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식 연정, 이원집정부제의 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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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식 연정, 이원집정부제의 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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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제왕이기 때문에 정치가 썩은 것이 아니다

어제(16일) 개헌 발언을 했다가 여론에 크게 보도가 된 것이 당황스러웠는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오늘(1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통령이 이탈리아 아셈에 있는데 제가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헌 논의는 분명히 정기국회 끝날 때까지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발 물러선 모양새이다. 그러나 어제 말한 개헌에 대한 발언의 파급력은 강력했고, 게다가 여당의 수장이 박 대통령과 확연한 입장차를 드러냈기에 논란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급하게 불을 끈다고 하고 있지만 불길이 거세 진화하기 힘든 형국이다.

이런 개헌 발언에는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가 거론이 되어 눈길을 끌었는데, 야권의 대표적 개헌론자인 우윤근 원내대표도 16일날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갈등이 많은 우리 나라는 다수결에 의한 승자독식보다는 합의에 의한 분권형 권력구조로서 오스트리아나 독일 같은 나라가 전형적 모델이 될 수 있다"고 긍정적 입장을 밝혔다. 여기에 "차제에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비롯, 중대선거구제 등 선거구제 문제도 필연적으로 함께 검토돼야 할 것" 이라고 덧붙임으로써 이번 개헌 문제가 선거구제, 비례대표제 등 정치권에 큰 방향을 불러일으킬 것을 시사했다.

이들이 말하는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 연정이 도대체 무엇이길래 우리나라의 상황에 적합하다고 말하는 것일까? 오스트리아의 대통령은 국가원수로서 외교·통일·국방 등의 외치를 전담하고 국무총리는 행정수반으로 내치를 분할 관장하는 것으로 이원집정부제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선거득표를 비율로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다. 오스트리아는 역사적으로 2차 대전에서 막대한 피해를 입었고 전후복구와 외세를 극복해야 하는 시대적인 과제가 있었다. 그래서 이념적 지향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진보와 보수의 대연정을 시작한 것인데, 엄밀히 말하자면 이들 연정이 중도보수, 중도진보였기에 가능한 이야기였다. 어느 한쪽이 극단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연정이었는데, 이 연정을 통해 오스트리아는 전후 나라를 복구하고 경제발전을 이룩할 수 있었다. 나라의 존립이 위태로웠기 때문에 합심했다는 독특한 특성이 지금의 우리나라의 상황과는 다르다고 말 할 수 있다.

게다가 오스트리아의 정치는 기본적으로 여러 당이 공존하고 있으며 제각각 국민들에게서 어느 정도 지지를 받고 있는 다당체제이다.

▲ ⓒ뉴스타운
그리고 이들이 연정을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각 당마다 득표율이 30%를 넘지 않는 현실적인 이유이다. 두 개의 당이 연정을 해야 전체 투표율의 50%를 넘어 국정을 운영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것이 20여년 동안 지속되다 보니 오히려 오스트리아 국민들에게서는 1,2당이 서로 나누어 먹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5년마다 실시되는 총선이 가장 최근인 2013년도에 치뤄젔는데, 중도좌파의 사회민주당이 전체 유효투표의 27.1%, 중도 우파 인민당은 23.8%를 차지했다. 각 1,2당을 개별적으로 보면 30%를 넘지 못하기 때문에 두 당이 연정을 통해 50%를 넘음으로써 집권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특히 2013년 총선에서는 중도 좌, 우파 2당이 가까스로 50%를 넘었기 때문에 내용상 사실상 패배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두 당의 득표율은 지난 2008년 각각 29.3%와 26.0%에 비해서는 후퇴한 것이며 1945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여기에 극우정당인 자유민주당이 21.4%로 지난 2008년 총선때 득표율인 17.5%에 비해 약진하여 많은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대연정이 이어지더라도 반(反) 이민 정책과 유로화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여온 극우 정당의 입김이 강화돼 정국 운영에 어려움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루었다. 정치학자들은 "대연정이 계속되겠지만, 더 이상 '대'연정으로 부르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치에서는 새로운 롤모델로 제시하고 있는 '오스트리아의 연정'의 실상은 1,2당이 20년간의 장기집권일 뿐이다. 처음에는 중도 좌파를 찍었는데 20대 득표율이 나와서 그들이 중도 우파랑 연정을 해버리고, 다음에는 중도 우파를 찍어주면 역시나 20대의 득표율이 나와 중도 좌파와 연정을 해버리는 모습. "오스트리아의 야당이 없어졌다는 것"이 오스트리아 국민들의 반응이다.

이런 연정이 우리 정치에 그대로 도입되면 어떤 모습일까? 결국 여야가 오랫동안 담합처럼 짬짜미해서 권력을 나눠가지는 것이 아닌가? 연정에는 정치 이상을 달리하는 양 정당이 초인적인 양보심과 탁월한 협상력, 그리고 서로 상대를 존중하는 견고한 신뢰가 있어야지만 가능하다. 지금 우리 정치가 상대 정당을 바라보는 눈길에서 신뢰를 느낄 수 있는가? 서로의 뿌리와 업적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 즉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식으로 아웅다웅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연정을 한다고 해서 있었던 여야당이 사라지고 양당으로 나누어 다툼만 하던 정치권이 바뀌는 것이 아니다. 연정을 통해 서로 다른 꿈을 꾸며 살던 사람들이 하나로 뭉친다는 것은 근거 없는 환상이다.

게다가 우리는 세계 어디에도 없는 특수한 안보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50% 넘는 연립정부 구성을 위해 어디까지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까? 근본적으로 오스트리아식 연정을 들먹이면서 개헌론을 이야기 한 까닭은 선거구제를 건드리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유명 정치인, 중진 이상의 정치인들이 앞으로도 자신들의 인지도와 세를 기반하여 더 오래오래 해먹기 위한 것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국민들이 잘 모르는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로 이것만 도입되면 다 바뀔 것처럼 현혹시켜서는 안 된다. 대통령이 제왕이기 때문에 정치가 썩은 것이 아니다. 썩은 냄새가 나는 곳이 어디인지 직시해야 한다.

​미래경영연구소 연구원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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