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권형 대통령제 개헌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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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권형 대통령제 개헌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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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이계 종말 막기 위해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 주장

 
   
  ^^^▲ 국회의사당
ⓒ 뉴스타운^^^
 
 

또다시 분권형 대통령제로 개헌을 하지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나는 분권형 대통령제라는 것 자체가 도대체 말도 안 되는 것이고, 개헌은 특별하게 국민적 합의가 있는 경우가 아니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현재와 같은 단임제 5년 대통령제가 나름대로 문제를 갖고 있기는 하지만 장점도 있기 때문에 쉽게 고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그래야 하는 절박한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또한 2원적 집정부 같은 분권형 정부는 그 자체가 기능이 불가능한 정부구조임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라서 그런 것을 도입하자는 개헌론은 정략적 의도가 있다고 할 수 밖에 없다. (대통령과 국무총리에 집행부의 권한을 분산시킨 바이마르 정권의 실패가 나치의 등장을 초래했음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대통령에 권한이 집중되어 있어서 문제라면, 그런 논의는 야당이 시작해야 하는데 여당이 그런 말을 하는 것부터 3척 동자가 웃을 일이다. 대통령에 권한이 집중된 것이 문제라면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독선과 아집의 연속임을 한나라당의 친이계가 인정한다는 말인지, 알쏭달쏭한 일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미디어법 수정, 세종시 수정 시도, 4대강 강행은 대통령제 정부구조에서 나오는 문제가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독선적 정책에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그런 현상이 헌법을 고쳐야 시정되는 것이 아님은 역시 3척 동자도 알 것이다. 이렇게 온 국민이 아는 사실을 명색이 여당 대표라는 사람이 모른다면 황당한 일이다.

의원내각제와 달리 대통령제가 갖고 있는 구조적 문제는 이른바 '제왕적 대통령(imperial presidency)' 라고 부르는 현상도 있지만 '분리된 정부(devided government)' 라는 현상도 있다. 미국에서 '제왕적 대통령' 라는 말이 나온 것은 케네디 대통령의 보좌관을 지낸 역사학자 아서 슐레징거가 쓴 책부터인데, 슐레징거는 대외관계에 대한 개입이 대통령의 독단적 판단에 의해 이루어 진 문제를 주로 다루었다.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에서 존슨 대통령의 베트남 전쟁 개입에 이르는 시대는 '대통령도 민주당, 의회 다수당도 민주당' 이었기 때문에 '제왕적 대통령'이 가능했음에 주목해야 한다. 대통령과 의회가 같은 정당에 속해서 대통령 권력이 남용되어서 권력분립에 입각한 입헌주의가 훼손되었던 것이다.

미국헌법 제정 200주년에 되던 1987년에 미국 정치학계와 헌법학회에서 논의가 되었던 주제는 '분리된 정부' 였다. 1969-77년에 이르는 닉슨-포드 행정부, 그리고 1981년 이래의 레이건 행정부 시대에는 대통령은 공화당, 의회 다수당은 민주당이어서 집권 공화당 행정부가 정책을 추진하기가 어려웠고, 의회와 행정부의 대립으로 대통령이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아서 국정이 마비되는 면이 있다는 비판이 일었고, 이런 현상을 타파하기 위해 국회의원의 각료 겸임허용 등 권력분립 원칙을 다소 완화하자는 논의가 있었던 것이다.

'분리된 정부'의 미덕

그러나 그런 논의는 이제 사라져 버렸다. 오히려 대통령과 의회의 다수당이 같은 정당인 경우에 정부가 실패할 가능성이 많음이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레이건 행정부 8년과 조지 H.W. 부시 대통령 4년에 이르는 공화당 12년은 드물게 성공한 시대로 평가되는 데, 당시 의회의 다수당은 민주당이었다. 따라서 레이건과 부시는 민주당과 국정을 긴밀하게 협의해야만 했고, 그래서 큰 실책이 없었다. 레이건 2기 시절에 레이건 대통령은 백악관의 일부 참모가 저지른 이란-콘트라 사건이 드러나서 곤욕을 치렀는데, 이 사건이 백일하에 드러난 것도 의회의 다수당이 민주당이었기에 가능했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1994년 선거 이후 상하원의 다수당이 공화당이 되자 과거와는 다른 '분리된 정부'가 등장했다. 클린턴 대통령의 섹스 스캔들이 탄핵심판으로 발전한 것도 공화당이 의회의 다수석을 차지하고 있었기에 가능했었다. 그러다가 조지 W. 부시가 대통령이 되자 공화당이 의회와 백악관을 동시 장악하게 되어 견제와 균형이 깨져 버렸다. 그 결과로 무모하게 이라크 전쟁을 시작했고, 막대한 재정적자와 금융위기를 초래했으니 '분리된 정부'가 미덕이라는 말이 나올 만도 하다. 현 오바마 정부는 민주당이 또다시 백악관과 의회를 지배해서 민주당의 독선에 의한 실패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으며, 그런 이유에서 금년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선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리의 경우도 미국의 경우와 다르지 않다. 유권자들이 대통령과 국회의원 선거 그리고 지방선거 때 한 정당에 표를 몰아 주어서 문제를 일으킨 것이다. 인천시와 성남시 등이 재정파탄에 이르게 된 이유는 2006년 지방선거 때 수도권 지역에서 유권자들이 한나라당에 몰표를 주었기 때문이다. 현 정부 들어서 한나라당이 미디어법 개정, 세종시 수정 시도, 4대강 사업 강행 등을 추진할 수 있었던 이유도 2008년 총선에서 유권자들이 한나라당을 지나치게 지지했기 때문이다.

6.2 지방선거의 교훈과 2012년

지난번 6.2 지방선거 때 유권자들은 그 점을 반성했다. 인천시는 시장이 바뀌었고, 서울시와 경기도에는 '분리된 정부'가 탄생했다. 이 같은 유권자의 심판이 궁극적인 '견제와 균형'이지, 대통령과 국무총리에게 집행부의 권한을 분산하는 것이 '견제와 균형'이 아니다.

현재 여권 일각에서 나오는 개헌론은 2012년 정권 구도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2012년의 정치 상황을 지금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현 집권세력이 지금과 같은 행태를 계속하는 경우에 2012년 4월에 있을 총선에서 친이 세력이 몰락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박근혜 전 대표가 지금과 같은 독자적 입장을 견지한다면 그해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될 가능성이 많을 것이다. 그러면 우리나라에 노태우 정권 초기에서 보았던 '분리된 정부'가 또 다시 등장하게 된다. '분리된 정부'에선 대통령이 '설득과 대화의 정치'를 해야만 한다. 일방적 국정운영은 생각할 수도 없는 것이고, 대통령은 '통합과 상생의 정치'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로널드 레이건의 '보수정권'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레이건이 나름대로의 신념과 철학을 갖고 있기도 했지만, 그 못지않게 '설득과 대화의 정치'를 했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나라 정치의 수준이 한 단계 올라가기 위해선 '분리된 정부'를 경험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갈등이 얼마간이라도 해소될 수 있지 않나 한다. 친이계는 이 같은 시나리오, 즉 민주당이 지배하는 국회와 박근혜 대통령이란 구도가 자신들에게 종말을 의미함을 잘 알기 때문에 그것을 막아보기 위해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논의를 꺼내는 것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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