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新(신)통일정책의 시사점과 그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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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新(신)통일정책의 시사점과 그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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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말 북한의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 8기 제9차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북남관계와 통일정책에 대한 새로운 입장(new stand on the north-south relations and the reunification policy)”을 선언했다. 이는 이전 정책과 크게 다른 점이며 다음과 같은 의미를 담고 있다고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인 ‘38노스(38North)'가 11일(현지시간) 분석 기사를 게재했다.

아래는 38노스가 상황을 진단한 주요 골자이다.

* 남한 진보세력 약화 :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민족통일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제 북한의 공식적인 접근 방식은 대중 봉기를 조장하고, 사회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등 남한에 대해 더욱 공격적인 공식적인 입장을 허용하게 됐다. 이는 남북협력을 옹호해 온 한국의 진보세력을 실질적으로 약화시킬 것이다.

- 남한은 또 하나의 외국 : 북한은 남한을 범민족주의에 기반 한 남북관계 특혜가 없어진 또 하나의 외국으로 분류된다. 이는 외교 정상화와 잠재적 갈등을 모두 포함하는 정기적인 국가 간 관계의 문을 열어놓았다.

- 김정은의 독자적 주장 확고화 : 김정은의 대남 접근 방식이 실패했다고 선언한 것은 두 전임자, 특히 김일성에 대한 암묵적인 비판을 담고 있다. 이는 자신의 정당성에 대한 독립적 주장을 확고히 하고, 리더십 승계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단계가 될 수 있다.

- 북한의 위험제거 전력 : 한국과의 관계를 재정의하는 것은 고립된 전술적 움직임이 아니라 북한의 보다 광범위한 위험 제거 전략(de-risking strategy)의 또 다른 구성요소이다.

- 범한민족주의( pan-Korean nationalism) 포기 : 북한은 사실상 범한민족주의의 '소유권'을 포기한 셈이다. 한국은 자신을 한국 통일의 유일한 지지자로 묘사함으로써 이념 패권을 위한 양자 투쟁에서 북한이 가졌던 몇 안 되는 이념적 강점 중 하나를 약화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얻었다. 이는 1970년대 초 동독이 적용한 불운한 전략을 연상시키며, 1990년 서독의 흡수통일을 훨씬 쉽게 만들었다.

남북관계에 대한 김정은의 변화하는 입장은 다양하고 다각적이며, 남북관계와 지역역학 전반에 걸쳐 일련의 변화를 촉발할 것이며, 결국 한국, 특히 남한의 보수 세력은 북한 지도자가 의도한 것보다 더 많은 이익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 김정은 발언

북한 지도자의 연설 전문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노동신문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의 통일 발언이 인용됐다. 그 문서 어디에서도 그는 “민족 통일”이라는 목표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국의 과거 통일정책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부터 시작하여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우리 당과 북한 정부가 제시한 통일 구상과 노선, 정책은 10년이 아니라 반세기가 넘는 긴 기간 동안 제대로 된 결실을 맺었고, 남북 관계는 접촉과 중단, 대화와 대결의 악순환을 반복해 왔다.”

"반세기 이상"이라는 용어는 1973년 이전의 것을 의미한다. 통일을 보면, 이것은 김일성의 1972년 통일 3대 원칙을 언급할 수 있을 뿐이다. 이것들은 그 이후로 그 문제에 대한 북한의 모든 공식 입장이 됐다. 원칙은 ▶ 독립(외국의 간섭 없이), ▶ 국민대통합(우리민족끼리), ▶ 이념과 체제의 차이를 초월한 평화(군사적 수단에 의한 통일 없음)이다.

이제 김정은은 이 접근법이 효과가 없으며 교체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정은은 “우리는 선의로 행동했지만 상대방은 (우리를) 속였다”이다.

한국의 역대 통치자들이 추진한 '대북정책'과 '통일정책' 사이에 공통점이 있다면 그것은 ‘북한정권의 붕괴(collapse of the DPRK’s regime)‘와 ’흡수통일(unification by absorption)‘이다.

남한에서는 북한에 대한 주권에 대한 공식적인 주장은 여전히 ​​3조에 포함되어 있다.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인접 도서들로 구성된다.” 제4 조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추구하며 자유민주주의의 원칙에 기초하여 평화통일정책을 수립·시행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두 원칙은 서구식 경제와 정치체제의 코드로 해석될 수 있으며, 따라서 북한의 국가사회주의 계획경제와 일당독재를 대체하려는 목표로 해석될 수 있다.

