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란 : ‘반미동맹’이냐 ‘거래 동반자’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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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란 : ‘반미동맹’이냐 ‘거래 동반자’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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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내 은행 2곳에 70억 달러 규모의 이란 자금이 동결돼, 경색되어 있는 한국-이란 관계 개선도 북한과 이란의 협력을 희석시킬 수 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이란과 북한을 고립시키려는 미국의 노력이 동시에 이뤄지면 평양-테헤란 협력 관계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내 은행 2곳에 70억 달러 규모의 이란 자금이 동결돼, 경색되어 있는 한국-이란 관계 개선도 북한과 이란의 협력을 희석시킬 수 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이란과 북한을 고립시키려는 미국의 노력이 동시에 이뤄지면 평양-테헤란 협력 관계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핵무기 기술, 탄도미사일 등 주로 무기를 매개로 한 북한과 이란관계가 어떤 관계인가를 따져보기도 하지만 북한과 이란의 은밀한 관계를 한마디로 규정하기는 쉽지 않다.

지난 24일 미국의 북한 전문 분석 사이트인 ‘38노스(38 North)’는 북한과 이란관계가 단순히 반미동맹(Anti-American Alliance)’이냐 아니면 거래 동반자(Transactional Partnership)’인가라는 문제를 다뤘다.

이란 혁명 이후 40년이 지난 지금도 북한(DPRK :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이란과 긴밀한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2021620일 북한의 최고 지도자 김정은은 에브라임 라이시(Ebrahim Raisi) 이란 대통령선거 승리를 축하하고 강력한 이란 구축(building a powerful Iran)”에 성공하기를 기원했다.

이 같은 발언은 양국 간 안보협력이 커지고 있다는 증거와 맞물려 있다. 북한과 이란이 2020년 부품 선적을 포함한 장기적으로 미사일 개발 프로젝트에 협력하고 있다는 최근 유엔 보고서가 공개됐다.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는 2014년 극초음속 무기 시험시설을 개발한 이란으로의 기술 이전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북한이 이란과 동반자 관계를 맺는 것은 반미 감정을 공유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란-북한 관계는 보기보다 복잡하다.

그들의 관계는 걷잡을 수 없이 강해 보이지만, 북한-이란 협력 관계는 주기적으로 의견 불일치로 인해 어려움을 겪어왔고, 북한이라는 존재는 이란 개혁주의자들과 보수주의자들 사이에 분열쟁점(wedge issue)의 문제로 남아 있다.

이란-북한 협력의 주요 분야는 군사 기술 분야, 특히 탄도 미사일 분야, 그리고 중동의 테헤란 동맹 대리 민병대와의 긴밀한 관계에 있다. 이에 이란과 북한은 거래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어 미국의 이익을 위협할 수 있지만 상당한 변동성도 보이곤 한다.

특히 1979년 이후 북한과 이란의 관계는 긴밀하지만 간헐적인 동반자 관계이다. 이란은 1973년 북한과 외교관계를 수립했지만, 1979년 이란혁명으로 테헤란-평양 간 협력이 급속도로 확대됐다. 19809월 이란-이라크 전쟁이 발발하자, 북한은 소련군의 T-54/T-55 전차, 탄약, 중국제 장비 등을 이란으로 보냈다.

이러한 무기 이전은 1981-1983년에 정점을 찍었지만, 전쟁 후반기에 품질 문제로 인해 감소했다. 북한은 전쟁 후반 대()수송미사일 등 소련과 중국의 군사 장비를 부정할 수 없는 통로 역할을 했고, 악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Akbar Hashemi Rafsanjani)1985년 평양 방문 이후 북한군 기술고문이 이란에 파견됐다.

199011월 오진우 전 북한 인민부력무장(국방장관)은 이란 테헤란에서 모센 레자이(Mohsen Rezai) 이슬람혁명수비대(IRGC=Islamic Revolutionary Guard Corps) 단장을 만났고 이란은 사거리 500스커드-C’ 미사일 판매를 허가했다.

이로써 탄도미사일 분야에서 이란-북한간 협력을 증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고 양국 간에 새로운 유대관계를 형성했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20188월 이란 방문과 자바드 자리프(Javad Zarif) 이란 외무장관의 20194월 평양 방문 약속으로 부각된 미국의 제재에 반대하는 양국 간 연대는 여러 가지 근본적인 이유로 양국 교역이 다시 재시동 되지 않고 있다.

