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운/김병철 기자] 지난 3월 24일 본지는 수원특례시 청년정책을 두고 첫 번째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핵심은 분명했다. 수원시가 2026년 청년정책 실행계획으로 5대 분야 86개 사업, 총 392억 6,500만 원 규모의 예산을 편성했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기존 부서 사업을 청년정책이라는 이름으로 재분류한 성격이 강하고, 선택과 집중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었다. 숫자는 컸지만 방향은 선명하지 않았다. 청년정책이 정말 청년의 삶을 바꾸는 구조인지, 아니면 행정의 실적을 정리한 목록에 가까운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이번 연속보도는 그 질문의 연장선에 있다. 본지가 수원특례시로부터 받아본 2026년 청년정책 실행계획 자료와 관련 회의 내용을 종합하면, 문제는 단순히 사업 수가 많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더 본질적인 쟁점은 예산의 방향이다. 청년정책은 결국 돈이 어디에 쓰이느냐로 평가된다. 총액보다 중요한 것은 구조다. 어떤 사업에 얼마나 배분됐는지가 행정의 우선순위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번 실행계획의 가장 큰 특징은 복지 분야로의 압도적인 쏠림이다. 전체 392억 6,500만 원 가운데 복지·문화 분야 예산은 289억 9,194만 원으로 전체의 약 74%를 차지한다. 사실상 청년정책 예산 대부분이 이 분야에 집중돼 있다. 반면 일자리 분야는 29억 490만 원, 교육 분야는 16억 3,834만 원, 참여·권리 분야는 1억 2,353만 원에 불과하다. 숫자는 청년정책이지만 실제 무게중심은 복지에 기울어져 있다.
물론 복지 예산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청년기본소득, 청년내일저축계좌, 자립준비청년 지원, 고립·은둔 청년 지원은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다. 지금의 청년세대가 겪는 불안정한 노동시장과 높은 주거비, 생활비 부담을 생각하면 일정 수준의 공공 지원은 당연하다. 문제는 복지가 아니라 비율이다. 청년정책이 단순한 생활보조에 머무를 것인지, 아니면 자립 기반을 만드는 구조로 나아갈 것인지의 문제다.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단지 당장의 지원금이 아니다. 안정적인 일자리, 감당 가능한 주거비,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교육과 역량 강화, 그리고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다. 그러나 현재 예산 구조는 ‘지원’은 많고 ‘성장’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당장의 생활을 버티게 하는 데는 힘을 쏟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삶을 바꾸는 데 필요한 구조적 투자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대표적으로 일자리 분야를 보자. 총 14개 사업에 29억 490만 원이 편성됐다. 청년성장 프로젝트 1억 6,500만 원, 청년도전 지원사업 6억 5,990만 원, 수원형 성장-업 일자리 사업 8억 1,700만 원 등이 포함된다. 각각 의미 있는 사업이지만 수원시 청년 인구가 약 36만 명이라는 현실을 고려하면 체감도는 크지 않다.
청년 해외 인턴십 지원사업은 취업 연계 인원이 15명 목표다. 취업준비청년 면접정장 무료대여는 2,125건, 청년 행정체험은 193명 참여가 목표다. 모두 필요한 사업이다. 그러나 이것이 청년 고용시장의 구조를 바꾸는 수준의 정책인가를 묻는다면 쉽게 답하기 어렵다.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단기 체험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일자리다. 청년정책이 행사와 체험을 넘어 산업과 고용 구조를 바꾸는 방향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체감은 오래가지 않는다.
교육 분야는 더 적다. 총 9개 사업에 16억 3,834만 원이 편성됐다. 대학생 장학금 지원 6억 8천만 원, 어학·자격시험 응시료 지원 4억 1,790만 원이 핵심이다. 청년 역량강화 프로그램, 자기소개서 멘토링, 모의면접, 청년 강사 양성 프로젝트 등은 대부분 수천만 원 단위다.
청년이 지역에 정착하려면 결국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 취업과 창업, 기술 습득과 실질적인 역량 강화가 핵심이다. 그러나 교육 분야 예산은 복지 예산에 비해 지나치게 작다. 단기 지원은 늘었지만 장기 자립 기반은 약한 구조다. 오늘을 버티게 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내일을 바꾸는 힘은 부족하다.
주거 분야 역시 마찬가지다. 총 56억 600만 원이 편성됐지만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은 청년월세 한시 특별지원 50억 3,700만 원이다. 실제 신규 정책으로 주목받는 청년 주거 패키지는 4억 원 규모다. 지원 대상은 400명, 1인당 최대 100만 원, 생애 1회 지원이다.