김정은의 주장은 누가 책임자이던 남측의 대북정책은 적대적이었다는 것이다. 북한 지도부는 결코 상대방의 진정한 의도에 대해 너무 많은 환상을 품지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감은 홍보에 완전히 반영되지 않았다. 전술적 이유와 양보를 얻기 위해 북한은 이명박이나 박근혜와 같은 보수 대통령보다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같은 진보적인 정부를 서울의 진보적인 정부에 더 호의적으로 대했다.

김정은의 그러한 접근 방식에서 새로운 점은 그러한 통찰력이 아니라 1972년 이후 모든 한국 정권의 근본적 유사성과 적대적 의도의 연속성을 공개적으로 선언했다는 점이다. 이는 보수 윤석열 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희망을 위축시키는 일이 될 것이다.

김정은은 현행 헌법에 따라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현행 원칙을 바탕으로 운영되는 모든 남한 정부와의 통일 지향적 대화의 중단을 선언했다. 이는 1950년 6·25전쟁 직전 김일성이 소련의 공격 승인을 얻으려 했을 때 “인민이 옳다”고 주장해, 소련의 승인을 얻으려 했던 논리를 연상시키는 남한의 봉기와 정권 교체를 암묵적으로 촉구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남한을 '국가'로 반복적으로 식별하고, 대한민국이라는 용어를 인용 부호 없이 사용함으로써 서울과의 관계를 특별한 한국 내 문제로 취급하는 것이 종료된다. 이에 따라 궁극적으로는 대남관계 책임이 외무성으로 이양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 인용문은 그 방향을 가리킨다.

“결론…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를 비롯한 대남업무를 담당하는 조직을 정비하고 개혁하는 조치를 취하고 투쟁의 원칙과 방향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일전선부는 사실상 대남부로 운영됐다. 이 역할은 김정일처럼 “남쪽 영토 전체를 예속시키려는 조선인민군의 강력한 군사적 행동에 보조를 맞춰” 남조선의 사회 안정을 훼손하려는 목적으로 보다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자세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

* 김정은, 전임자들로부터의 해방 ?

지금까지 북한 분석가들은 국가의 첫 번째 지도자인 김일성을 그의 후임자들에게 있어 정치적 정당성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원천으로 널리 알려진 ‘백두 혈통(Paektu bloodline)’을 기반으로 삼고 있다.

북한에는 총선이나 정치국 임명 등 공식적인 권력 이양 절차가 없다. 그리고 군주제와 달리 백두혈통은 세습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는 상대적으로 모호한 제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일성의 '유일한' 손자이자 김정일의 '유일한' 셋째 아들인 김정은의 경우에도 그것이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배경에서 북한은 뛰어난 지혜와 적의 전술을 꿰뚫는 능력 등 초인적인 특성을 지닌 건국주의 결정을 비판하는 것을 평소 매우 꺼려왔다. 그렇다고 북한 지도부가 한 번도 실수나 위기를 인정한 적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김정은은 2023년 12월 보고서에서 적들의 계략과 새로운 지정학적 상황을 언급했다. 그는 할아버지 김일성이 1972년부터 전개한 통일정책은 실패했다고 선언했다.

김일성에 대한 비판은 북한에서 정치적, 사상적 이단에 해당하는데, 지도자가 왜 그렇게 불필요한 위험을 감수하겠는가?

한 가지 가능한 선택은 새롭고 신선한 주요 권력의 원천이 되기 위해 자신의 독립적인 정당성을 구축하려는 욕구일 것이다. 2012년부터 관찰되고 있는 할아버지 김일성과 아버지 김정일의 새로운 실체로의 합병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아마도 김정은은 김일성의 증손자인 자신의 후손에게 권력을 원활하게 이양하기 위해 이 모든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만약 사실이라면 최근 그의 어린 딸(주애)의 등장도 이러한 맥락에 놓이게 될 것이다.

* 위험 제거가 계속되나 ?

2023년 9월 말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정은이 직접 사용한 용어인 '신냉전(new Cold War)'은 1990년대 초 사회주의 블록이 붕괴된 이후 북한이 감수한 많은 위험에 대한 재검토로 이어졌다. 실제로 노동당 전원회의 보고서는 통일과 한국과의 관계에 대한 지도자의 발언을 보다 넓은 지정학적 맥락에서 명시적으로 다루고 있다.

“(김정은) 총비서는 2023년 국제정세와 세력균형의 거대한 지정학적 변화, 현재의 국제정세와 한반도 대외환경의 주요 특징 등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변화하고 발전하는 국제정세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북한의 脫(탈)위험 전략의 관점에서 새로운 통일정책을 분석한다면, 새로운 접근방식은 그러한 논리에 잘 들어맞는다. 1991년 남북한의 유엔(UN) 가입과 그에 따른 남북합의, 1998년 이후 금강산 관광사업, 2000년 첫 남북 정상회담, 2004년 개성공단 착공식도 모두 그런 맥락에서 이뤄졌다.

