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장외투쟁 왜 한바탕 쇼로 끝났나?
한국당 장외투쟁 왜 한바탕 쇼로 끝났나?
  • 조우석 평론가
  • 승인 2019.04.22 22: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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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우석 칼럼 제86회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체제 출범 후 두 달만에 열린 첫 장외집회가 열렸다. 2만 명이 참석한 가운데 2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진행됐다.

여러분 이걸 어떻게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절반의 성공에 그쳤고 판단한다. 이게 어디냐고 평가할 수도 있겠지만, 아쉬움이 더 많다. 왜 그런지를 오늘 지적하겠다.

일단 장외투쟁에서 황 대표는 "저의 모든 것을 걸고 문재인 정권의 좌파독재를 기필코 막아내겠다"라고 선언했고,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 정권은 북한과 적폐청산만 아는 북적북적 정권"이라고 해 대중의 공감을 얻었다. 청와대 근처에서 10여분간 경찰과 대치하면서 "문재인은 물러나라"고 외쳤고, "못살겠다 갈아보자, 문재인을 심판하자"고 한 것도 일단 속이 후련하다.

하지만 그게 달랑 전부였다. 이날 집회는 헌법재판관 이미선 임명 강행을 계기로 개최됐지만, 한국당이 거리로 튀쳐나왔다고 상황이 바뀌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이 정권은 헌법재판소가 아닌 친문재판소를 만들려고 한다는 지적이 나왔고, 저들이 국가보안법 폐기를 위해 장난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그런 예측은 신문 방송에 나 나왔던 얘길 재방송한 것에 불과하다.

쉽게 말하자. 장외투쟁에 돌입한 한국당을 보고 문재인 일당이 두려움을 느낄 것으로 보느냐? “야 이래선 안되겠다”고 판단하고 유턴할 것으로 보느냐? 답은 뻔하다. “어, 알았어”하고 개무시하는 선에서 손을 털 것이고, 한국당은 할 도리를 했다는 자기위안을 하는 게 전부다. 상황 변화는 없으니 결국은 국민들이 고통을 끌어안는 상황만이 계속될 것이다.

왜 이런 상황이 빚어지는 것인가? 우린 진실을 다 알고 있다. 한국당이 청와대를 겨눴던 권총은 총알이 없는 공포탄이었다는 게 문제다. 말로만 떠드는데 그친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하는 게 제대로 된 총알 장전일까?

헌법재판관 이미선에 대한 임명을 자진 철회하지 않으면 한국당은 언제 어떤 시각까지 국회에 등원하지 않을 것이며, 의정 활동을 끊는 것은 물론 여당과의 대화도 닫겠다고 선언했어야 했다. 그리고 이제 저들이 국가보안법을 폐기하기 위해 장난칠 것이라는 예측은 맞다. 이건 이 나라에 중대한 환경변화인데, 그걸 막는데 진력을 다하겠다는 진정성을 보이려면, 한국당 소속 의원들의 의원직 사퇴 카드를 뽑았어야 했다.

소속의원들의 사퇴서 100장을 손에 쥔 채 황교안이 광화문에 나서서 그걸 흔들어보이고, 이미선 사퇴없이 국회도 없다고 선언하면서 문재인을 압박했다면 무게감이 사뭇 달랐을 것이다. 어떠신지? 내 얘기가 맞지 않느냐? 한국당 장외투쟁은 자신 손에 흙을 묻히지 않은 채 상대방을 향해 고함만 지르고 본 쇼에 불과했다.

사실 이번 장외투쟁은 이미선 임명 반대만이 아니고 포괄적인 것이었다. 문재인이 대한민국의 안보를 김정은에게 구걸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결국엔 삼권분립이 무너지고 의회민주주의가 위협받는 상황 전체가 문제였다. 그렇다면 국가 해체는 안 된다는 아우성이 터져 나왔어야 했다. 그보다 더 국민들의 마음을 살 수 있는 카드가 있는데, 그게 바로 문재인-김정숙 특검이 아니냐? 왜 이걸 물고 늘어지지 않느냐?

얼마 전 보석으로 나온 김경수가 지난 대선에서 드루킹의 여론조작을 공모했다고 판시한 제1심 판결에 따르면 그건 '대통령 당선이 무효'로 판단되는 중대한 사안이다. 그런데도 박근혜 대통령은 구속기간 2년이 지나도 풀어 주지 않으면서 김경수는 77일만에 풀어주는 건 공정한 나라가 아니며 반칙과 특권이 판치는 나라라고 국민 모두가 생각한다. 때문에 문재인, 김정숙 특검밖엔 답이 없다고 그날 한국당이 외쳤어야 했다.

