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빈소 문재인 다시 외면할까?
이건희 회장 빈소 문재인 다시 외면할까?
  • 조우석 주필(평론가)
  • 승인 2020.10.26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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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우석 칼럼

한국 경제를 ‘글로벌 초일류’ 시대로 이끈 이건희 삼성 회장이 25일 숙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2014년 5월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투병한 지 6년여 만이다. 연세가 78세라는데, 참으로 허망하다. 그 대단한 기업인에 부자가 한국 남자 평균연령에도 못 미치는 연세에 생을 마감했다는 게 안타깝고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언론이 추모하고 있듯이 1987년 삼성 회장에 오른 이 회장은 미래지향적 경영으로 삼성을 세계적인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현대사에서 이 정도의 국가사회적 기여를 한 인물은 매우 드물다. 그 점 논란의 여지가 없을 정도다. 그런데 눈에 띄는 것은, 의아한 대목은 장례를 고인과 유족들의 뜻에 따라 가족장으로 치러진다는 대목이다. 회사장, 사회장 등이 있는데 왜 하필 가족장이냐? 무언가 어색하다.

사실 빈소가 차려진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는 ‘코로나19’도 있고 하니까 출입을 제한한다’는 안내문을 부착했다. 검소한 것은 좋지만, 이렇게 무엇에 쫓기듯 장례를 올리는 게, 고인에 대한 예우에 어울리지 않는 장례가 정상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그게 지금 문재인 정부 치하라는 분위기 때문이라는 것도 상식이다. 정치권도 애도를 표한다고 하지만, 무언가 썰렁하고 껍데기 뿐이다. 대통령비서실장 노영민은 일요일 오후 빈소를 찾아 문재인 대통령의 위로 메시지를 전했다.

위로 메시지에서 문재인은 “한국 재계의 상징이신 이 회장의 별세를 깊이 애도하며 유가족분들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며 “이 회장은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리더십으로 반도체 산업을 한국의 대표 산업으로 성장시켰으며,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석권하는 등 삼성을 세계기업으로 키워냈고, 한국의 대표기업으로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건 입바른 소리에 불과하다. 그 위로 메시지가 정상이고 진심이라면 문재인, 그가 직접 문상하는 게 맞다. 아직 시간이 있으니 그가 올 가능성을 배제 못하지만, 과연 그럴까? 장담하기 어렵다. 사실 민주당도 공식 애도 성명을 내면서도 이 회장의 공과 과를 함께 지적하면서 그 삐뚤어진 기업관을 다시 보여줬는데, 문재인의 속마음은 그 이상이라고 봐야 한다. 경영권 세습을 위한 일감 몰아주기와 부당 내부거래, 정경유착과 무노조 경영 등 그가 남긴 부정적 유산이라고 민주당은 못 박았는데, 문재인의 심리가 꼭 그 지경일 것이다.

안타깝다. 만에 하나 문재인이 빈소를 방문한다면, 그것 하나로 많은 메시지를 국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고, 한국경제에 활력을 보탤 수 있을텐데, 그걸 못하는 게 바로 못난 문재인의 한계다. 그리고 그 모습은 지난 여름 백선엽 장군 장례식 때 보여준 문재인의 실수를 되풀이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걸 지적한다.

당시 7월 15일 국립 대전현충원에서 백 장군의 안장식 때 풍경이 지금도 눈에 훤하됐다. 그때 참석한 청와대 인사로는 김유근 국가안보실 제1차장 한 사람이 전부였다. 명색이 대통령이라는 자, 문재인은 단 한마디 애도의 메시지조차 보내지 않았다. 당시 청와대측의 반응이 가관이다. 그 전에 빈소에 조화를 보냈고 노영민 비서실장 등이 빈소를 다녀왔으니 되지 않았느냐는 거다. 그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해야지 더 무얼 바라느냐는 식이었다. 반면 미국 측에서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와 국무부가 고인을 애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리고 빈소에는 물론, 안장식에도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와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이 참석해 영웅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그게 이 나라의 현주소다. 미국은 6‧25의 영웅이며 전우였던 그를 기억하지만, 한국 정부는 잊은 지 오래다. 아니 문재인 정부가 의도적으로 장난을 치는 것이다. 대한민국을 구한 위대한 장군 앞에 합당한 예의를 표하는 것이 왜 중요한 지를 저들은 모르는데 이번엔 대한민국을 구한 위대한 기업가 앞에 또 한 번 결례를 저지르는 꼴이다.

사실 이건희 회장의 경우 사회장이나 회사장도 아닌 가족장을 치룬 것 자체가 이해하기 힘든 결정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당장 재판 중에 있고, 문상을 포함한 이러저런 것이 기자들의 취재거리가 되는 등 지긋지긋하고, 마음에 걸린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가족장을 치루겠다는 결정은 합당한 것은 아니었다. 이 나라 대한민국에서 삼성전자가 사회적으로 어떤 대접을 받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모습이 분명하다. 한 언론인의 지적이 맞다.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은 그 고약한 성추문 사건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온 광화문 광장, 시청 앞 광장에서 천막을 치고 별별 장례행사를 했다. 그런데 이건희 회장은 빈소 하나 차려지지 않았고, 그를 추모하고 싶은 시민들은 갈 곳이 없는 게 현실이다. 이게 정상적인 나라라고 볼 수 없는 건 물론이다.

무려 40만 명의 고용을 하고 있고, 수만개의 납품업체와 온 세계에 삼성 휴대폰, 삼성 반도체, 삼성 가전제품을 생산해 한국인의 프라이드를 느끼게 해주게 한 이 회장에 대한 빈소조차 없는 상황이 유감천만이다. 성추문과 비자금 문제, 자살 등으로 생을 마감한 지저분한 자들에 대한 필요 이사의 국가적 예우, 장례와 너무 비교되는 게 사실이다. 단순 비교가 아니라 바로 이게 이 나라의 어두운 앞날을 예고하는 듯하다.

※ 이 글은 26일 오후에 방송된 "이건희 회장 빈소 문재인 다시 외면할까?"란 제목의 조우석 칼럼을 토대로 재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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