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부동산 대기업 ‘헝다(恒大, evergrande)’그룹의 경영 위기가 세계 경제에 동요를 주고 있다. 그룹 이름 자체는 ‘항상'이라는 말이 들어 있지만 대마불사(大馬不死)라는 말이 역시 중국에서도 통하지 않는 상황이 닥치고 있다.
천문학적인 액수의 부채를 안고 있어 파산하게 되면, 경기 악화의 국제적 연쇄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중국은 주요국과 제휴를 취해 위기 회피에 전력을 기울여야 할 때이지만 어쩐지 입장이 어정쩡하다.
파산설이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 부동산 개발회사 헝다 그룹이 23일 만기가 도래하는 일부 채권 이자를 지급하겠다고 밝혀 당장의 부도는 일단 지연시키게 됐다.
1996년에 창업을 한 헝다는 차입자금으로 택지를 개발, 염가의 주택이나 맨션 등을 대량으로 만들어 팔아치우는 수법으로 수익을 올려, 중국 제 2위의 부동산회사로 성장했고, 현재는 프로축구팀 운영이나 전기자동차(EV)의 생산도 다루는 거대기업 그룹으로 발전해왔다.
하지만 공급 과열에 의한 부동산 시황의 악화, 중국 정부의 토지거래 규제책으로 수익이 급격하게 악화됐다. 총 부채가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라는 약 353조 원에 달해 채무불이행(default, 디폴트)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장 23일부터 올 연말까지 이자 지불 기한이 놓여 있다. 부채 가운데에는 은행차입 외에 회사채도 포함돼 있다. 건설업자 등 거래처에 대한 지불도 꽉 막혀있어 자립 재건의 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우려대로 헝다 그룹이 파산하면, 그 영향은 막대하다. 부동산 가격이나 주가 폭락은 금융기관을 포함한 수많은 중국기업을 강타할 것이다. 동시에 거대시장을 가지고 있는 중국 경제는 물론 중국에 진출하고 있는 외국 기업들의 경영심리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 분명하다. 그럴 경우, 고용이나 임금의 억제 등 부정적인 연쇄반응이 나타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중국 정부의 자세이다. 중국 공산당 당국은 아직도 뚜렷한 대응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물론 부유층에 대한 원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쉽게 헝다 그룹을 구제할 수 없는 국내 사정이 있는 건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러나 불안의 연쇄는 금융시장 전체에 파급되고 있다. 중국 정부와 헝다 그룹은 즉시 경영 상황을 개시한 다음, 부채 처리를 향한 로드맵을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
나아가 미국, 유럽 등의 주요국도 중국에 대해 적극적으로 (헝다 그룹에 대한) 지원책을 촉구해 함께 위기를 극복하는 자세를 분명하게 할 필요가 있다. 설령 미-중간에, 그리고 쿼드(QUAD) 등 대중국 포위망이라는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등 정치적 대립이 있어도 ‘경제의 뿌리는 국경을 넘어 뻗쳐 있어 단독 위기대응은 불가능하다’는 인식을 공유해야 한다.
특히 동요하는 금융시장의 안정화를 위해서 중국과 미국, 유럽연합 등은 시급하게 정보를 공유, 대화를 통한 사태 수습에 나설 필요가 있다. 중국 헝다 그룹만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
뉴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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