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교수 측의 금태섭 변호사가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새누리당 정준길 공보위원이 안철수 교수의 불출마를 종용하며 협박을 했다는 가히 메가톤급 폭로였다. “산업은행 모 팀장에 대한 뇌물공여, 목동의 30대 여성과 사귀고 있다는 내용을 폭로하면 안 교수는 죽는다. 그렇기 때문에 출마하지 말라”는 협박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당사자인 공보위원 정준길 변호사는 오랜 대학 친구로서 서로 서있는 위치는 다르지만 시중에 흘러 다니는 루머를 전하고 걱정해준 정도라는 것이다. 물론 협박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상대가 협박으로 느꼈다면 먼저 그런 말을 한 사람의 잘못이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 친구들 간의 볼썽사나운 이전투구가 그들의 주장처럼 과연 공작정치의 산물인지, 아니면 정 변호사의 주장처럼 친구 사이의 대화를 안 교수 측이 교묘하게 이용한 것인지에 따라 누구에게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올지는 두고 볼 일이다.
그에 반해 아직 출마 선언도 안한 안 교수는 노련한 정치 9단의 솜씨로 1석3조의 효과를 얻고 있다. 우선 그 기자회견의 절묘한 타이밍이다. 민주통합당(민통당)이 흥행의 분수령으로 삼고 있던 호남, 광주 경선 일을 택한 것이다.
민통당의 축제에 재를 뿌림으로서 민통당의 존재감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다음날 조간에서 민통당 경선은 밀려나고 안 교수 이야기로 도배된 것만 봐도 충분한 효과를 본 것이다.
둘째 지금까지 제기되었던 여러 소소한 의혹과는 차원이 다른 물(재개발 아파트 입주권) 딱지, 지분 쪼개기 의혹으로 지지층이 흔들리자 친구들 간의 전화 대화를 공작정치, 협박이라 폭로함으로서 위기에서 벗어나려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부동산 문제는 서민들에게는 민감하고 예민한 사안으로 재개발 입주권과 안 교수의 발언 사이의 괴리에 실망하는 여론이 상당 부분 형성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폭로 기자회견이 그런 부정적 여론을 일시적인지는 몰라도 약간 잠재운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는 대선구도가 다자구도에서 박근혜, 안철수 양강구도로 재편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안 교수의 배후에 누가 조언하고 움직이고 있는지는 몰라도, 출마 선언을 앞두고 유일무이한 야권주자 굳히기에 나선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경선 이후 안 교수와 단일화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 민주당으로서는 이 호재에 울 수도 웃을 수도 없는 묘한 상황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이런 정치신인들의 치졸한 진실게임 전쟁에는 얻는 것도 있지만, 반드시 예상치 못한 역풍도 있게 마련이다.
폭로 당일 트위터 여론은 안철수 교수 측에 대한 비판이 65.7%, 옹호 여론이 27.8%으로 나타났고 폭로 기자회견 후 한 여론조사는 안 교수 지지율 상승 대신 박 후보와 안 교수 공히 소폭 하락한 결과도 이를 말해주고 있다. 아마도 안 교수의 새로운 정치를 기대했던 국민들이 안 교수의 폭로정치에는 냉담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욕하면서 닮는다.”는 말이 증명하듯, 안 교수도 우리의 기대와는 다른, 그리고 그들이 주장하는 정치권을 욕하면서 정치권의 구태를 그대로 닮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비전 제시나 정책 생산으로 경쟁하기 보다는 폭로라는 구태의 정치로 신고식을 치른 것이 안철수 식 정치의 시작인가? 그렇게 신선하던 안 교수도 정치판에 들어가면 어쩔 수 없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던 것인가?
대선 판을 출렁이게 한 이 돌출 사안이 그들만의 이전투구로 끝나게 해서는 절대 안 된다. 이왕 문제가 불거졌으니 안 교수의 여성 문제나 산은 BW문제 의혹은 이 기회에 말끔히 털고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그렇게 하는 것이 국민들의 요구다.
국민들은 그런 의혹에 대한 진실을 알 권리가 있는데도 언제 까지 안 교수의 출마 선언만 기다릴 것인가? 대선이 이제 100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이런 소모적 논란은 반드시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이런 혼란의 모든 책임은 출마 선언 없이 안개만 피우고 비겁하게 대선 행보를 하고 있는 안 교수에게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좀 더 심하게 말하면 검증을 피하기 위한 눈속임일 뿐이다.
케네디는 “진실의 가장 큰 적은 거짓이 아니라 신화”라고 말했다. 안철수 교수도 국민의 적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빨리 신화의 울타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안 교수는 인간의 영역으로 나와 국민들에게 올바른 판단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임을 잊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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