회의록에 따르면 이미 신청자는 400명을 넘어 약 600명 수준까지 예상됐다. 정책이 시작되기도 전에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가 드러난 셈이다. 청년의 주거 불안은 분명한데 예산은 제한적이다. 총액 392억 원 속에서도 실제 체감도가 높은 주거 안정 정책은 상대적으로 작다. 월세 지원은 잠시 숨을 돌리게 할 수는 있지만, 계속 살아갈 수 있는 도시를 만들지는 못한다.
가장 극명한 분야는 참여·권리다. 사업 수는 25개로 적지 않지만 예산은 1억 2,353만 원에 불과하다. 청년정책조정위원회 운영, 청년 아이디어톤, 대학생 협의회, 청년네트워크, 청년정책 통합홍보 등이 포함된다. 사업 개수는 많지만 실질적인 영향력은 크지 않다.
청년정책은 청년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청년이 함께 만드는 정책이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청년은 대부분 소비자의 위치에 머문다. 회의에 참석하고 의견을 내지만 최종 결정은 행정이 한다. 참여는 절차가 되고 결정은 시스템이 된다. 예산 구조는 이를 가장 정확하게 보여준다. 참여는 많아 보이지만 권한은 적다.
관련 회의에서도 같은 문제의식은 이미 제기됐다. 한 위원은 “복지 비중이 높은 반면 교육·자립 분야 예산은 상대적으로 적어 균형 있는 편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고, 또 다른 위원은 “기존 정책을 넘어 새로운 사업을 만들어내는 구조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외부 비판이 아니라 내부에서도 이미 같은 질문이 나오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신규 사업을 보면 더 선명하다. 가장 큰 신규 예산은 사회초년생 청년 무상교통 버스비 지원 63억 3,700만 원이다. 만 19세부터 23세 청년에게 연 최대 약 27만 7천 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생활비 부담 완화라는 취지는 분명하다.
하지만 동시에 묻지 않을 수 없다. 교통비 지원이 청년 자립의 핵심인가. 단기 생활비 부담은 줄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취업, 주거, 지역 정착을 바꾸는 정책인가. 복지성 현금 지원이 확대될수록 자립 기반 정책은 상대적으로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정책은 쉬운 지원부터 시작하지만 도시를 바꾸는 것은 어려운 구조개혁이다.
생성형 AI 기반 고위험 청(소)년 사전예방 시스템 ‘점프프렌즈’에도 1억 4,900만 원이 편성됐다. 고립·은둔 청년을 조기에 발견하고 지원하겠다는 취지는 중요하다. 그러나 AI 기반 상담과 위험군 탐지가 실제로 얼마나 효과적인지, 오탐 가능성은 없는지, 개인정보 보호는 충분히 검증됐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기술은 도구일 뿐 정책의 본질을 대신할 수는 없다.
결국 수원시 청년정책의 과제는 분명하다. 복지를 줄이라는 것이 아니다. 복지에 머물지 말라는 것이다. 청년정책은 생계 보조를 넘어 일자리, 주거 안정, 역량 강화, 정책 참여가 함께 움직이는 구조로 가야 한다. 392억 원이라는 숫자가 행정의 실적표로만 남을지, 청년의 삶을 바꾸는 출발점이 될지는 이제 수원시의 재설계 의지에 달려 있다.
지금의 수원시 청년정책은 ‘도와주는 정책’에는 강하지만 ‘스스로 설 수 있게 만드는 정책’에는 상대적으로 약하다. 복지는 넓지만 자립은 얕다. 이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청년정책은 매년 예산만 반복될 뿐 체감은 남지 않는다.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잠시 버틸 돈만이 아니다. 이 도시에서 오래 살아도 괜찮겠다는 확신이다. 복지는 필요하다. 그러나 복지만으로는 도시를 떠나는 청년을 붙잡을 수 없다. 청년정책은 생존을 넘어서야 한다. 살아남는 정책이 아니라 살아갈 수 있는 정책이어야 한다.
기자수첩 한마디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잠시 버틸 돈이 아니라, 이 도시에서 오래 살아갈 수 있다는 확신이다.”
다음 후속 보도에서는 수원특례시 청년정책 392억 원이 실제 어디로 흘러가는지, 반복되는 위탁사업과 행사성 예산, 유사사업 중복 편성, 그리고 청년보다 기관 중심으로 설계된 구조는 없는지 예산 집행의 실체를 구체적으로 집중 추적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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