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앞으로 다가온 7.30 재보선의 판세는 여러 곳에서 초박빙의 접전상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모든 뉴스는 전하고 있다.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된 날로부터 판세가 어떻게 변화를 했는지 엿보기 위해서는 각 당 지도부가 보여주는 표정이나 언행을 유심히 살펴보면 어렴풋이나마 짐작을 할 수가 있다.

공통된 포인트는 이번 재보선은 어느 때보다 격렬하게 진행되고 있어 쉽사리 예측을 불허한다. 하지만 각 당에서는 자체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동선에서 상황의 움직임을 유심히 살펴보면 어느 정도 유추해석이 가능하게 된다.

이런 정황을 토대로 살펴보면 일단 다급한 정당은 새정치연합으로 보인다. 그중에서 특히 텃밭이자 아성이라고 자부하던 순천 곡성이 당락을 예상하기 어려울 만큼 상당히 급박하게 돌아가는 것이 가장 특이한 현상이다. 원래 새민련의 핵심텃밭인 순천 곡성은 웬만한 사정이 발생되지 않는 한 지도부가 떼를 지어 방문해서 지원 할 필요조차 없는 지역이다.

하지만 이번 재보선은 과거와 양상을 확연하게 달리한다.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고향인 곡성에서의 높은 지지율을 발판삼아 당락을 좌우할 정도로 선전하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는 것이 현지 선거관계인들의 전언이다. 

이 지역의 정황이 새민련에게 얼마나 다급했으면 그동안 모습을 잘 보이지 않았던 이해찬이 다녀갔고, 뒤이어 문재인과 박지원뿐만 아니라 정동영, 안철수까지 다녀갔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다녀갔다는 것은 순천, 곡성의 바닥 민심이 그만큼 요동치고 있다는 방증이 아니겠는가. 지금까지 전라도에서 새누리당 후보는 만년 야당에 해당되었다. 새누리당의 조직은 선거때만 되면 이탈자들로 넘쳐났다. 도저히 조직적으로 당해 낼수가 없는 곳이 바로 전라도 였다. 그래서 바람이 절실했다. 야당은 바람을 일으키는 선거운동을 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적어도 전라도에서만은 새누리당이 바람을 일으켜야만 그나마 해볼 수가 있었다. 이번에는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상당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 그쪽의 분위기라고 한다. 바람은 한번 타게 되면 쉽사리 꺼지지 않는다. 이정현이 이 바람에 올라탔다면 기막힌 이변이 연출될 가능성도 크다. 

재미있는 광경은 광주 '광산을' 지역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광주 '광산을'은 아이러니하게도 새민련의 권은희와 통진당의 장원섭간 2파전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한다. 새민련 권은희 공천에 거부감을 가진 지역주민들이 선택할 경쟁력 있는 친야 무소속 후보가 마땅치 않다보니 엉뚱하게도 통진당 후보가 어부지리를 얻고 있다.

여론조사 발표 금지 이전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통진당 후보의 지지율이 권은희를 놀라게 할 만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고 있었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 이전에 실시한 어떤 여론조사에서는 통진당의 정원섭 후보가 22.1%, 권은희는 20.8%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자 권은희는 '통진당은 조만간 없어질 정당'이라고 공격하기 시작했다. 통진당은 사과하라고 맞서고 있다. 당선 가능성이야 권은희가 높겠지만 텃밭인 이곳에서 높은 득표율을 획득하지 못하면 권은희의 공천은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영화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장면이지만 전쟁을 하다보면 적군에 의해 사살되는 아군도 있지만 아군의 오인사격으로 인해 희생되는 전사자도 제법 생겨나는 법이다. 이번에는 김한길 대표가 오인사격을 했다. 김한길은 김포에 출마한 김두관을 지원하는 유세에서 "이번 7·30 재보궐선거로 선출되는 국회의원의 남은 임기가 1년 8개월밖에 안 된다"며 "정치한 지 얼마 안 된 사람이 국회에 들어오면 1년 8개월 동안 일만 배우다 끝난다"고 주장했다. 이 발언은 공교롭게도 자당의 후보에게는 오인사격이 되고 말았다. 

이번 7.30재보선에 출마한 후보자들 중 정치신인이 전체 출마자들 중에서 절반 이상을 훌쩍 상회하고 있다. 새민련에서도 '수원정'에서 출마한 박광온, '수원을'에 출마한 백혜련, 광주 '광산을'에 출마한 권은희 등도 정치신인이다. 김한길의 말을 이들에 적용하면 이들은 당선되어선 안 되는 후보들에 해당된다. 당선되어선 안 될 인물을 공천했다는 것을 고백한 발언인 셈이다. 김한길의 발언은 그만큼 이번 선거가 박빙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정신차려 말 할 여유조차 없었기 때문에 내뱉은 모순(矛盾)의 극치였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처음부터 이번 재보선은 야당에 매우 유리한 환경이었다. 세월호 사고의 여진이 계속되어 온데다가 인사파동도 있었다. 이토록 정권의 실책이 연이어 있었는데도 야당이 기호지세를 잡지 못한 이유는 권은희로 대표되는 새민련의 공천헛발질 때문이었다.

이럴 즈음 정부는 정책의 방향을 양적완화를 통해 내수경제 살리기로 국정방향을 정했다. 내년 까지 41조원을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여기에다 이제 일 년 반 정도밖에 지나지 않은 정권을 심판하자는 새민련의 주장은 여론의 호응을 크게 받기에는 아직은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선거일 하루 전날까지 여러 지역에서 우열을 가릴 수없는 초박빙 상태를 보여주는 이유도 새민련이 주장하는 정권심판론이나 세월호 책임론이 잘 먹혀들어가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조심스럽긴 하지만 새누리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는 의미도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