1980년대 북한이 이라크와 외교관계를 다시 수립하려는 노력의 유산은 이란에 대한 불신을 잠재시켰다. 보코하람(Boko Haram)과 이른바 이슬람 수니파 과격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 Islamic State) 등 수니파 극단주의 조직에 대한 북한의 군사개입 거부감이 이들 단체에 대한 이란의 매파(강경파) 정책과 충돌했다.

이란-북한 협력의 깊이는 이란 정파 간 의견 차이로 한계가 있었다. 케이한(Kayhan, 이란에서 발행되는 영자신문) 등 강경 매체들은 관례적으로 북한과의 긴장 고조에 대해 미국을 비난하고, 북한 노동신문 등 북한 관영매체들의 내용을 무비판적으로 증폭시키곤 했다.

다만 이란이 한국과 끈질기게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온 탓에 하산 로하니 전 대통령(Hassan Rouhani)이나 자바드 자리프(Javad Zarif) 외무장관 등 온건파 인사들의 이런 강경한 견해는 지속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심지어 20199월 한국의 은행들이 보유한 이란 자산 70억 달러 동결을 둘러싸고, 이란과 한국의 충돌이 있었지만, 테헤란이 서울 대신 평양을 선택하거나 북한과의 협력을 확대 하지는 않았다.

이러한 모순을 고려할 때, 이란-북한 협력 관계는 종종 표현되듯이 전천후 반미축이 아닌 거래적인 데다가 큰 불일치를 일으키기도 쉬운 관계이다.

1980년대에 이란에 무기를 처음 판매한 이래, 북한은 탄도 미사일 개발에 있어 이란과 긴밀히 협력해왔음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1991년 중국과 이란이 10년 군사 협력 협정을 맺었지만, 북한은 1990년대에 테헤란에 미사일 기술을 공급하는 주요 국가가 됐다.

북한은 1995년 스커드의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TEL, transporter-erector-launchers)를 이란으로 수송했고, 199911월 미국 정보당국은 노동 미사일 엔진 12기를 북한에서 이란으로 반출한 사실을 조사했다.

2006년과 2009년 핵실험 이후 북한에 대한 유엔의 엄격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이란과의 탄도미사일 협력은 빠른 속도로 계속됐다. 20115월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과 이란 사이의 정기 항공편이 미사일 관련 장비를 이전했다. 이들 항공편은 북한 고려항공, 이란항공 등 민간 항공사가 전세 낸 것으로 중국 영공을 통과했다.

이러한 전쟁 물자 이전은 북한 군사 기술에 대한 이란의 지속적인 관심을 반영했다. 2000년대 이란은 노동미사일의 비축량을 보완하기 위해 북한의 무수단 시스템(Musudan system)을 구입했고, 2007년 공개된 이란 해군의 가디르 급 잠수함(Ghadir-class submarines)은 북한의 시제품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가디르(Ghadir)는 아랍어로 연못(pond) 혹은 움푹 꺼진 곳(hollow)’을 뜻한다.

북한은 또 이란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80톤급 로켓 부스터(rocket booster : 로켓 추진 미사일) 개발을 지원했다. 2016년 미국 의회조사국 보고서는 이란과 북한 간 탄도미사일 기술협력이 중대하고 의미 있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폭로는 2016년 미국 재무부가 북한과 협력한 이란 기업에 대한 제재를 단행하면서 절정에 달했다.

2016~2019년 이 같은 선적 증거가 줄어든 가운데, 북한과 이란의 미사일 개발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이란의 샤히드 하지 알리 모바헤드 연구센터(Shahid Haj Ali Movahed Research Center)2020년 북한 미사일 전문가들로부터 우주발사체(SLV=space launch vehicle)에 대한 지원과 도움을 받았다.

북한의 이란에 대한 미사일 기술 지원이 더욱 주목받았지만, 이러한 군사 노하우 이전은 결국 양쪽으로 갔다. 이란 기술자들은 2009년과 2012년 북한의 은하 로켓 발사에 참석했다. 201010월 북한은 이란의 샤하브-3 삼각뿔형의 탄두(Shahab-3 triconic warhead)’와 매우 흡사한 노동 미사일 탄두를 공개했다.

