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이 역전승하는 거의 유일한 방법
한국당이 역전승하는 거의 유일한 방법
  • 조우석 평론가
  • 승인 2019.04.29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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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우석 칼럼 제87회

지난 주 방송에서 저는 자유한국당 첫 장외집회를 혹평한 바 있다.

2만 명이 참석한 가운데 20일 진행된 장외집회는 좀 가혹한 얘기이지만 광화문 야유회가 아니냐는 소리까지 했는데, 지난 주말 이어진 두 번째 장외집회를 보면서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몇몇 조건만 적절히 충족시킨다면 자유한국당 장외집회는 성공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생각이 들며, 이걸 기회로 전국 규모의 반 문재인 대중집회로 확산시킬 수도 있겠다는 판단까지했다.

그만큼 27일 집회는 일주일 전 첫 장외집회와 성격이 달랐는데, 우선 규모가 두 배 이상 커졌다. 한국당이 추산한 참가 인원은 5만 명으로 지난주(2만명) 보다 크게 늘었다. 황 대표의 목소리도 한층 높아졌다. "이 나라가 수령국가냐"라며 문재인 정권을 강도 높게 비난했고, 나경원 원내대표는 선거법과 공수처법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해 처리하려는 여당을 정면에서 비판했다.

대중연설의 테크닉만은 나 원내대표가 한 수 위여서 그의 연설에 감동했다는 이들을 많이 봤다. 그리고 한국당 준비도 좋았다. 세종문화회관 앞에 마련된 단상에 연결된 길이 30m의 돌출무대가 설치돼 황 대표와 나 원내대표는 이 위를 걸어 다니며 동적인 모습을 연출했고, 당원·지지자들에 더 가까이 접근할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난주 집회에서도 일부 그런 모습이 보였지만 태극기 세력이 적지않게 합류했다. 그래서인지 한국당 지도부는 '애국 시민'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태극기 부대'를 감싸 안으려는 제스쳐를 보였는데, 그건 너무도 자연스럽다. 특히 황교안이 집회를 마무리하면서도 "자유 우파가 하나가 돼야 한다"고 했던 대목이 인상 깊다.

자유 우파란 말은 지난 3월 전당대회를 전후해서 나온 신조어인데, 썩 호소력 있고 확장성이 있다.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나경원 원내대표도 단상에서 "애국 시민 여러분, 반갑습니다"라고 인사말을 했는데, 그동안 광화문에서 2년 넘게 활동했던 태극기세력과의 어떤 공감대가 형성되는 조짐으로 볼만하다.

자 그러면 일주일 새 이런 변화가 가능했던 배경은 무엇 때문일까? 그 직전 국회 독재를 완성시키려는 민주당 공세가 본격화되면서 여기에 대응하는 한국당 의원들의 각성이 결정적이라고 본다. 한국당이 제 아무리 웰빙정당이라고 해도 자기 밥그릇을 건드리자 소속 의원들이 드디어 각성해서 이건 아니다 싶어서 박차고 나온 것이다. 다 아시다시피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추진하는 선거법 그리고 공수처법 패스트트랙 지정이야말로 전체주의적 좌파 독재의 마지막 퍼즐 맞추기다. 민주당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선거법은 결국 이해찬이 호언하는 좌파 장기집권 완성을 위한 것이다.

무서운 상황이지만, 현재는 국회 빼고 나머지는 모두 좌파가 잡았다. 우리법연구회 출신 김명수를 대법원장에 임명하면서 사법부를 장악했고, 이미선을 헌법재판관으로 임명 강행해 헌법재판소도 접수해 사법 독재의 퍼즐을 완성했다. 특히 헌재를 접수한 것은 이른바 법조 3륜이라 불러온 법원·검찰·변호사회를 장악한데 이어 마지막 카드라고 보시면 된다.

이제 드디어 선거법이 개정된다면 국회 장악과 함께 입법부까지 넘어간다는 걸 뜻한다. 공수처 신설 한다는 법안도 석연치 않다. '공수처'란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 를 말하는데, 구태여 법위에 또 법관을 만들어 누구를 잡아 먹겠다는건지 이해가 당최 안 간다.

물론 공수처는 문재인의 대통령 1호 공약이고, 또 첫 아이디어는 민정수석으로 있는 조국이의 것이다. 결정적으로 이 법안은 검사·판사를 수사해 재판에 넘길 권한을 갖는 세계 사법(司法) 사상 초유의 검찰 집단을 새로 창설하겠다는 것인데, 그 권력을 제한하거나 견제하는 시스템이 없다는 게 문제다. 즉 공수처는 ‘검사 잡는 검사 집단’이란 의구심을 사는 게 당연하다.

