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손 주 러시아군 철수, 우크라이나에 양날의 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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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손 주 러시아군 철수, 우크라이나에 양날의 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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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이나의 승리이지만 러시아의 패배라고 하기엔 아직 시기상조
- 러시아, 헤르손 주 동쪽으로 병력 철수 재배치, 추후 안정적 공격 기회 노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Crimea)위의 요충지인 헤르손 주에서 군대를 철수하기 시작한 것은 우크라이나에게 일방적으로 환영할 만한 일이 아니며, 양날의 칼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철수 계획을 밝힌 뒤 가진 9일 대국민 영설에서 ‘안도의 빛을 거의 보이지 않았다.“ 러시아가 함정을 파놓았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을 뿐 아니라 우크라이나가 희비가 엇갈렸다는 생각으로 어두운 표정이 드러났을 수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군의 헤르손주 철수에 따라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가 2014년 일방적으로 병합을 한 ‘크림반도’에 근접했다. 육지 회랑을 서쪽으로 늘려 우크라이나의 다른 연안 도시와 몰도바까지 도달시키겠다는 러시아의 꿈은 좌절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헤르손 철수가 이뤄지면, 러시아군은 어떻게 보면 홀가분해지는 반면, 우크라이나 측의 상황은 더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폴란드의 군사 분석가 콘라드 무지카(Konrad Muzyka)는 “일면에서는 분명히 우크라이나의 승리이며, 러시아가 매우 약화되고 있는 조짐이라면서도 러시아가 취할 수 있는 유일한 올바른 길이었다”고 지적했다.

헤르손이 위치한 드니에푸르 강 서안의 러시아군 부대는 너무 공격을 받기 쉽고, 피폐하며 물자 보급이 미흡해 지속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콘라드 무지카는 “지금 러시아가 철수하면, 동해안 수비를 다지기 위한 부대를 늘릴 수 있을뿐만이 아니라 실제로 움직여 (우크라이나) 다른 지역에 배치할 수 있는 부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철수에는 몇 주가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런던의 국제전략연구소의 선임 연구원인 벤 베리는 “러시아가 10월 우크라이나 군사작전을 지휘할 총사령관에 세르게이 블라디미로비치 수로비킨(Sergey Vladimirovich Surovikin)을 임명한 후 러시아의 전략에 현실주의 요소가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벤 베리는 이어 “러시아군의 헤르손 철수는 틀림없이 전환점이지만, 러시아가 패배하고 우크라이나가 승리했다는 의미는 아니다”면서 “러시아가 새로운 공격에 대비해 부대를 재편하거나 결연한 반격에 나설 수 있다면, 주도권을 빼앗는 것은 아직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그는 러시아를 패자로 간주하는 것은 너무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 굴욕

러시아가 헤르손 철수를 발표했을 때의 이야기는 러시아가 3월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에서, 9월 하리코프 주에서 각각 작전을 축소했을 때의 행태와는 대조적이다. 당시 러시아 국방부는 작전 축소를 선의의 표시이자 전술적인 재편성이라고 설명했었다.

그러나 헤르손 철수는 국영 TV에 발표됐고, 등장한 쇼이그 러시아 국방장관은 침울한 표정이었으며, 수로비킨 총사령관은 계획을 분명히 설명했다. 게다가 러시아는 수세에 몰렸다고는 하지만, 아직 이 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철수하는 계획이다.

쇼이그 국방장관 수로비킨 총사령관은 헤르손에서 러시아군이 방어 불가능해졌음을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그러나 이번에 푸틴 대통령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은 눈길을 끈다. 일부 분석가에 따르면, 이는 어려운 결정을 군의 책임으로 돌리고, 자신과는 거리를 두기 위한 계략으로 보인다.

헤르손 철수가 러시아군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러시아의 정치 군사적 지도자들에게 굴욕적인 결정임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러시아 제국 시절 여황제인 예카테리나 2세(Ekaterina II)에 의해 창설된 헤르손을 우크라이나로 돌려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헤르손은 또 러시아군이 이번 침공에서 엄청난 희생을 치르고 유일하게 장악한 우크라이나 주도이다. 헤르손은 영원히 러시아가 됐다는 대형 간판이 걸려 있었던 것은 얼마 전이다.

* 겨울철 재편성 ?

추정 3만 명의 부대를 드니에푸르 강 동쪽 해안으로 철수시키는 것은 러시아로서는 쉬운 일이 아니다. 우크라이나가 다리를 모두 파괴하고 있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로켓포 공격을 경계하면서 야간에 페리로 건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시점에서는 러시아가 철수를 통해 우크라이나에서 무엇을 끌어내려는지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러시아군이 장비의 일부를 유지하며 대체로 다치지 않고 동해안으로 건너가는 데 성공할 경우, 대하를 자연의 요해로 삼아 동해안에 참호를 파고 헤르손을 사정권에 두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다. 러시아는 이미 참호 만들기를 시작했다.

이렇게 되면 군용장비를 옮길 수 있는 안전한 다리 부족이 이번에는 우크라이나 측을 괴롭히는 문제가 된다.

무지카와 배리는 모두 드니에푸르강 동해안으로 철수를 통해 러시아는 방어에 필요한 전선을 단축하고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부대를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토니 브랜턴 전 러시아 주재 영국 대사는 “러시아가 얼마 전부터 드니에푸르 강 서안에서 철수하기 위한 준비를 진행해왔다고 지적하고, 겨울 동안 부대를 재편성하기 위한 시간을 벌고 싶은 것은 분명하다”고 풀이했다.

그는 “헤르손이 이제 방어 불능이 된 이상 (철수는) 합리적인 움직임이다. 러시아는 여전히 (겨울이 끝날 때까지) 군대를 결집시킬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다”고 말했다.

브랜턴의 전망에 따르면, 러시아는 잇따른 후퇴에도 불구하고 크림반도로 이어지는 육지 회랑, 크림반도에 필요한 우크라이나 해역에 대한 접근, 그리고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의 넓은 지역을 가능한 한 장악하기를 지금도 바라고 있다.

브랜턴 전 대사는 이어 “정상들이 자신들이 현 상황을 거의 유지할 수 있는 결말을 원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고, “러시아 측도 최종적으로 어떤 합의를 이뤄야 한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지만, 지금은 합의 가능성이 극히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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