북한이 침투와 탈북, 정보 유출의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해외 대사관 수를 줄이기로 결정했다면, 남북 관계의 비용-편익 방정식도 재평가하는 것이 결과적일 뿐이다. 예를 들어, 최근 2023년 12월 초에 열린 제5차 전국어머니대회에서 김정은은 점점 커지는 젊은이들 사이의 반사회주의 행동(anti-socialist behavior)에 대해 불평했다.

* 한국에게 절호의 기회 ?

독일의 통일 사례에서 직접적인 교훈을 얻는 것에 반대하는 주요 주장은 둘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점이었다. 이제 이러한 차이점 중 하나가 제거됐다.

1990년 독일 통일은 정치 엘리트와 동독 국민 모두가 이 과정에 얼마나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여기에는 복잡한 법적 이유가 있었다. 독일민주공화국(GDR 또는 동독)은 건국 당시 공식적으로 독일 통일을 지지했지만, 건국 마지막 20년 동안 사실상 이를 반국가 사상으로 취급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1949년 동독 최초의 헌법 제1조에서는 독일은 하나라고 주장했다. 1968년 헌법은 여전히 ​​8조에 "독일의 분단을 극복"하려는 염원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1974년 헌법 개정으로 이 공식과 독일 통일에 대한 기타 모든 언급이 삭제됐다. 심지어 몇 년 전에도 동독 지도부는 “독일, 통일된 조국”이라는 문구로 국가 제창을 금지하고 “독일”이라는 단어 사용 사례를 대부분 제거하기 시작했으며, 이는 곧 서독만의 동의어가 되었다.

따라서 동독에는 독일 통일을 위한 공식적인 계획이나 청사진이 없었다. 자유 여행과 전환 가능한 통화에 대한 일반적인 욕구 외에도 엘리트나 일반 대중 모두 통일의 목표와 방법에 대한 확실한 아이디어가 없었다. 따라서 서독은 수십 년 동안 독일 통일에 대한 이념적 독점을 갖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개념을 가진 유일한 편이기도 했다. 이는 약 1,000페이지에 달하는 독일 통일 조약 협상에 왜 8주밖에 걸리지 않았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대목이다.

김정은은 조국통일 3대원칙 ▶고려연방제(고려민주연방공화국, Koryo Confederation), ▶ 조국 통일을 위한 전민족대단결 10대 강령 등 북방의 통일이념을 모두 폐기함으로써, 이제 김정은은 1970년대 초 동베를린이 했던 것과 똑같은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한반도 통일은 남한을 강제로 장악하거나 정권교체를 통해서만 달성될 수 있다는 그의 은근한 발언은 북한이 대안적이고 평화적인 선택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들 것이다.

38노스는 현시점에서 김정은이 왜 남측에 이런 선물을 주는지는 불분명하고 추측이 많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평화통일에 대한 공식적인 개념을 갖고 있는 유일한 한반도의 남한이다.

우리는 새로운 정책의 시행이 어느 정도까지 진행될 것인지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자신을 한국 통일의 유일한 지지자로 표현할 수 있는 여지가 훨씬 더 많이 주어질 것이며, 이로써 이데올로기적 패권을 위한 양자 투쟁에서 북한이 가졌던 몇 안 되는 이념적 강점 중 하나가 약화될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은 타당하다는 주장이다.

김정은이 새로운 통일정책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점은 간부부터 청소년까지 모든 계층에서 북한에 (남한의) 이념이 침투할 위험을 크게 줄이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목표는 이미 수년간 지속되어 온 남북협력을 단순히 중단함으로써 달성될 수도 있었다.

이에 따라 김정은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해를 끼치는 남한에 대한 훨씬 더 강경한 접근을 위해 인민들을 준비시킬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는 우려스러운 설명만 남게 된다.

북한은 이제 “과거 북한이 남북화해 실패의 책임을 (남한의) 보수 세력에게만 돌리려고 분단정복 방식을 썼던 것과 다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남한을 정규 국가로 취급하는 북한의 새로운 접근 방식은 이론적으로 수교, 상호 인정, 심지어 대사관 설립의 길을 열어줄 수 있다. 북한과 미국, 일본의 양자 관계가 보여주듯이, 그러한 선택이 가능하다고 해서 자동으로 즉각적인 진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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