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간첩'에 잇따라 면죄부
스크롤 이동 상태바
서울중앙지법 '간첩'에 잇따라 면죄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간첩이 없어서 못 잡나, 잡아도 소용이 없어 안 잡나?

▲ ⓒ뉴스타운
화교간첩혐의자 유가강에 이어서 북한 보위부직파간첩 H모씨가 귀순자 및 탈북자 수용 및 조사시설인 합동심문소 조사과정에서 이른바 미란다 원칙을 지키지 않고 변호사 접견권을 보장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간첩 피의자의 진술조서와 자백내용을 유죄증거에서 배제하고 잇따라 무죄를 선고했다.

일반적으로 간첩(間諜)이라하면, 적국 또는 적대적 교전집단을 위해 국가 및 군사기밀을 제공하는 자를 뜻하며, 스파이, 첩자(諜者), 공작원(工作員), 세작(細作) 등으로 불린다. 적국 또는 적대집단이 파견한 간첩 중 습격, 파괴, 납치, 암살 등 임무를 위해 무장을 한 간첩을 무장간첩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간첩죄에 대하여 형법에서는 적국을 위하여 간첩하거나 간첩을 방조한자, 군사상의 기밀을 누설한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군형법이나 국가보안법에서는 간첩죄의 내용을 보다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간첩이라 할지라도 형사소송법상 절차를 준수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간첩의 경우 일반 형사범죄와는 확연히 다른 측면이 있기 때문에 간첩사건 수사 검사 및 사법경찰관은 물론, 간첩사건 심리 및 판결을 내리는 법관, 간첩사건을 변호하는 변호사, 이를 보도하는 언론도 간첩사건이 갖는 위중함에 대한 경각심과 간첩의 특성 및 간첩 수사의 어려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간첩이라 함은 김신조와 같은 무장공비, 김현희와 같은 테러공작, 인혁당, 통혁당, 남민전, 민혁당, 남한조선노동당 같은 지하당구축, 습격 파괴 납치 요인암살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선발 채용 교육훈련 및 시험과 검열을 통과 최종적으로 임무를 부여받고 위장침투 또는 합법입국한자를 말한다.

북한노동당이나 정찰총국 또는 국가보위부 등 대남공작부서에서 계급적 토대와 사상이념이 투철한 자를 공작원으로 선발, 임무에 따라 교육훈련을 통해 초인적 역량을 부여하고 좀처럼 정체가 드러나지 않도록 3중 4중의 가장(假裝:COVER)과 그를 합리적이고 자연스럽게 뒷받침 할 자장구실(假裝口實 : COVER STORY) 및 증명문건(證明文件)을 소지 남파시킨다.

대남공작기관이 공작원 남파 시에 가장 역점을 두는 것은 보안유지와 배신 방지이다. 만약 정체가 탄로 나서 수사기관에 쫓기게 되면, 간첩활동 관련 흔적을 깨끗이 인멸하고 위험으로부터 사력을 다해 도피탈출토록하고 있으며, 퇴로를 차단당해 탈출이 불가능할 시에는 체포직전에 공작보안유지를 위해서 독약으로 자살하거나 수류탄으로 자폭토록 강요하고 있다.

KAL기 폭파범 김현희의 예를 보면, 일본 여권을 가진 일본인 하치야 마유미(蜂谷 真由美)로 가장하기 위해 납치일본인여성 리은혜(다구치 야에코 : 田口八重子)로부터 일본어와 일본인의 생활습관을 익히는 등 현지화(現地化)학습을 받고 검열을 통과 후 김정일로부터 친필지령을 받아 KAL기 공중폭파 테러를 저지른 것이다. 체포과정에서 공작조장 김승일은 자살에 성공하고 김현희는 자살에 실패 했다는 사실은 더 이상 설명의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처럼 남파공작원이 자살이나 자폭에 실패, 수사기관에 체포 되면, 허위진술로 시간을 지연, 동료공작원의 도피나 지하조직망의 잠적을 돕고, 사전교육 훈련한대로 거짓말 탐지기 극복 등 심문이나 고문에 끝까지 저항하고 묵비권과 단식투쟁, 진술번복, 고문주장 등 체포 당했을 때 행동 시나리오대로 투쟁하게 돼 있다.

따라서 전향의지를 가지고 수사에 적극 협조하는 자가 아니라면, 국정원 등 사법경찰관이 20일, 검찰에서 30일 도합 50일간 이라는 짧은 법정 수사기간 내에 간첩범죄 내용조사 및 이를 입증할 완벽한 증거를 갖추기란 물리적으로 곤란하거나 '불가능'에 가깝다고 보아야 한다.

1992년에 발각 된 남조선조선노동당사건의 예를 들면, 해방이후 최고위 간첩이라는 정치국 후보위원급 이선실을 남파 사북탄광폭동주동자 황인오를 포섭 대동입북하여 밀봉교육 후 남파암약타가 사건이 적발 체포과정에서 호신 및 자살용 권총과 소음기, 대북송신용 무전기, A-3수신용 라디오, 난수표 및 암호표 등 통시문건, 각족 서류 및 보고서 등 121종 2,904 점을 압수 결정적 증거를 확보 할 수 있었다.

2000년대 이전에 발각 된 간첩사건인 경우, 간첩이란 단서만 있으면, 미화 공작금, 송신용 무전기, 수신용 라디오, 난수표와 암호표 등 물증확보에 그다지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인터넷과 SNS 등 통신수단의 발전과 IT기술의 비약적 발달로 '간첩연락통신'을 가지고 결정적 증거를 확보할 방도가 사라지면서 물증보다는 자백과 증언 등 진술에 의존하게 되면서 공소유지와 유죄증거 확보가 벽에 부딪치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재판부가 검찰이 제시한 유력한 증거인 본인의 자백이나 관계자의 증언 조서가 "합동신문소와 같이 고립되고 폐쇄된 환경에서 공포를 느끼며 한 진술은 증거가 될 수 없다."는 민변 측의 일방적 주장을 받아들여 증거채택을 배격 무죄를 선고 했다는 것은 외형상 형사소송법등 법리(法理)에 충실한 듯 보이지만 다른 해석이 가능한 여지가 없지 않다.

