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취재 과정은 대개 베일에 가려져 있지만, 때로는 그 과정 자체가 공공의 이익과 직결될 때가 있다. 특히 거대 자본이 투입되는 재개발 구역의 수장을 뽑는 선거라면 더욱 그렇다.
최근 서울 강북 미아2구역 조합장 선거를 취재하며 필자가 경험한 이 모 후보 측의 대응은 ‘진정성’과는 거리가 멀었으며, 오히려 언론에 대한 ‘겁박’과 ‘회피’로 일관해 씁쓸함을 남긴다.
■ 본인이면서 "옆 사무실로 가라"… 황당한 ‘유체이탈’ 응대
지난 4월 27일, 취재팀은 미아2구역 조합장 선거를 둘러싼 각종 의혹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현장을 찾았다. 상대 후보 측의 입장을 충분히 청취한 뒤, 의혹의 당사자인 이 후보의 사무실을 방문했다. 사무실에 있던 인물에게 기자의 신분을 밝히고 취재 목적을 상세히 설명하며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한참 동안 질문을 듣고 있던 그는 황당하게도 “나는 당사자가 아니니 옆 사무실로 가보라”며 안내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확인한 후보자 벽보 속 얼굴은 바로 방금 필자에게 옆 사무실로 가보라고 권했던 그 인물이다.
조합원들의 미래를 책임지겠다는 후보자가 취재 기자 앞에서 당사자가 아닌 척 ‘연기’를 하며 답변을 회피한 셈이다. 상식 밖의 응대이자 언론을 기만하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 당사자 빠진 ‘대리인’들의 압박과 협박성 반론
이 후보의 소통 방식은 본인이 직접 나서는 대신 ‘이해관계자’를 앞세우는 식이었다. 보도 전부터 인근 구역 추진위원장이라고 주장하는 인물이 본사에 전화를 걸어 “통화한 사실이 없는데 보도했다”라며 법적 문제를 거론했다. 하지만 필자는 이미 이 후보와의 통화 녹취록 등 명확한 증거를 확보한 상태였다.
반론권 보장을 위해 보낸 답변요청서에도 묵묵부답이던 이 후보 측은, 오후 5시 가까운 시간에 3자인 임 모 씨를 통해 ‘반론서’를 보내왔다. 임 씨는 타 구역 조합원이자 이번 미아2구역 이사 후보로 출마한 인물로 확인됐다.
메일의 내용은 더욱이 가관이었다. 사실관계에 대한 명확한 해명보다는 “허위 사실일 경우 엄중한 법적 조치를 경고한다”라는 협박성 문구와 “보도할 경우 기자와 제보자 등을 처벌하겠다”라는 압박이 주를 이뤘다.

■ ‘공인’으로서의 검증, 법적 조치로 입 막을 수 없어
이 후보 측은 과거 이력이나 지분 관계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무근 또는 이미 법적 효력이 상실됐다”라며 “사실이 아니다”라고 언론의 입을 막으려 시도했다. 하지만 조합장은 수천억 원의 사업비를 다루는 막중한 자리다. 후보자의 도덕성과 과거 행적, 시공사와의 유착 의혹은 조합원들의 소중한 재산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검증되어야 할 영역이다.
언론은 독자의 알 권리를 위해 존재한다. 후보자가 당당하다면 대리인을 내세워 법적 조치를 운운할 것이 아니라, 직접 나서 기자에게 진실을 밝혀야 한다.
본지는 현재 이 후보와 관련 관계자들에게 다시 한번 공식적인 사실 확인과 반론을 요구했으나 묵묵부답이다. 미아2구역 조합원들이 원하는 것은 ‘꼼수 대응’을 잘하는 수장이 아니라, 의혹 앞에 당당하고 투명한 조합장일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취재원이 타인을 통해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반론을 제출해 보도를 지연시키려고 시도한 것은 언론 편집권을 침해하는 행위다. 또한 기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정도(보도하면 처벌하겠다며 경고)의 공포심을 유발했거나, 편집국 내 갈등을 유발해 기사 송출을 실제로 중단(반려)시킨 바가 있어 업무방해를 검토해 볼 것이다.
형법 제314조(업무방해)는 허위 사실을 유포하거나 위계(속임수) 또는 위력(압력)으로써 업무방해를 하는 경우는 성립되기 때문이다. 취재원의 답변 거부는 자유일지 모르나, 신분을 속이고 3자가 언론사를 겁박하는 행위는 정당한 취재 업무를 위력으로 방해하는 범법 행위의 경계선에 서 있다는 것이 법리적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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