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대 시장, ‘2027년 국가 종합계획 반영' 목표
총사업비가 9조원을 넘는 경인선 철도지하화를 현실화하기 위해 중앙정부의 재정 책임과 인천·서울·경기 간 공동 대응체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요구가 인천시의회에서 나왔다. 철길을 지하로 옮기는 데 그치지 않고 부평역과 캠프마켓, GTX-B를 연결해 장기간 단절된 생활권을 회복해야 한다는 도시계획 과제도 함께 제기됐다.
인천광역시의회 김동민 의원은 9일 열린 제313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 시정질문에서 박찬대 인천시장을 상대로 경인선 철도지하화와 상부공간 통합개발의 추진전략과 재원 마련 방안을 질의했다.
현재 검토 중인 경인선 지하화 구간은 인천역에서 서울 온수역까지 22.7㎞로 17개 역이 포함된다. 추산 사업비는 9조5,360억원이다. 이 가운데 인천역에서 부개역까지 13.9㎞, 11개 역에 해당하는 인천 구간에만 6조5,552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제시됐다.
인천 구간 사업비만 전체 추산액의 약 68.7%에 달한다. 사업 규모를 고려하면 지방자치단체가 자체 재정만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만큼 중앙정부와 해당 노선을 공유하는 지방정부의 역할 분담이 핵심 쟁점으로 꼽힌다.
경인선은 인천에서 부천을 거쳐 서울로 연결되는 광역 철도망이다. 김 의원은 특정 지자체의 도시개발 사업이 아닌 국가철도와 수도권 교통체계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며 국가 정책 반영을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요구했다.
박찬대 시장은 인천시와 부천시가 지난해 5월 국토교통부에 공동 사업제안서를 제출했으며, 2027년 상반기 국가 종합계획 반영을 목표로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철도지하화 사업의 법적 기반은 이미 마련돼 있다. 2025년 1월 시행된 ‘철도지하화 및 철도부지 통합개발에 관한 특별법’은 철도를 지하화하고 기존 철도부지와 주변지역을 함께 개발해 도시공간 활용과 공공복리를 높이는 것을 제도의 목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단순히 철도를 땅속으로 옮기는 것만으로는 사업이 성립하지 않는 구조다. 특별법 시행령에 따르면 통합개발 기본계획에는 총사업비와 개발수익, 토지이용계획, 교통처리계획, 기반시설 설치계획뿐 아니라 재무적 타당성과 참여기관별 역할까지 포함해야 한다. 상부공간 개발 수익과 사업비 사이의 균형을 구체적으로 검증해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시행령은 개발지역의 부동산 가격 안정화 방안과 세입자 등의 주거·생활 안정대책도 기본계획에 포함하도록 하고 있다. 지하화 이후 역세권 개발에 따른 땅값과 임대료 상승이 기존 주민이나 소상공인의 부담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공공성 대책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제도적 장치다.
김 의원 역시 대규모 사업비가 인천시나 지방공기업의 과도한 재정 부담으로 전가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국가철도를 지하화하는 사업의 성격에 맞춰 국가와 지방정부가 비용을 합리적으로 나누고 장기간 유지할 수 있는 재원구조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 시장은 사업화계획을 통해 재원조달 방식과 사업모델을 검토하고 있으며 국가 재정지원 근거를 강화하기 위한 법 개정과 국회·국토교통부 협의를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경인선 지하화가 부평의 도시구조를 바꿀 수 있다는 점도 주요 쟁점이다. 현재 지상 철도는 역과 역 사이에서 도로와 생활권을 나누는 물리적 장벽으로 작용한다. 철도가 지하화되면 기존 철도부지를 보행·녹지·상업·주거·교통시설 등으로 재편할 수 있어 동서로 나뉜 생활권을 다시 연결할 수 있다.
김 의원은 특히 부평역과 부개역 일원을 GTX-B, 캠프마켓, 기존 상권과 연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부평역은 기존 경인선과 인천도시철도가 만나는 데 이어 GTX-B까지 연결되는 광역교통 거점이 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의 2026년 업무계획에 따르면 GTX-B는 2025년 8월 착공했으며 현재 정부가 제시한 개통 목표는 2031년이다. 기존에 제시됐던 2030년 목표보다 일정이 조정된 만큼 경인선 지하화와 연계 개발을 추진할 경우 두 사업의 실제 공정과 개통 시기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인근 캠프마켓도 부평의 장기적인 도시공간 재편과 연결되는 대규모 부지다. 캠프마켓 전체 사업 대상 면적은 60만4,938㎡로, 반환공여구역만 44만㎡에 이른다. 2019년 A·B구역 반환에 이어 2023년 D구역까지 반환되면서 전체 부지가 우리 측에 돌아왔다.
현재 캠프마켓 B구역 가운데 4만9,300㎡는 시민에게 개방돼 잔디운동장과 쉼터, 문화·체험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인천시는 향후 토양정화가 완료된 부지를 매입해 시민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경인선 지하화와 부평역세권, GTX-B, 60만㎡ 규모 캠프마켓을 각각 별개의 사업으로 추진하기보다 하나의 생활권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대규모 철도·공원·역세권 사업이 같은 시기에 진행되는 만큼 보행망과 녹지, 상업시설, 주거와 환승체계를 통합적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
박 시장은 부평역과 부개역 일원을 광역교통과 주거·상업 기능이 집약된 핵심 거점으로 보고 역세권과 주변 생활권을 연결하는 입체복합공간으로 계획하겠다고 밝혔다. 추진 과정에서는 시민과 전문가가 참여하는 거버넌스를 구성해 주민 의견도 수렴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9조5천억원이 넘는 추정사업비가 제시된 현 단계에서 사업 추진을 확정된 것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국가 종합계획 반영과 사업성 검토, 재원조달 방안, 관계 지자체 협의 등 여러 절차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상부공간 개발 수익만으로 막대한 지하화 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지도 앞으로 검증해야 할 핵심 과제다. 개발밀도를 과도하게 높여 사업성을 확보할 경우 교통과 주거환경 부담이 커질 수 있고, 반대로 공원과 공공시설 비중을 확대하면 재원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어 사업성과 공공성 사이의 균형이 필요하다.
김동민 의원은 “필요한 것은 성급한 완공 약속이 아니라 국가를 움직일 수 있는 추진 전략과 지속 가능한 재원 원칙, 지하화 이후의 분명한 도시비전”이라며 “철길을 보이지 않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단절된 도시를 다시 연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인선 지하화의 성패는 사업 추진 여부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국가와 지방정부가 9조원대 비용을 어떻게 분담할지, 지상에 확보되는 공간을 시민에게 얼마나 돌려줄지, 개발 과정에서 기존 주민과 상인의 삶을 어떻게 보호할지가 함께 구체화돼야 오랜 숙원사업이 실질적인 도시재생 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을 전망이다.
뉴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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