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말은 오바마처럼, 걷는 길은 트럼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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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말은 오바마처럼, 걷는 길은 트럼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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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임 대통령 탈퇴한 국제기구 등 재가입 불충분한 상황
- 서유럽 동맹국들과의 벌어진 간극, 더욱 벌어져
-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도 전임 정권과 거의 동일 수준
- 아랍권 국가들의 독재자들에 대한 조치 미흡
- 초강대국 경쟁을 “민주주의와 독재정치”로 규정하는 냉전적 사고
함께 협의해야 할 글로벌 과제들이 꽤 있다. 핵군축, 지구온난화, 전염병 확산 등 보편적인 건강, 식량 확보, 평화에 대한 새로운 길을 계획할 충분한 시간과 지렛대가 바이든 정부는 가지고 있다. 오바마와 트럼프를 적절히 혼합한 하이브리드 외교전략으로 바이든이 문제 해결자가될 수 있을까? / 사진 : 유튜브 캡처
함께 협의해야 할 글로벌 과제들이 꽤 있다. 핵군축, 지구온난화, 전염병 확산 등 보편적인 건강, 식량 확보, 평화에 대한 새로운 길을 계획할 충분한 시간과 지렛대가 바이든 정부는 가지고 있다. 오바마와 트럼프를 적절히 혼합한 하이브리드 외교전략으로 바이든이 문제 해결자가될 수 있을까? / 사진 : 유튜브 캡처

진퇴양난(進退兩難), 나가지도 물러서지도 못하는 어려운 처지가 취임 1년이 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대외 정책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탈퇴해버린 지구온난화 대책의 틀인 파리협정(PTC)’과 세계보건기구(WHO)에 재가입하는 등 출발은 힘찼다. 1년이 지난 지금 바이든 대통령은 지지율이 급락하는 등 실망감이 쌓이고 있다.

그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처럼 말은 하지만, 외교정책에서는 도널드 트럼프의 길을 걷고 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능수능란한 대화의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요, 트럼프 전 대통령처럼 웅변술과 강력한 인상을 풍기지도 못하고 있다. 진퇴양난의 처지이다. 이러다 보니 2024년 제 47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것이라는 섣부른 전망까지 나올 지경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ABT 즉 전임 대통령이 조치한 정책의 반대로만 하면 잘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지만, 지금까지 그 정책들의 많은 부분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일방적으로 이탈해버린 유네스코(UNESCO)에 재가입하지 않고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묻고 싶다.

바이든의 중산층을 위한 외교정책(foreign policy for the middle class)’은 트럼프처럼 다소 국수주의적이고 보호주의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다자주의를 강조하면서도 실제로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를 보다 더 강화하고 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Make America Great again)'는 트럼프의 약속만큼이나 미국을 전 세계에서 보다 더 신뢰를 할 수 있고, 존경받게 만들겠다는 바이든의 약속은 수증기처럼 사라졌다.

바이든은 중동 지역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해 열정과 결의를 가지고 말은 했지만, 이집트의 압둘 파타 엘시시 대통령과 같은 독재자들을 달래기 위해 계속 달려 나갔다. 그는 또 모하메드 빈 살만(MBS)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대화를 한 적은 없지만, 7년째 접어든 예멘과의 참혹한 전쟁 속에서도 사우디에 무기를 계속 판매하고 있다. 트럼프처럼 인권, 민주주의보다 돈이 우선인 행보이다.

바이든은 두 나라 해결책의 중요성 매우 강조하면서도, 이스라엘이 억압과 불법 정착을 통해 팔레스타인을 몰아붙이는 일을 끝내기 위해 할 일은 하겠다고 시사했다. 그러나 공염불에 지나지 않았다.

오바마처럼 대화를 통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 해결을 강조하면서도 아랍의 독재정권들과 이스라엘스타일의 민주주의를 연결하려는 트럼프 정책을 전적으로 지지해왔다. 이스라엘이 아랍에미레이트(UAE) 등과 관계정상화를 추진했지만, 이는 아랍 국가들의 독재 지도자들을 인정해주는 결과를 낳았다.

바이든이 트럼프와 확연하게 갈라선 유일한 문제는 바이든 정부가 비록 무능하다는 소리를 듣고는 있지만, 이란과의 핵 협상을 재시도 하는 일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13년이라는 오랜 기간을 끌어오던 이란 핵 협의를 합의로 이끌어냈지만, 이에 불만을 가진 트럼프 대통령이 역시 일방적으로 합의에서 이탈해버렸다. 그러한 합의 파기를 바이든이 다시 협상 재개로 돌아선 것은 다행이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유럽에 대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무관심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에 대한 오만함을 뒤집어놓겠다고 약속했지만, 대륙에 대한 냉담함과 거리감을 드러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유럽 대륙과 사전 협조도 없는 상황에서 아프가니스탄에서 주둔 미군을 일방적으로 철군해, 완전한 재앙으로 입증됐고, 미군과 병사들은 기본적으로 굴욕감을 느끼며, 아프가니스탄에서 마치 패잔병처럼 긴급히 빠져나와야 했다.