정부 합동심문소는 탈북자와 귀순자 등을 임시수용하는 편의시설로서 정보조사관(합동심문관)들이 불순분자나 범죄자의 위장탈북을 가려내기 위해 탈북경위 등을 조사하는 곳이다. 따라서 합동심문소는 그 설치목적과 성격상 장기수용에 따른 지루함과 일말의 불안감이 있을지는 몰라도 민변이 주장한 것처럼 억압과 공포에 질려 강제 진술을 강요할 그런 곳이 아니다.

간첩이 아닌 강력범이나 일반형사범일지라도 구속수감중인 경찰서 유치장이나 법무부 구치소에서 조사를 받게 되는 것이며, 칠성급 호텔이나 호화별장에서 아무런 통제나 제한도 없이 자유스럽게 임의로 진술을 받는 게 아니다.

변호사 선임 및 접견권을 걸고드는 것 역시 합동심문소는 정보(FACT)조사 기능을 하는 곳이지 범죄수사를 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처음부터 변호사 선임이나 접견을 전제로 하는 곳도 아니다. 합동심문소에서 작성된 문서는 정부 공무원의 작성문서이기 때문에 증인 등이 정보조사관에게 진술한 내용을 억압과 공포 속에 이루어진 강제 진술이라고 강변하면서 증거에서 배척한 것은 '꿰맞추기 식' 억지가 아닐까?

간첩 재판은 로스쿨이나 사법연수원에서 연구 및 학습용으로 시나리오와 매뉴얼에 의해 진행 되는 모의재판이 아니다. 따라서 사소한 하자나 실수에 지나치게 구애를 받는다는 것은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한 헌법 정신에 정합(整合)한다고 보기엔 어딘가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느낌이다.

정황이나 판례를 살피지 않고 법조문대로 판결을 할 바에야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듯이 자동판결대에 죄목과 증거 및 구형과 변론내용을 입력하고 보턴을 눌러 선고문을 출력하면 될 일을 구태여 판사에게 수고를 끼칠 이유가 없다고 본다.

일반적으로 재판은 검사가 범죄를 입증 구형을 하고 변호사가 피고인을 대리해서 무죄를 주장하고 판사가 검증 심판을 내리는 사법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간첩 재판은 단순히 검사가 이겼느냐 변호사가 이겼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이겼느냐"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법률 이론에는 국경이나 국적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법률에는 국경이 있고 법조인이나 언론에는 국적이 있어야 한다. 검사도 변호사도 판사도 대한민국을 보위할 국방이라는 헌법적 의무를 가졌다. 특히 대한민국과 같은 분단국가에서는 인권을 중시하고 배려하는 것만큼 또는 그 이상으로 국가의 존망에 보다 더 큰 관심을 돌려야 할 것이다.

1997년에 망명한 황장엽씨는 한국에 간첩 5만명이 암약하고 있다고 주장한바 있으며, 독일 통일 시 동독 슈타지가 침투시킨 간첩이 5만으로 드러난 바도 있다. 이에 비춰 본다면 2014년 현재 암약중인 남파간첩과 그 동조자나 협력자가 얼마나 되는 지는 가늠할 수조차 없는 게 현실이다.

미구에 통일이 되면 노동당 3호 청사 기무고에서 간첩재판 오심.오판(誤審.誤判)의 물증이 쏟아져 나올지도 모른다. 그때가 되면 간첩에게 면죄부를 준 법조인들이 역사 앞에 어떤 모습으로 서게 될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음이다.

다만 밀입북반역자 문익환, 문규현, 임수경, 서경원, 황석영 등과 간첩 김남식, 김낙중 등을 '통일인사'로 추켜세우고 내란음모주범 이석기를 '평화운동가'라고 미화하는 풍토에서 간첩 프랜들리 판결이 나온다는 것은 어쩌면 예견된(?)일인지도 모른다.

검찰에 공안부가 있고 간첩사건변론을 전문으로 하는 민변이 있는데 유독 법원에 간첩의 행태와 수법 그리고 간첩 수사의 한계와 애로 등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견해를 갖춘 간첩 및 공안사건 전담판사가 없다는 게 못내 아쉽다.

간첩에 대한 잇따른 면죄부 제공은 법조문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애국 국민의 법 감정과 사법에 대한 신뢰 문제이다. 간첩사건 1.2심 판결이 대법에서라도 바로 잡히기를 바라는 애국시민들의 한결같은 기대가 외면당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메인페이지가 로드 됐습니다.
가장많이본 기사
뉴타TV 포토뉴스
연재코너  
오피니언  
지역뉴스
공지사항
동영상뉴스
손상윤의 나사랑과 정의를···
  • 서울특별시 노원구 동일로174길 7, 101호(서울시 노원구 공릉동 617-18 천호빌딩 101호)
  • 대표전화 : 02-978-4001
  • 팩스 : 02-978-830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종민
  • 법인명 : 주식회사 뉴스타운
  • 제호 : 뉴스타운
  • 정기간행물 · 등록번호 : 서울 아 00010 호
  • 등록일 : 2005-08-08(창간일:2000-01-10)
  • 발행일 : 2000-01-10
  • 발행인/편집인 : 손윤희
  • 뉴스타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타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towncop@gmail.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