광화문에 아예 드러눕는 게 필수였다. 즉 “문재인 김정숙 특검 가자”, “문재인 김정숙 감빵 가자”는 피켓이 그날 장외투쟁 때 곳곳에 있었더라면 문재인이 겁을 좀 먹었을 것이 분명하다. 때문에 아무리 생각해도 한국당 장외투쟁은 시늉뿐인 쑈에 그쳤다는 비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덧붙일 이야기가 있다. 대한민국이 북핵 위협 아래 바람 앞의 촛불 신세라는 판단 때문이라면 미국과 전술핵 재배치를 포함해 독자적인 대미 외교를 이렇게 저렇게 벌이겠다는 구체적인 카드를 내밀어서 국민들의 마음을 샀어야 했다. 무엇보다 지구촌에서 핵 위협 앞에 이렇게 노출된 나라가 대한민국인데, 왜 핵 대비 민방위훈련을 하지 않느냐는 문제제기를 하면서 그걸 관철 시키겠다는 의지 표명도 있어야 했다. 그런 구체안이 없이 상대방을 향해 고함만 지르고 본 것은 말이 절반의 성공이지 실은 큰 패착이었다. 한국당이 그만큼 머리가 비었다는 뜻이다.

일부 사람들은 황교안이 보선 결과 등에서 요즘 리더십에 자신심을 얻어서 강공 모드로 전환했다고 하는데, 참 우스운 분석이다. 그건 민주당 아이들이 갖고 있는 프레임을 씌운 것에 불과하다. 이번 장외투쟁을 절반의 성공으로 낮춰보는 이유는 내 경우 황교안 나경원을 포함한 자유한국당 지도부를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념적 정체성을 잘 모르는 그들이 보수 통합을 외치고, 중도확장을 운운할 경우 국민들에게 꼴값 떠는 짓으로 비춰질 것이라고 본다. 실제로 한국당은 지난주 5·18 유공자들에게 '괴물 집단'이라고 발언했던 김순례 최고위원에게 '당원권 정지 3개월' 중징계를 내렸다. "5·18 문제만큼은 우파가 물러서선 안 된다"고 했던 김진태 의원에게는 경고를 했다. 또 있다. '세월호 막말'을 했다는 정진석 의원, 차명진 전 의원 징계 절차도 개시했다. 모두 웃기는 짓 아니냐?

결정적으로 황교안의 지도부는 내달 5·18 기념식에 참석하기로도 결정했고, 그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중도 민심' 공략의 일환이라는 점이다. 황교안 대표는 오는 5월 광주에서 열리는 5·18 기념식에 참석한다고 했다. 당 관계자는 "'중도 확장'을 고려해 황 대표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를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정말 헛웃음이 나오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다른 건 몰라도 5.18고지를 민주당에게 내주고선 전투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게 내 입장이고, 많은 이들의 정당한 인식이다. 5.18은 현대사의 암덩이가 맞고, 거대한 협잡의 복마전이기 때문이다. 그걸 옳게 제거하지 않고선 아무것도 해결될 수 없는데 왜 그 고지를 내주고, 그게 중도통합을 위해 불가피하다고 헛소리를 하느냐?

사실 황교안은 “광주는 민주화로 이뤄진 거룩한 성지”라고 2개 월 전 광주 현지에서 발언했다.(그걸 보여주는 광주 현지 언론의 보도 하나를 함께 보시겠다. 그게 이거다.)

잘 믿기지 않을 정도인데, 그게 우리가 원하는 우파 지도자의 모습인가를 오늘 새삼 묻는다. 이른바 호남 민심에 아부하는 행위로 비판 받아야 옳다. 그렇게 해서 중도 확장이 될 리가 없으며 외려 그렇게 어정쩡하면 호남 사람들이 더욱 오만해지고 현대사 왜곡이 커지면서 5.18 암덩어리를 키울 뿐이라는 걸 오늘 지적한다.

오늘 방송의 마무리인데, 통합을 외치는 황교안은 역시 임명직에 익숙한 사람이고, 주어진 환경에 따르는 순응형 지도자란 이미지를 벗지 못하고 있다. 그런 체질이 웰빙정당 한국당의 체질과 합쳐져서 아직도 헷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정말 정신차릴 것을 촉구하면서 오늘 방송을 마친다.

* 이 글은 22일 저녁에 방송된 “한국당 장외투쟁 왜 한바탕 쇼로 끝났나?”란 제목의 조우석 칼럼 제86회를 토대로 재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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