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와 어울림을 통한 자아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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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와 어울림을 통한 자아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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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영화제 상영작 리뷰]<경과>'사람 人'의 동양적 해석

제 5회 광주국제영화제 '영 시네마' 부문에 출품된 영화 <경과>(감독 청웬 탕, 대만)는 동양적 색채가 가득한 수묵 산수화 풍경과 분별조차 힘들 정도의 한자 서체가 스크린을 가득 채운 영화의 시작부터 심상치가 않다.

삼촌이라 부르는 노인과 기체조에 열중이던 다소 평안한 분위기는 작가 동헝(타이리 찐 분)에게 결려온 휴대폰의 벨소리와 함께 깨져 버린다. 영화 <경과>는 중국에 오래된 서체 '한식첩(寒食帖)'에 얽힌 세 사람의 사연과 이들의 인연을 통해 각기 변해가는 과정을 담담하고 서정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동헝의 연인이자 대만 박물관에 근무하는 아칭(꾸이룬 메이 분)과 한시 서첩을 둘러싼 인연을 지닌 일본 남자, 이렇게 세 사람(人)의 관계와 어울림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아칭(安全, 편안하다는 뜻)은 이름과 달리 아침마다 박물관 통근 버스를 놓칠 뻔 하고 자주 물건을 흘리고 다니긴 하지만 자기 주장이 뚜렷하고 어려서부터 할아버지로부터 전해 들었던 중국 북송 때 시인 소동파의 '한식첩'은 그녀에게 큰 의미가 있다.

^^^▲ 영화 <경과>의 여주인공 아칭역의 꾸이룬 메
ⓒ giff.org^^^
동헝 역시 자신이 쓰는 시를 통해 '한식첩'에 관심이 많아 그녀와 공감대를 형성해 좋은 감정을 갖지만, 아직까지 여자에 대한 그의 무관심 섞인 말 한마디가 밝은 미소가 잘 어울리는 그녀의 유일한 그늘이 되곤 한다. 그래서 그녀는 항상 "사람은 언제나 꿈 꾸잖아요"라며 그녀 자신이나 주변 사람들을 위로하곤 한다.

대만에 '한식첩'이 있다는 할아버지의 유언을 받들어 아칭이 일하는 박물관에 찾아온 이치로는 가장 먼저 '한식첩'을 통해 자신의 처지를 느끼고 있는 인물. 술에 취한 채 아칭을 찾아온 이치로는 아칭에게 그녀의 이름처럼 편안함을 느낀다고 말하고 이후부터 자신감을 찾은 아칭은 두 남자 앞에서 슬라이드 발표로 한식첩에 대해 이야기한다.

마치 연극의 막이 올려지듯 영화 중간마다 스크린 가득 삽입된 동헝의 시 구절은 그 자신은 물론 감독이 관객들에게 은유적으로 던지고자 하는 관계와 어울림이란 주제 의식을 통한 자아 찾기일 것이다. 청웬 탕 감독은 인터뷰에서 "매니아를 대상으로 하는 영화로 작품을 통해 깨달음과 교훈을 얻기 바란다"고 영화의 추천사를 전했다.

‘人生缺憾 一碗承愛' - 인생의 허무함을 이 한 잔에 흘려버리네.

주인공 아칭이 동헝에게 대작가라고 부르며 "그렇게 감정이 없는데 어떻게 좋은 시를 쓸수 있느냐"라며 책망하는 대사는 글을 업(業)으로 하는 사람들에게 자신과 주변을 진지하게 돌아보는 여유를 갖게 해준다.

물론, 지나친 주관적인 감정이 개입되서는 안되겠지만 따스함이나 애틋함 등의 감성이 묻어나지 않는 시는 줄기는 무성하지만 잎이 없는 나무 같다고 할까.

"시간은 그저 지나갈 뿐이다. 단지 머물러 있을 뿐"

^^^▲ 대만 영화 <경과>의 영화 속 한 장면
ⓒ giff.org^^^
그녀가 '사람 人'의 의미를 이치로에게 설명하면서 '한식첩'에 동화된 자신의 처지를 인식하자 냉철한 이성주의자 같지만 그녀가 잔뜩 취해 늦는 날 집 앞에서 기다리는 동헝 역시도 '한식첩' 때문에 질투하지는 않는다. 왜냐면 그들은 가끔 오래 전 함께 산행할 때의 감성을 떠올리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두 사람, 아니 세 사람의 이후 관계가 어떻다고 결말 짓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 초반부에서 삼촌과 기체조에 열중하는 동헝이 아칭의 이름처럼 마음 속에 평안을 찾으며 깨달음을 얻은 것처럼 보이기에 관객들은 미소지으며 극장 문을 나설 수 있지 않을까.

영화 <경과>는 광주국제영화제에서 관람 후 '관객 추천작 베스트6'로 뽑혀 깜짝 상영을 할 만큼 국내 시네필들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대만 영화이다. 그 동안 국내에 소개된 대만의 허우샤오시엔, 차이밍량 등의 감독과 다른 영화 세계을 선 보인 청웬 탕의 이번 영화가 개봉관에 걸릴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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