결국 이공수처를 만들면 현직 공무원들을 ‘공포정치’로 길들일 수 있다는 게 끔찍한 일이다. 집권 후반기에 대통령의 레임덕을 막으려면 공수처를 통해 자유민주세력의 말과 행동을 일일이 감시하고, 은행 계좌를 뒤지면서 공포정치를 무소불위로 할 수 있는 길을 여는 것이다. 이걸 사법개혁의 이름으로 포장하는 게 민주당의 거대한 위선일 뿐이다.

현 상황을 재정리하자면 선거제 개편하고 공수처 설치하면 이제 입법부도 청와대·민주당이 마음대로 끌고 갈 수 있다는 뜻이다. 실은 장외집회 하루 전 한국당 의원총회에서 정용기 정책위의장이 현 시국을 이렇게 요약했는데, 그건 한국당 의원들의 폭넓은 각성을 대변하는 걸로 저는 본다.

정용기 의장에 따르면 현상황은 전향했다는 증거가 없는 주사파 출신 집권세력이 선거법을 개악해서 국회를 장악하자는 것인데, 그 이후 예상 시나리오가 무섭다. 즉 사회주의 개헌을 통하여 남북연방제를 추진, 한반도를 김일성 세상으로 만들려는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의심할 여지가 너무나 많다. 맞다. 그게 맞다. 그렇다면 공수처는 좌파 대통령의 친위대 역할을 할 것이 분명하고, 선거법 개정 강행은 또 한 번의 입법 쿠데타라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지금은 대한민국 헌법수호세력과 헌법파괴세력 사이의 전쟁이라는 게 그의 결론이었다.

자 문재인 정부 2년이 다 되어가는데, 제1야당이 이제야 이런 인식에 도달했다는 것이 유감이기도 하고 다행스럽기도 하다. 그런데도 조중동을 포함한 언론들은 양비론에 빠져서 한국당과 민주당 모두를 비판한다.

당장 오늘 29일 중앙일보만해도 “국민은 안중에 없는 그들만의 싸움”이라고 싸잡아 비판했고, 조선일보는 현재의 대치를 풀 정치적 해법을 찾으라고 호통쳤다. 신문 참 편하게 만든다. 그런 건 무시하거나 그저 참조만 하면 되고, 오늘 이 방송에서 나는 한국당이 진정한 장외투쟁을 하기위한 몇몇 조건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초미의 문제는 이번 주 선거법과 공수처법을 강행처리하는 상황이다. 어쩌면 오늘 이뤄질 수도 있고, 내일 처리될 수도 있는데, 그건 파국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민주당의 눈에 한국당은 없다는 뜻이다. 그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이라도 당 입장을 정해야 한다. 지금까지 문재인의 청와대를 겨눴던 권총은 총알이 없는 공포탄이었다는 게 문제라면, 이제라도 총알을 장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게 된다. 즉 한국당은 선거법과 공수처법을 강행처리할 경우 언제 어떤 시각까지 국회에 등원하지 않을 것이며, 의정 활동을 끊는 것은 물론 여당과의 대화도 닫겠다고 정식으로 선언해야 한다.

그건 첫 포문이자 기본 입장이고, 그걸론 전부는 아니다. 최대한의 압박을 위해, 배수진을 치기 위해 의원직 총사퇴 카드를 뽑아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현 상황은 이 나라에 중대한 환경변화인데, 그걸 막는데 진력을 다하겠다는 진정성을 보이려면, 한국당 소속 의원들의 의원직 사퇴 카드를 뽑아드는 게 정상이다. 소속의원 전원의 사퇴서 100장을 손에 쥔 채 다음주라도 황교안이 광화문에 나서서 그걸 흔들어보이는 건 선택 아닌 필수다.

그리고 사실 이번 장외투쟁은 이미선 임명 반대만이 아니고 포괄적인 것이었다. 문재인이 대한민국의 안보를 김정은에게 구걸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결국엔 3권 분립이 무너지고 의회민주주의가 위협받는 상황 전체가 문제였다. 그렇다면 국가 해체는 안 된다는 아우성이 다음주부터는 터져 나와야 한다.

문재인 스톱이라는 애매한 구호보다 문재인 아웃으로 바꾸고 보다 배수진을 쳐야 한다. 그리고 국민들의 마음을 더 크게 살 수 있는 카드가 있는데, 그게 바로 문재인-김정숙 특검이 아니냐? 왜 이걸 물고 늘어지지 않느냐? 그걸 외치며 광화문에 아예 드러눕는 게 필수다.

즉 “문재인·김정숙 특검 가자”, “문재인·김정숙 감빵 가자”는 피켓이 다음주 장외투쟁 때 곳곳에 있었더라면 문재인이 겁을 좀 먹을 것이고, 그동안 죽었던 한국당의 투쟁력을 키우는 장외투쟁은 이제부터 본격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과 함께 오늘 방송을 마친다.

* 이 글은 29일 오전에 방송된 “한국당이 역전승하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란 제목의 조우석 칼럼 제87회를 토대로 재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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