견제하는 데 실패했다. 시리아 반군에 대한 그들의 투자는 수포로 돌아갔고, 사우디는 레바논을 버리고, 이라크에서 발판을 마련하지 못했으며, 예멘 전쟁에서 비틀거렸다.

그러나 수니파 아랍 국가들은 워싱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이스라엘과의 정보 및 군사 협력으로 전략적 깊이를 강화하고 있다. 사우디가 이스라엘의 비행기가 자국 영공을 통과하게 하는 등 이스라엘과 우호적 관계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과거엔 있을 수 없는 현상이다. 그러는 동안 수니파 국가들은 힘을 기르기 위한 시간 벌기에 나서고 있는 중이다.

* 좋은 조건으로 떠나야 한다

미국이 중동에서 다가오는 모든 위험을 완화할 수는 없다. 그러나 상황을 악화시키는 것은 피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 지역에서 미국의 역할이 작아지는 것은 불가피할지 모르지만, 미국이 지분을 어떻게 끌어올리느냐가 중요할 것이다.

미국이 중동 지역에 대규모 병력을 계속 주둔시키고 있다고 해도, 군사력을 사용하겠다는 미국의 약속은 점점 더 의심받을 여지가 있다. 지금까지 미국은 중동 국가들에 안전보장 측면에서 신뢰를 보여주지 못했다. 막대한 자금을 들여 미국산 첨단 무기만 잔뜩 구매했지 실질적으로 큰 도움을 받지 못했고, 앞으로도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심리 상태는 이란과 그 대리인들에게는 열린 공간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나아가 눈여겨보고 있던 러시아와 터키와 같은 새로운 참가자들을 불러들이는 초대장이 될 것이다. 40년 이상 이 지역의 실질적인 안보 구조대 역할을 해온 미국의 봉쇄 전략을 대체할 만한 준비물은 없다.

워싱턴이 노릴 수 있는 최선의 목표는 상대적인 평온함이 새로운 역내 틀이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기를 바라며 역내 경쟁의 격화를 억제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봉쇄를 시행하지 않으려는 미국의 노력은 역내 강대국 간의 갈등을 줄이고 해결하기 위해 외교적 급물살을 타야만 한다는 게 미국의 외교 전문지 포린 어페어즈의 최근 주장이다.

이란과의 핵 협정은 역내 불안정의 가장 중요한 억제책으로 남아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2015년 핵협상 복귀에 주저할 수 있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협정의 이란 제재 중 일부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첫 임기가 끝나기 전에 만료될 예정인데, 협상의 일환으로 요구되는 제재 해제는 초당적 비난의 소용돌이를 불러올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바이든 행정부는 더 길고 강한 협상(longer and stronger deal)’을 원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란은 2015년 협정의 회복에만 관심이 있다. 문제는 미국의 차기 행정부가 이 협정을 다시 파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미국의 보장이 없다. 교착 상태, 혹은 회담의 결렬은 이란과 미국을 아랍 세계를 수놓게 하고, 종파주의를 부추길 수밖에 없는 대립의 위험한 길에 놓이게 할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역 행위자들이 서로 대화하도록 독려했다. 그러나 핵 협정을 복원하려는 노력이 흔들리면 이러한 대화는 지속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포린 어페어즈는 첫 번째 희생자는 시아파 및 수니파 관계자들의 합의가 필요한 이라크와 레바논의 안정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을 중동에서 구출하기 위해서는 지역 안정을 구축해야 하며, 그 노력은 2015년 협정을 상호 준수하도록 이란과 미국을 복귀시키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40여 년 동안 미국은 중동 지역이 자국의 국익에 필수적이라고 생각했었다. 이스라엘은 이란을 봉쇄하고, 이슬람주의를 저지하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을 관리하기 위해 아랍 국가들과 동맹을 맺었다. 미국의 전략은 이란과 아랍 이웃 국가들 사이에서 안정적인 힘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을 때 가장 성공적이었다.

미국이 2003년 이라크를 침공함으로써 그 균형을 깬 이후, 이라크는 그 균형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이 전략적 재교정을 받아들여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

특히 중동은 더 이상 미국의 국익에 그렇게 중요치 않기 때문에, 이해하기 힘든 힘의 균형을 추구하기에는 너무 많은 비용이 든다. 물론 그 지역을 자기 마음대로 내버려 두는 것은 위험한 책략이다. 새로운 안보체계가 마련되지 않으면, 혼란과 갈등이 중동의 오늘의 질서가 될 것이다.

이슬람 극단주의의 재발, 영토와 자원을 둘러싼 크고 작은 전쟁, 이란과 이스라엘 간의 공개적인 갈등은 필연적으로 미국의 새로운 관심을 요구하게 될 치명적인 안보와 인도주의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미국이 중동의 힘의 균형을 유지하는 부담을 떨쳐버리고 싶다면, 지속 가능한 대안을 찾아야 한다. 그것은 중동 지역의 가장 위험한 갈등을 종식시키고, 실행 가능한 지역 질서를 위한 게임의 규칙을 마련할 수 있는 합의이다. 이 과제는 이 지역에 가장 큰 위협인 이란과의 대치 상황을 해소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거의 일치된 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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