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의 '평화통일'은 거짓말
정치인의 '평화통일'은 거짓말
  • 김동일 칼럼니스트
  • 승인 2015.09.12 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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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에는 통일이 없고, 통일에는 평화가 없다

▲ ⓒ뉴스타운

새벽녘 태양이 뜨기 전 어슴프레한 하늘 동쪽에 밝게 빛나는 별이 샛별이다. 샛별은 희망, 신선 등의 이미지를 풍긴다. 그러나 실상은 무시무시 하다. 대기 온도는 평균 476도로 뜨거워 펄펄 끓고 기압은 지구의 90배에 달한다. 샛별의 이름은 금성이다. 영어로는 비너스(Venus)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실체는 지옥에 다름 아니다.

유럽 대륙의 북서쪽에는 그린란드(Greenland)가 있다. 푸른 초목의 나라 라는 뜻이다. 그러나 그린란드의 85%는 얼음으로 덮여있다. 이름과는 영 딴판인 셈이다. 그린란드의 동남쪽에 아이슬란드가 있다. 얼음의 나라 라는 뜻이다. 얼음의 나라 아이슬란드 보다 얼음이 더 많은 곳에 그린란드 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985년 경 '붉은머리' 별명의 바이킹 에릭 때문이었다.

에릭은 아이슬란드에서 추방당하는 바이킹 무리의 지도자 였다. 바다를 떠돌던 에릭 일행은 그린란드를 발견하였고, 아이슬란드로 돌아와 같이 동행할 추종자들을 모집하기 위해 푸른 초목의 나라를 발견 하였다고 선동했다. 얼음의 땅에 그린란드 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추종자들을 모집하기 위한 에릭의 고의적인 거짓말 때문이었다.

세상에는 명칭과 실체가 정반대 이거나 모순적인 이름들이 있다. 이런 이름들은 순전히 무지의 소치이거나 특정 목적을 위한 고의적인 거짓말에서 비롯된 것들이 많다. 샛별의 실체를 미리 알았더라면 계명성(啓明星)이 아니라 지옥성(地獄星)이라 불렀을 것이고, 선동의 실체를 알았더라면 그린란드와 아이슬란드의 이름은 뒤바뀌었을지도 모른다.

북한의 명칭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다. 세상에서 가장 비민주적이고, 사람 목숨이 벌레 목숨보다 싸구려 취급받는 동네에 '민주주의'와 '인민공화국'이라는, 세상에서 가장 그럴싸한 이름을 붙여 놓았다. 남한에도 '인민공화국'에 버금가는 지독히도 모순적인 이름이 있다. '평화통일'이란 이름이 바로 그것이다.

평화통일을 국가정책으로 제일 먼저 내건 사람은 70년대의 박정희 였다. 그러나 박정희는 평화통일에 대한 신념은 없었다. 이어 80년대에는 김일성이 평화통일을 내걸었다. 김일성 역사도 평화통일에 대한 신념은 없었다. 평화통일은 남북 지도자들의 단골 메뉴 였지만 이를 믿는 지도자는 남북 어디에도 없었다. 평화통일은 사기꾼이나 쓰는 용어란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1970년 닉스독트린이 발표 되었다. 아시아 국가의 안보에 미국은 발을 빼겠다는 선포 였다. 이어 2만 명의 주한미군이 철수했다. 북한에 군사력이 뒤지던 대한민국에게는 최대 위기였다. 박정희는 국가보위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만들고 향토예비군과 학도호국단을 창설했다. 그리고 비장의 카드로 내민 것이 '평화통일'이었다.

무장공비가 수시로 내려오고 북한의 남침 위협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주한미군까지 철수해버린 남한은 바람 앞의 촛불처럼 위태로웠다. 이때 박정희가 평화통일을 내세운 것은 경제개발에 대한 시간을 벌고 싶었기 때문이다. 박정희는 김일성을 평화통일의 파트너가 아니라 '미친개'로 취급했던 사람이다. 평화통일은 가난한 대통령의 생존을 위한 기만적 구호였다.

80년대에는 김일성이 평화통일 공세를 시작한다. 이때 남북한 간의 경제력이 역전되었기 때문이다. 평화통일은 약한 자의 구호였다. 평화통일이라는 구호의 의미는 휴전선을 넘어오지 말라는 간곡한 뜻이기도 했다. 평화통일은 통일의 반대말과 같았다. 80년대 김일성의 평화통일 구호는 지금까지 이어져 이제는 남한 빨갱이들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고 있는 중이다.

분단 70년, 이제 통일이 요원하다는 것은 경험칙이 되었고, 통일에 공짜가 없다는 사실은 체득 되었다. 통일이라는 것도 반도 땅에 존재하지 않는 허상이라는 것일 진데, 평화통일이라는 것은 더더욱 잡을 수 없는 아지랑이 같은 것이다. 평화통일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정치인이 우민을 선동하기 위하여 동원하는 비현실적 이론이나 구호에 쓸모가 있을 뿐이다.

평화를 원한다면 양쪽이 흡수를 포기하고 현 체재를 유지하며 불가침조약이라도 맺는 것이 현실적이고, 통일을 원한다면 당장이라도 평양을 공습하는 것이 통일의 지름길이 된다. 그런데 이도저도 아닌 평화통일이라니. 평화에는 통일이 없고 통일에는 평화가 없다. 하나를 버려야 하나를 얻을 수 있을 뿐 평화와 통일은 양립할 수 없는 것이다.

평화통일이라는 말은 어리석은 정치인들의, 이런 정치인에 부역하며 곡학아세하는 학자들의 전용어이다. 평화통일이라는 거짓말로 국민들을 선동해도 국민들은 이렇게 외치고 있다. "통일은 공짜가 아니다. 피의 대가만이 통일을 부를 수 있다. 꿈에서 깨라, 어리석은 정치인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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