이란 항공우주산업기구(Aerospace Industrial Organization)의 자회사인 샤히드 헤마트 산업그룹(SHIG,Shahid Hemmat Industrial Group)은 탄도미사일에 사용되는 밸브와 전자기기, 측정 장비를 대가로 기술자들을 북한에 보냈다. SHIG와 허가받은 조선광업개발회사(KOMID, Korea Mining Development Trading Company)와의 관계도 20161월 미 재무부가 발표했다. 따라서 20129월 이란-북한 군사기술 협정은 이란과 북한 모두에게 실질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북한과 이란의 탄도미사일 협력에 대한 잘 문서화된 기록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에 대한 북한의 지원에 대한 주기적인 우려를 부채질했다. 북한이 20079월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시리아의 알키바르 원자로(Al-Kibar nuclear reactor) 건설을 지원한 것은 향후 이란 지원을 위한 잠재적 프로토타입(prototype)이다.

2002년 이란 나탄즈(Natanz)시설을 폭로한 반체제단체인 이란저항국민평의회(NCRI=National Council of Resistance of Iran)2015년 북한 핵과학자들이 이란을 방문했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2018년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Joint Comprehensive Plan of Action) 탈퇴 이후, 이란의 우라늄 농축이 강화되면 북한과의 협력이 확대될 수 있지만, 핵 분야에서 양국 간 대규모 협력이 이뤄졌다는 증거는 아직 불충분하다.

이스라엘에 대한 반감과 시리아 대통령 바샤르 알 아사드(Bashar al-Assad)에 대한 지지로 북한과 이란은 중동에서 시아파 대리 민병대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레바논의 헤즈볼라(Hezbollah), 예멘의 후티(Houthis)와의 협력이 긴밀하다.

북한의 헤즈볼라 협력에 대한 우려는 2006년 이스라엘-헤즈볼라 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북한은 1980년대에 헤즈볼라와 비공식적으로 접촉했으나, 2000년에 야심에 찬 군사훈련 프로그램을 시작하여 헤즈볼라에게 무기, 식량, 의료시설 지하 벙커를 만드는 방법을 가르쳤다.

200712월 미국 의회조사국은 헤즈볼라와 타밀 타이거즈(Tamil Tigers)를 북한군 지원의 주요 목적지로 선정하면서 이 보고서들을 신뢰하게 됐다. 북한과 헤즈볼라의 관계에 대한 우려는 20086월 미국이 북한의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를 발표하면서 사그라졌다.

이스라엘은 20097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 지정한 ‘ANL-호주 무기 은닉처(ANL-Australia arms cache)’가 발견된 후, 북한이 헤즈볼라와 하마스를 공급했다고 비난했지만, 미국 관리들은 이 물자가 하마스에게만 공급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1년 시리아 내전 발발은 미국과 이스라엘에서 이러한 우려를 되살렸다.

미 정보기관에 따르면, 북한 기술진이 하마, 아드라, 바르자(Hama, Adra and Barzah) 등 헤즈볼라 전투기가 밀집한 시리아 기지의 미사일 공장 관리를 도왔다. 북한은 또 헤즈볼라의 터널(Land of Tunnels)” 건설을 도왔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북한의 후티와의 군사 협력은 덜 광범위하고 비밀리에 무기를 이전하는 것에 국한될 가능성이 높다. 20158월 한국의 서울방송(SBS)은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후티 미사일이 과거 북한 열병식에 사용된 스커드-C나 화성-6 미사일과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20188월 유엔 보고서는 KOMID가 후티에 재래식 무기와 탄도 미사일을 공급하려 한다는 것을 밝혔다. 북한군이 후티로 넘어가는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시리아 무기상 후세인 알 알리(Hussein al-Ali)가 북한과 후티 사이를 오가며 대화자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지난 6월 대성에서 승리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 취임으로 이란 외교정책 수립 내 강경파가 대담해지고, JCPOA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이란-북한 협력 전망도 밝다. 미국 정책 입안자들은 이란과 북한의 수사적 연대(rhetorical solidarity)가 탄도미사일 생산 분야에서 협력으로 전환되는 것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는 점이다.

다만 이란-북한 파트너십의 모순과 거래 차원을 보면 방탄조끼는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의 복원과 제재 개선으로 이어지는 미국의 이란과의 포용력은 이란이 북한과 군사 협력을 확대하지 못하게 할 수 있다.

한국 내 은행 2곳에 70억 달러 규모의 이란 자금이 동결돼, 경색되어 있는 한국-이란 관계 개선도 북한과 이란의 협력을 희석시킬 수 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이란과 북한을 고립시키려는 미국의 노력이 동시에 이뤄지면 평양-테헤란 협력 관계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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