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상무부는 16일 밤 중국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Comprehensive and Progressive Agreement for Trans-Pacific Partnership) 가입을 정식으로 신청했다.
왕원타오(王文濤) 중국 상무부 부장(장관)은 기탁국인 뉴질랜드의 ‘오코너’ 무역-수출 진흥장관과 전화 협의를 거쳐 신청서류를 공식 제출했다. 중국은 CPTPP에 가입,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무역 주도권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20년 11월 CPTPP참여를 적극적으로 생각해보겠다고 말했었다. 미국이 새로운 자유무역협정(FTA) 등에 소극적인 가운데, 2022년 1월 발효를 목표로 하는 동아시아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 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에 이어 경제적 영향력 확대를 도모하겠다는 뜻이다.
CPTPP가입 교섭이 원활하게 진행될지는 불투명하다. 현재 CPTPP회원국은 11개국으로 영국도 가입 신청을 한 상태이다. 중국의 참여에는 회원국 모두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TPP에는 중국과 통상마찰을 하고 있는 호주나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로 대립하고 있는 베트남이 가맹하고 있어, 무리 없이 중국의 가입이 성사될지는 미지수이다.
가입을 위해서는 중국 국내의 제도개혁도 피해갈 수 없다. CPTPP는 정부가 국영기업을 보조금 등으로 우대해 경쟁을 뒤틀리게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시진핑 지도부가 국영기업 증강을 전제로 한 채라면 협상은 처음부터 꼬일 수 있다.
중국은 9월부터 시행한 데이터 안전법(Data Security Law) 등으로 데이터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데이터의 국외반출 금지 등은 CPTPP회원국의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
또 CPTPP는 데이터 유통의 투명성이나 공평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3원칙도 포함시키고 있다. 그 하나가 “소스코드-Source Code"의 개시 요구의 금지이다. 중국에서는 외국 자본 기업(외자계)이 인허가의 취득 등의 조건으로 하이테크 기술에 대해 분명히 나타나게 해야 한다는 등 중국 지방 정부 등에서 강요당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즉 기술이전을 강제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CPTPP는 정부 조달에서도 국내외 기업의 차별을 원칙적으로 없애도록 요구하고 있다. 중국은 안전보장을 이유로 정부조달에서 권장하는 기업과 제품을 기록하는 것, 이른바 “안가목록(安可目録)”을 만들어, 외자계의 배제를 진행시켜 왔다. 자국의 형편을 우선하는 자세로는 가입을 향한 길이 험난할 수밖에 없다.
중국은 CPTPP에 참가하는 것에 큰 이점을 찾아내고 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CPTPP가 요구하는 높은 수준의 자유무역 룰을 받아들일 각오가 필요하다. 다시 말해 중국이 CPTPP에 들어가고 싶다고 하는 소망을 가지는 한, 중국은 국 교섭에 대해 열악한 위치에 있다.
중국을 가입시킬지를 결정하는 것은 현재 CPTPP에 참가하고 있는 나라, 일본이 중국에 가질 수 있는 최대의 지렛대이므로, 이것을 살려 중국을 바꾸어 간다는 의식으로 교섭해야 한다는 주문도 있다.
이번 중국의 CPTPP 전격 가입신청의 배경이 흥미롭다.
* 역사상 최장 기간인 20년 동안의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끝낸 미국이 종이호랑이 신세라고 판단, 이 시기를 최대한 활용한다.
* 베트남 등 CPTPP 내의 반중파가 코로나19의 대유행 속에서 약해진 측면을 파고든다.
* CPTPP를 주도하고 있는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라는 일본의 정치공백기를 활용한다.
* 탈퇴를 한 미국이 다시 복귀하기 전에 미리 가입을 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물론 위의 4가지는 시나리오이지만 중국이 진정으로 비즈니스의 중요성을 인정한다면, 외교, 안전보장 측면에서 엉뚱한 일을 해서는 안 된다는 주문도 있다.
1996년~2001년 아프가니스탄을 통치한 이슬람 근본주의(원리주의) 단체 탈레반이 2021년 8월 15일 미국의 참패로 재등장을 한 아프간 탈레반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不信)이 있는 것처럼 중국은 걸핏 다자주의를 외치면서 국제질서를 준수한다고 하면서도 국내적으로는 데이터 안전법, 시진핑 사상 교육 강화 등 또 다른 문화대혁명이라는 국면에서의 CPTPP가입 신청을 한 시점이 주목된다.
중국은 이미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했다. 가입 조건인 자국 내 경제개혁을 추진한 경험이 있지만, CPTPP가입 조건인 경제개혁과 중국 내 현실 제도는 많은 격차가 존재한다. 그 격차를 줄이면서 CPTPP가입이 성사될지는 불투명하다.
중국은 이미 탈퇴 선언을 한 미국의 CPTPP복귀가 단기적으로는 어렵다고 보고, 미리 가입신청을 해 성사시켜보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또 미국에 의한 대중국포위망 강화를 무너뜨리려는 전력도 숨어있다.
우연이겠지만 미국, 영국, 호주 3개국은 새로운 안보동맹 ‘오커스(AUUKUS)'를 발족 대중국 포위망 강화에 나선 시점에서 중국이 전격 가입 신청을 한 것도 이목을 끈다.
한편, CPTPP 11의 합계 GDP는 전 세계의 13%, 인구는 5억 명으로 유럽연합(EU)을 뛰어 넘는다. 이미 충분한 경제권이라고 볼 수 있으며, 비교적 위상이 비슷한 나라들이 많아 내부 합의는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과의 관계는 특히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멀고도 가까운 관계로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고 있다. 미국의 영향력도 크게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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