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미국 대통령 최초 원폭지 히로시마 방문
오바마, 미국 대통령 최초 원폭지 히로시마 방문
  • 김상욱 대기자
  • 승인 2016.05.11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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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전쟁 가해국이 아니라 ‘원폭 피해국 부각’ 책임회피 노려

▲ 원폭을 투하한 미국에 대해 오히려 일정 정도 책임을 추궁까지 해야 하지 않느냐는 견해가 한국인 사이에서도 적지 않지만 지금까지 한마음으로 대일 정책을 추구해 왔기에 참았으나, 박 정권의 역사문제 해결(?)과 미국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으로 이 같은 분노와 미국의 책임 논란이 다시 불거질 개연성이 많다. ⓒ뉴스타운

박근혜 정권 대일 역사문제 ‘모르쇠’로 일관 자세 엿보여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사상 처음으로 일본의 원폭 투하지인 히로시마를 방문하기로 해 한국은 물론 일본으로부터 피해를 본 국가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과 일본 정부는 10일(현지시각) 오바마 대통령이 오는 27일 개최되는 주요국 정상회의(장소 : 일본 이세시마)에 맞춰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함께 히로시마를 방문한다고 정식 발표했다.

히로시마,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투하한 미국의 현직 대통령이 피폭지를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최초이며, 늦었지만 피폭 70년이 지나 이번에라도 실현되게 됐다며 일본에서는 두 손을 들어 환영하고 있다. 특히 이번 히로시만 방문은 일본의 끈질긴 방문 요청 노력의 결과로 보인다.

일본정부는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 기회를 “오바마 대통령 스스로가 제창한 핵 없는 세상 실현을 위한 대응을 국제사회에 호소하겠다”는 것으로, 이와 동시에 일본의 제 2차 세계대전 등 전쟁 가해국으로서의 책임을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의 의미(핵 없는 세상)에 얹혀 희석시키려는 의도가 다분히 엿보이고 있다.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히로시마 연설과 평화기념공원에서의 헌화, 원폭자료관 견학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이번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에 대해 로즈 대통령 부보좌관은 성명에서 “미국에는 핵무기를 사용한 유일한 국가로서의 특별한 책임이 있다”고 지적하고, “미국과 일본 공통의 미래에 대해 전향적인 비전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부보좌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원폭 투하의 시비(是非)로 되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사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본 일부 언론은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 자체가 ‘원폭 투하에 대한 사죄’는 아니라도 “미국 대통령 최초의 (히로시마) 방문 자체가 사죄와 연결되는 뜻을 내포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내놓고 있다.

또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도 성명에서 “평화와 안전을 추구하는 대통령의 꾸준한 결의를 나타내는 역사적인 방문”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핵 없는 세상을 주창하면 일찍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오바마 대통령 자신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노벨평화상 수상의 의미를 완성시킨다는 의미의 업적 쌓기의 하나로 보는 시각도 분명 존재하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10일 밤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모든 희생자들을 미국과 일본이 함께 추도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피폭의 실상을 접하고, 그 마음과 생각을 세계로 발신하는 것은 핵무기 없는 세상을 향한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의 발언은 오바마의 큰 슬로건 ‘핵 없는 세상’을 한껏 활용, 일본이 전쟁 가해국이 아니라 원폭 피해국을 세상에 발신함으로써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이른바 ‘역사지우기’의 하나라고 평가할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09년 4월 프라하에서 ‘핵 없는 세상의 실현’을 주창한 뒤 그 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009년 11월 첫 방일 당시 피폭지를 “방문할 수 있다면 영광”이라고 말한 적이 있으며. 2010년 8월 당시 루스 주일 대사의 히로시마시 평화기념 행사 참례를 시작으로 고위 관리를 거듭 파견하며 자신의 방문 가능성을 살펴 왔다.

또 올해 들어 4월에는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선진 7개국(G7) 외교장관과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서 헌화하고 오바마 대통령에게 방문을 권해보겠다는 뜻을 시 한 적이 있다.

이 같은 오바마의 히로시마 방문에 대해 한국 언론과 한국인들의 심기는 매우 불편한 편이다.

“(미국 대통령의 첫 히로시마 방문은) 일본이 피해자라는 인상을 주게 하는 것으로 반성과 사죄가 끝나지 않은 아시아의 가해국이라는 사실을 숨기게 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조선일보 칼럼도 있다. 상당히 설득력 있는 칼럼 논조로 보인다. 이 같은 논조는 비단 한국의 일부 언론만의 논조가 아니다. 상당수 한국인들은 일본의 ‘이중적 자세’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어 ‘피해자 코스프레’하는 것 아니냐는 의식은 상당하다.

문제는 박근혜 정부의 이에 대한 입장이다. 이미 박근혜 정권은 지난해 11월 말 한일 정상회담 당시 옛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으로부터 어정쩡한 사죄 아닌 사죄를 받은 뒤 역사문제를 두 번 다시 문제 삼지 않겠다는 “불가역적(不可逆的)”이라는 용어를 써가며 나름 매듭을 지어버렸다.

이 지점에 문제의 핵심이 존재한다. 분명 해결이 안 되었음에도 정권적 차원에서 마치 완전한 해결을 본 것처럼 외교적 미숙, 역사인식의 심연 부족 등이 낳은 ‘박근혜-아베 신조 합의문서’가 더 이상 한국인들의 위안부 문제 등의 제기에 족쇄를 물리는 꼴이 돼 버렸다.

따라서 전쟁과 식민지 시대(일제 강점기)에 있었던 일과 관련하여, 미국 정부가 일본에 바짝 다가가면서 “오~ 일본 이해합니다”라는 자세로 이어질 때, 한국인들은 자국 정부에 호소도 미국 정부에 반박도 할 곳이 사라져 버리는 이상한 현상이 벌어질 것이 분명해 보인다. 따라서 그래왔듯이 박근혜 정권은 이 문제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감정은 안중에도 없는 박 정권이 아닐 수 없다.

대한 적십자사는 일본에 의한 징용으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살고 있던 한반도 출신자와 그 가족 등 총 약 70,000명이 피폭을 당했고, 그 가운데 40,000여 명이 사망했으며, 생존자 중 약 23,000명이 그 후 한국으로 이주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따라서 피해국이 일본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한국인 피해자도 적지 않다는 사실이 이번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을 계기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릴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박근혜 정권의 역사 문제에 대한 대미 외교의 한계점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대목이다.

그동안 일본 정부는 건강관리수당 지급 등에서 오랫동안 일본인과 많은 차이를 두었고, 따라서 피해 한국인과 그 가족, 일반 한국인들은 일본의 그 같은 행태에 대해 솟아오르는 분노를 느끼고 있다.

원폭을 투하한 미국에 대해 오히려 일정 정도 책임을 추궁까지 해야 하지 않느냐는 견해가 한국인 사이에서도 적지 않지만 지금까지 한마음으로 대일 정책을 추구해 왔기에 참았으나, 박 정권의 역사문제 해결(?)과 미국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으로 이 같은 분노와 미국의 책임 논란이 다시 불거질 개연성이 많다.

더 큰 문제는 박근혜 정권이 이에 대한 대책을 내놓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더 큰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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