또 다른 당황스러운 일이 발생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갑자기 오커스(AUKUS : 호주-영국-미국)를 결성한다면서 400억 달러 규모의 호주에 대한 원자력 추진 잠수함(핵잠수함)을 공급하기로 했던 오랜 미국의 동맹국 프랑스가 판매하지 못하도록 해버렸다. 미국과 영국이 핵잠수함 제공을 하겠다고 나섰다. 프랑스는 크게 반발했다. 바이든은 이후 그의 행정부가 이 문제를 다루는 것이 어설프고 품위가 부족했다고 인정하고 프랑스 달래기에 온 힘을 다했다.

바이든은 또 우크라이나 국경에 병력을 집결시키고 호시탐탐 우크라이나 침공을 엿보고 있는 호전적인 러시아에 대항해 미국의 정책을 확고하게 뒷받침하는 유럽의 강대국들, 독일과 프랑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는데 실패했다. 바이든은 러시아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를 놓고 미국과 서유럽 동맹국들 사이에 벌어진 간극이 좁혀지기는커녕 더 벌어졌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주에 열린 러시아와 미국의 대화에서 EU가 소외되자 바이든 행정부를 향해 미국에 의존하기보다는 러시아와 직접 회담을 열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유럽이 미국과 정치체제에 대해 점점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점을 생각해보면, 바이든이 대서양 횡단 관계에 대한 신뢰와 의지를 회복하지 못한 것 모두가 그의 잘못은 아닐 것이지만, 일정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트럼프와 시진핑의 대결관계, 즉 미중간의 무역전쟁을 필두로 거의 모든 분야에서 대결적 자세를 가진 중국과, 러시아의 재도약에 대한 미국의 투자는 충분하지 못하다는 평가이다. 바이든은 트럼프의 미국과 러시아를 다룬 정책을 더욱 더 강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진보성향의 민주당 출신 대통령이라기보다는 보수적 색채의 정책을 그대로 유지해 나가는 보수적이며 냉전적 사고에 바이든이 빠져들고 있다.

러시아도 중국도 과거의 러시아와 중국이 아니다.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을 해 다자주의 외치며 부를 축적해 가고 있는 중국은 이미 미국을 바짝 쫓고 있다. G2라는 이름으로 미국과 어깨를 겨누려는 움직임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러시아도 다양한 방식의 사이버공격으로 미국을 괴롭히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오늘날의 초강대국 경쟁을 민주주의와 독재정치의 하나로 규정짓고 있다. 냉전적 사고가 아닐 수 없다. 역사의 교훈은 지난 2세기 동안 강대국들은 자신들의 통치체계와 상관없이 세계무대에서 비슷하게 행동해왔다는 것이다. ‘대화의 힘보다는 무력의 힘을 손쉽게 이용하려 드는 강대국들의 성향이다. 그러한 습관은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182312월 제임스 먼로(James Monroe) 대통령이 미국의 첫 번째 전략 독트림을 발표하면서 유럽강대국들이 서반구에 대한 추가적인 식민지화나 더 큰 개입을 경고한 이후, 그의 후임자들대부분은 미국의 지리 전략(geo-strategy)에 대한 관심을 분명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오늘날 미국은 자유민주주의(a liberal democracy)의 국가로서의 신뢰도도 떨어지고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특히 202116일 민주주의 상징 미 의사당 습격 이후로는 그 이름값을 하기도 어려운 처지가 돼버렸다. 특히 이라크전쟁과 아프가니스탄에서의 굴욕이후 지정학적 지렛대와 억제 능력의 부족을 드러냈다.

최근 우크라이나를 넘보고 있는 호전적인 러시아, 대만 문제를 두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주창하고 있는 중국이 미국과 어깨를 겨누겠다며 으르렁거리고 있다. 미국은 과거의 위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문제도, 대만 문제도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을 조롱하기라도 하듯 자신들의 주장을 줄기차게 펼쳐나가고 있다.

말은 오바마처럼, 행동은 트럼프처럼 하고 있는 바이든에 대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신뢰를 주지 않고 있는 듯 하다. 매우 호전적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바이든의 말을 건성으로 듣는 것 같아 보인다. 미국은 무서운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함께 협의해야 할 글로벌 과제들이 꽤 있다. 핵군축, 지구온난화, 전염병 확산 등 보편적인 건강, 식량 확보, 평화에 대한 새로운 길을 계획할 충분한 시간과 지렛대가 바이든 정부는 가지고 있다. 오바마와 트럼프를 적절히 혼합한 하이브리드 외교전략으로 바이든이 문제 해결자가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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