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와 기후 패턴의 변화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수로 가운데 하나인 ‘파나마 운하’의 급수뿐만이 아니라 수백만 명의 파나마인들이 식수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데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영국의 BBC가 9일 보도했다.

파나마 운하는 분명히 20세기 공학의 위대한 업적이다. 1924년에 완공된 이 인공수로는 태평양과 대서양을 잇는 미국 서부 해안과 유럽 사이의 이동시간을 획기적으로 거의 절반을 줄였다.

현재까지 선박들이 80km길이의 파나마 운하를 따라 높이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일련의 수문(locks)을 통과해야 한다. 열렸던 수문이 다시 내려지기 전에 해수면으로부터 26m까지 들어 올린다.

BBC는 파나마 운하의 안내자인 마헬리스 데 가르시아(Mahelis de García)는 “운하의 수문이 일종의 엘리베이터 역할을 하며, 산꼭대기에 있는 인공 호수에서 방출되는 엄청난 양의 물을 사용하여 선박을 상승시킨다”고 설명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지구온난화가 날씨 패턴에 영향을 미치면서, 운하를 운영하는 것은 그 어느 때보다 더 큰 도전이 되고 있다고 한다. 파나마 운하 당국에 따르면, 2019년은 파나마에서 70년 동안 5번째로 건조한 해로 역사적 평균에 비해 강우량이 20% 감소했다.

하지만 어려움을 야기하는 것은 건조한 해(year)뿐만이 아니다. 폭우(heavy rain)는 인공 호수인 운하를 철철 넘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건조한 해와 폭풍과 폭우가 더 흔해짐에 따라, 파나마 운하는 신선한 물의 공급원과 그 물을 저장할 새로운 방법을 찾을 필요가 생겨났다.

선박들이 수문을 통과할 때마다, 5500만 갤런의 담수가 된 후 바다로 방출된다. 평균적으로, 매일 37척의 배가 20억 갤런 (90억 리터)이 넘는 담수를 사용하면서 이 수문을 통과합니다.

파나마 운하의 물 프로젝트 담당 부사장인 존 랭먼(John Langman)은 운하의 물이 고갈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해결책을 찾고 있다면서, “우리는 이 운하가 파나마 경제에 큰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유난히 건조한 지난 2019년의 경우, 운하 당국이 수문을 가동할 때 사용하는 물의 양을 줄여야 했고, 이는 선박의 용골(keel, 龍骨, 선체의 중심선을 따라 선박 밑을 선수에서 선미까지 꿰뚫은 부재)과 운하 바닥 사이에 물이 적어 선박들이 무거운 화물을 실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설명이다.

이 수문들이 계속 작동하게 하기 위해, 운하 당국은 비가 오는 해에 더 많은 물을 저장하여 건조한 시기에 충분한 물을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그들은 더 많은 빗물을 잡기 위해 기존의 인공호수의 바닥을 더 깊게 파내려가는 것을 포함한 여러 가지 선택사항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수행하고 있다.

랭먼 부사장은 “우선 운하 주변의 분수계(分水界, watershed) 안에서 해결책을 찾는 것을 우선 목표로 삼을 것”이지만, 국가의 다른 지역의 수자원들을 살펴봐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선택도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운하 당국이 연구하고 있는 한 가지 가능성은 파나마 중부 코클레(Coclé) 주에 있는 인디오 강(river Indio)에 댐을 건설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수천 명의 소규모 농부들의 삶의 터전을 앗아갈 수밖에 없는 일이다. “만약 운하 당국이 농부들의 땅을 범람시킨다면 농부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어디로 가야하나? 그 농부들을 어디로 재배치할 것인지 설명조차 없다는 것”이다.

이 댐은 검토 중인 여러 가지 가능한 방안 중 하나일 뿐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 중요하며, 운하 당국은 환경적, 사회적 영향이 가장 낮은 해법을 택할 것이라고 강조하지만 쉽지 않다는 점이다.

또 수원(water sources)을 찾는 것은 선박과 상업에 관한 것만은 아니다. 파나마 운하 당국은 수도 파나마시티를 포함한 파나마 인구의 절반에 식수를 공급한다. 그 식수는 수문을 열 때 사용되는 것과 같은 인공 호수에서 나온다.

파나마 운하 당국은 사람이 먹기 위해 바닷물을 담수화해 인공호수의 물을 운하에 더 많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환경운동가이자 파나마시티의 전 부시장인 라이사 밴필드(Raisa Banfield)는 “도시의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더 많은 건물들이 건설되고 삼림지역이 고갈됨에 따라 파나마의 수자원에 대한 압력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한다.

기후변화는 해결책을 빨리 찾으라고 강요하고 있다. 파나마 운하는 1880년부터 강우량을 관측해 왔기 때문에 매우 좋은 기상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 파나마에 있는 스미스소니언 열대 연구소의 과학자인 스티븐 패튼(Steven Paton)은 이 142년간의 데이터가 기후 변화와 일치하는 강우량의 변화를 보여준다고 말한다.

그는 “지난 25년간 10대 폭풍 중 8차례, 두 번의 가장 건조한 해와 가장 건조한 해 3년 연속 강우량이 다른 어떤 3년 기간보다 적었다. 우리는 모든 종류의 기록을 세웠다”면서, “기상 패턴이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덧붙이고, “예를 들어, 2022년은 기록이 시작된 이래 파나마에서 가장 빨리 장마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과거에 올해와 같은 경우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100년이 넘는 세월이 된 원래의 철문(鐵門, steel-plated gates)은 여전히 전 세계의 선박들에게 수문을 열어주고 있지만, 강우 패턴이 바뀌면서 운하를 운영하기 위해 물을 공급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