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 재, 보선 결과, 전광판에 찍힌 스코아는 11대 4였다. 새누리당의 완벽한 압승으로 끝났다. 축구로 치면 브라질이 독일에게 7 대1로 진 것과 같은 퍼팩트한 완승이다. 유도 경기로 치면 완벽한 업어치기 한판승이었고, 권투로 치면 통쾌한 KO승이었다.

새정치연합이 이런 결과를 낼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원인은 김한길과 안철수라는 두 공동대표의 멍청한 전략이 만들어낸 당연한 결과에 기안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이번 재보선 결과를 보면 권은희 일병 한 사람 구하려다가 중대병력 전원을 몰살시키는 작전을 구사한 어리석은 김한길과 안철수가 합작해서 만들어낸 졸작품으로 보이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어제 오후 2시경, 후배 정치평론가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권은희가 출마한 광주 '광산을'의 투표율이 전국에서 가장 낮은데 광산구 주민들이 공천불만에 대해 선거를 보이콧하는 성격이 짙어 보인다는 설명이었다. 그리고 자기는 10대 5 정도로 새누리당이 압승할 것 같다는 설명도 해주었다.

정치권을 유심히 관찰한 사람이라면 선거 중반전 무렵에 김한길과 안철수가 곳곳에서 야권단일화가 이루어져도 자신들은 강 건너 불구경 하듯, 일부러 외면하는 것을 보고 새정치연합이 매우 불리한 상황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사람도 많았을 것이다. 

또한 박영선 원내대표가 세월호 특별법이 처리되지 않으면 그 어떤 다른 법안도 결코 처리할 수 없다는 이 독선적인 발언에 많은 국민이 발끈했다는 것을 새정치연합 사람들만 몰랐다. 특히 투표 하루 전 날, 박범계의 입에서 터져 나온 국과수가 부검한 시신은 "유병언의 시신이 아니다"라는 발언은 새정치연합 후보들이 낙선하는데 좋은 소재가 되기도 했다. 최고의 공신력을 자랑하는 국과수가 유병언과 유대균의 유전자 검사에서 부자간 DNA가 일치한다는 결과까지도 부정하는 박범계의 발언은 가뜩이나 소문이 흉흉한 민심에 혐오감만 잔뜩 안겨주었다.

선거란 원래 미래지향적인 투표행위가 분명한데도 새정치연합이 제기한 레퍼토리는 장소와 시간을 불문하고 천편일률적이었다. 세월호 특별법 문제, 무능한 정부에 대한 정권심판론 등 이 두 가지 이슈만 귀에 딱지가 안도록 줄곧 외치고 다녔다. 하지만 바닥 여론은 반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새정치연합이 주장한 세월호 특별법은 너무 심하게 정치적으로 우려먹는다는 인식이 파다하여 오히려 피로감만 안겨주었고, 이제 막 경제부처 장관들을 재정비하여 경제 살리기에 올인 하고자 하는 정부의 움직임에 새정치연합이 주장하는 정권심판론은 씨알도 먹혀들어가지 않았다. 또한 정부의 무능을 심판하자고 나선 새정치연합의 캐치프레이즈는 거꾸로 새정치연합을 심판하는 반작용만 불러오는 부메랑이 되어 새정치연합이 되레 심판을 받고 말았다.

새정치연합의 텃밭인 순천, 곡성의 선거결과가 이를 잘 증명해 주고 있다. 새정치연합 서갑원 후보는 선거운동 기간 내내 박근혜 정부를 심판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지원 유세에 나선 중진들도 한결같이 박근혜 정권심판론만 외치며 지역정서에 호소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는 예산폭탄이라는 지역 경제문제를 최대한 설파하며 서갑원 후보에 정면으로 맞섰다.

결과는 아시다시피 이정현의 압승으로 나타났다. 서갑원의 정권심판론이 과거 회귀형이었다면, 이정현의 예산폭탄은 미래지향적인 경제문제였던 것이다. 선거프레임이 이처럼 확연하게 구분되어 있었으니 서갑원이 이길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번 재보선에서 이기고도 진 사람은 바로 권은희다. 선거가 있었다하면 언제나 가장 높은 투표율을 보여주었던 호남의 심장 광주에서 낯이 부끄러울 정도로 전국에서 가장 낮은 투표율을 보여준 것도 대단히 의미심장한 일이다. 권은희가 비록 당선은 되었지만 정당성 면에서는 주민들로부터 부정을 당한 것과 같다.

권은희는 당내에서 미운 오리새끼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새정치연합을 완패하게 만든 핵심인물이기도 하거니와 김한길과 안철수를 사퇴시킨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또한 당내에서는 권은희의 우군도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왕따 가능성만 존재한다. 과연 이런 처지로 국회의원 직무나 제대로 수행할지도 의문이다. 따라서 권은희는 임기 1년 6개월짜리 반짝 국회의원만 하고 정치권에서 영영사라질 지도 모른다.

2년 후에 있게 될 차기 20대 총선에서 사라질 사람은 권은희 뿐만 아니다. 안철수도 정치권에서 사라져 자신의 본업으로 돌아가야 한다. 지난 6.4 지방선거와 이번 재보선에서 보여준 안철수의 언행은 역시 정치와는 잘 어울리지 않았다. 공천과정에서 보여준 난맥상이나 어젠다를 설정하는 능력면에서 안철수의 자질이 함량미달이었다는 점만 노정시켰다. 또한 두 번의 큰 선거를 치루는 동안 새정치의 실체는 전혀 보여주지 못했으며 보여준 것이라곤 구태를 뺨치는 낡은 방식뿐이었으니 안철수의 정치생명도 여기까지인 것으로 보인다.

마침 이번 재보선에서 참패를 당한 책임을 지고 김한길, 안철수 두 공동대표가 사퇴한다고 한다. 미래를 선점하지 못하고 언제나 과거에 함몰되어 있는 정당의 대표라면 당연히 자격증을 반납해야 한다. 두 대표가 빠진 빈자리에 박영선이 임시대표를 맡았다. 박영선이 또 다시 세월호 특별법을 처리하지 않으면 다른 법안처리는 엄두도 내지마라고 국민 정서에 맞지도 않는 독기품은 막말을 하다가는 이번 참패보다 더 큰 완패가 그렇게 멀지 않는 곳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깊이 새겨두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