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박물관, 들어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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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박물관, 들어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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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박물관도 있어요? 하긴 일본인데…."
"기분 찜찜하게 그런 곳엔 왜 가는데요? 그리고 뭐 볼 게 있다고…."
"그 많은 중에 지저분하게 하필 기생충? 엽기 자체네."

그렇다. '엽기'라는 단어를 떠올릴 수도 있는 '메구로기생충관(Meguro Parasitological Museum, 이하 MPM)'을 관람한 후 얘기했을 때 들린 주위 여러 반응 중 일부이다. 아마도 대부분은 이와 유사한 반응일 거라 생각되는데, 간혹 "어디에 있어요? 실물 전시해요?"라며 호기심을 보이는 사람도 있긴 하다.

근래, 주로 박물관 관람을 주로 다니던 중 소개받은 기생충 박물관, 들어 보셨나요?

기생충이 득실대던 초등학교 시절, 기생충 박멸 또는 구제의 일환으로 실시되었던 끔찍이도 괴로웠던 채변의 경험이 있어 호기심이 발동, 기생충 박물관을 찾았다. 소개자로부터 박물관 관람 후 반드시 파스타를 먹어보라는 유혹까지 받고서. 온갖 기이(?)한 기생충 뿐으로 딱히 볼거리는 그다지…. 물론 속이 약간 거북한 것도 사실이다.

비도 적당히 뿌려대고 바람도 울어대는 날, MPM을 찾기엔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방문객이 적을 거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방학을 이용, '신비한 기생충의 세계, 생선을 해부하면서 기생충을 알아보자'라는 특별기획 체험활동에 신청하려는 사람들 때문만이 아니라 연인이나 가족 단위의 방문객이 상당했다.

사진을 찍으면서 틀어주는 비디오를 시청하면서 인상이 굳어지는 방문객도 있지만, 대부분은 신기하다는 표정들이었다.

도쿄도 메구로구(東京都目黑區)에 위치, 기생충 표본 및 관련서적을 전시하며 기념품을 판매하고 있는 MPM은 의학박사 카메가이사토루(龜谷 了, 1909∼2002)가 사재로 설립했던 연구기관으로 1953년 창설, 1957년 문부성으로부터 재단법인으로 허가받아 오늘에 이르렀는데, 공익법인이지만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및 기타 기관으로부터의 보조금은 일절 없는 완전한 독립채산제이다.

MPM은 기생충에 관한 연구 외에 표본ㆍ문헌 수집ㆍ정리ㆍ보존, 출판활동, 기생충감정과 교육표본판매와 박물관 전시를 통한 계몽과 교육활동을 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인간에 기생하는 기생충은 약 200종이고, 일본에는 100종이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이중 비교적 대형인 폐에 기생하는 폐흡충(肺吸蟲), 소장(小腸)에 기생하는 회충, 무구조충(無鉤條蟲), 유구조충(有鉤條蟲) 등의 표본을 전시한다는데….

MPM은 지하 1층과 지상 6층으로, 지하 1층은 MPM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서고와 표본실로 5만6000권의 문헌과 4만5000점의 표본이 소장되어 있다 한다. 1층과 2층은 기생충 표본과 관련 자료 전시실, 3층은 연구실과 사무실이고, 4층은 관장실, 응접실, 문헌실이 있으며, 5층은 자료실과 연구실, 6층은 회의실로 이루어져 있는데 지하와 지상 3층 이상은 개방하지 않고 1층과 2층만 개방하고 있다.

개방중인 1층 왼쪽에는 주로 기생충과 기생의 개념에 대해서 전시하고 있다. 인간의 폐장(肺臟), 간장(肝臟)이나 장(腸) 그리고 애완동물, 가축, 조류, 어류에 기생충 모형과 약간의 표본을 전시하고, 오른쪽에는 전광 판넬을 설치, 일본의 풍토병으로 취급되어왔던 폐흡충증(肺吸蟲症), 에키노콕스(echinococcus), 일본주혈흡충증(日本住血吸蟲症) 등의 기생충병의 분포도를 보여주고 있다.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에는 정교하게 만들어진 벼룩, 회충, 기생충 알 등 모형이 전시되어 있다.

2층은 적혈구(赤血球)에 기생하고 매년 120만 명의 사자(死者)를 내고 있다는 말라리아 원충(原蟲)을 비롯하여 사람이나 원숭이의 대장(大腸)에 기생하고 복통(腹痛), 발열(發熱)등을 일으킨다는 적리(赤痢)아메바 등 기생충과 열대병, 개의 심장(心臟)이나 폐동맥(肺動脈)에 기생하고 혈액순환장애 등을 일으키는 사상충(絲狀蟲), 혈관에 기생하고 아시아에 넓게 분포되어 있으며 간장(肝臟)을 해칠 위험이 있는 일본주혈흡충(日本住血吸蟲) 등 기생충과 동물, 기생충의 생활사, 기생충에 의한 병과 예방 등의 판넬을 전시하고 있다.

한편, 별도의 전시실에는 1870년대부터 시작된 일본 기생충학의 오랜 역사가 기록되어 있다.

모든 병의 예방의 기초는 잘 씻는 것, 기생충 병 예방 또한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기생충은 입으로부터 감염된다는데, 유충이나 충란(蟲卵)이 손끝이나 야채, 설익은 고기에 붙어 있으므로 식사 전에 손은 물론 야채를 깨끗이 씻고, 고기는 충분히 익히고, 뱀이나 개구리 등을 먹는 것을 피하고 애완동물의 기생충 예방에 주의해야 한다.

두세 평 남짓한 공간에서는 MPM 안내책자, 관련 서적, 셔츠, 볼펜, 핀, 열쇠고리, 엽서 등 15종 정도의 기념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일부 자료도 열람할 수 있다. 기념품에는 모두 기생충 그림이 인쇄되어 엽기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세계 유일의 기생충 연구박물관으로서,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서, 또한 학습의 장으로서 각광을 받고 있다는 안내장이나 해당 사이트의 문구처럼, 많은 연인들과 가족들이 표본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익숙하지도 않고 외우기도 힘든 수많은 기생충들. 관련 지식도 없이 짧은 시간에 보고 넘기는 수박 겉핥기의 방문이었지만, 더러움만으로 치부되고 어느 곳에나 기생하여 번식하는 기생충이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덩어린가 하는 의문은 제쳐두고, 관련 분야를 연구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한번쯤 방문해보는 것이 도움이 될 듯싶다는 생각이다.

돌아오는 길, 거리에 무수한 음식점이 있었지만 맘 편히 먹지는 못했다. 여러분 기생충 예방을 위해 잘 씻고, 음식은 잘 익혀서 먹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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