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아무리 백과사전을 검색해 봐도 ‘역사 인식’이란 용어로서는 어떠한 설명도 없다. 아마도 ‘역사에 대한 인식’의 줄임말로 보아야 할 것 같다.
우선, ‘역사’란 용어를 알아보자.
역사는 19세기 말 서양의 히스토리(History)라는 용어의 번역어로서 인간이 거쳐 온 모습이나 인간의 행위로 일어난 사실, 또는 그 사실에 대한 기록을 말한다.
전통적인 동양의 역사는 사관이 기록한 기록물로서, 연구자의 자의적 해석을 금기시하고 원전을 충실히 인용함을 중시하였다. 자신의 견해는 사론, 찬(贊), 안(案), 평(評)이라는 제목 하에 역사의 기록과 구분해 붙였다.
그런데 서양의 히스토리는 저자의 주관적인 서술이 중심을 이루는 학문이어서 종래의 사학과는 그 방법이 크게 다르므로 새로운 번역 용어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역사학과 사학은 같은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이상은 ‘두산백과’ 인용)
‘인식’이라는 말은 ‘지식’과 같은 뜻이지만, 지식은 아는 작용보다도 이미 알고 있는 성과를 가리키는 데 반해, 인식은 성과와 함께 아는 작용도 포함한 의미를 갖는다.(중원출판사 ‘철학사전’)
즉, 용어를 정의해보면 ‘역사 인식’이란 ‘역사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다. 아마도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이해가 잘 안 될 테니 다시 한 번 설명하겠다.
전통적인 동양의 역사에서는 역사의 기록과 자신의 견해는 별개라고 언급(서양에서도 두산백과의 설명과는 달리 레오폴트 폰 랑케는 “있었던 그대로의 과거”를 밝혀내는 것이 역사가의 사명이라고 하여 객관적 사실을 강조했다.)했으므로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서양에서도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말로 유명한 E.H.카는 “과거의 사실을 보는 역사가의 관점과 사회 변화에 따라 역사가 달리 쓰일 수 있다”고 말하였다.
즉, ‘역사 인식’이란 시대나 사관에 따라 주관적으로 정의되는 것이지 객관적인 정답이 없다. 지금까지 장황하게 사학개론에나 나올 말을 설명했다.
우리의 역사에 대한민국이 있으며, 대한민국의 한 시기에 박정희 대통령이라는 인물과 그에 의하여 행해진 5.16과 유신 등의 행위가 존재했다는 것은 ‘역사적 사실’이라는 말을 하기 위해서였다.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어떠한 평가를 내리든 우리의 역사에서 19세기말에서부터 시작되어 1910년의 경술국치에서 1945년의 광복까지의 치욕스러운 우리의 역사를 부정할 수 없듯이 박정희의 시대를 부정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진정 박근혜 후보의 역사 인식을 묻고 싶다면 “‘쿠데타’나 ‘독재’가 좋은 것이냐? 나쁜 것이냐?” 라고 물어야 한다. 삼척동자라도 ‘쿠데타’나 ‘독재’가 좋은 것이냐 나쁜 것이냐 물으면 ‘나쁘다’고 대답할 것이다. 아마 박근혜 후보도 그렇게 대답할 것이다.
그런데 박근혜 후보에게 5.16이 ‘혁명’이냐 ‘쿠데타’냐 물으니 장황한 설명이 붙는 것이다. 5.16을 물으면서, 유신 독재를 물으면서 박정희시대의 평가에 대한 대답은 하지 말라는 것이 과연 옳은 질문인가?
현재 박정희 시대의 평가는 어떤가? 박정희 대통령이 우리나라의 산업화와 근대화를 이룬 위대한 대통령이라는 평가와 독재를 하여 민주주의를 말살한 없었어야 할 대통령이라는 극단적인 평가가 양분되어 있다.
그러나 그에 대한 기록은 대부분 보존되어 있다. 현시점에서 어느 누구도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후대의 역사적 평가를 어느 한 방향으로 유도하려고 기록을 폐기하거나 왜곡을 하지는 못한다.
박근혜 후보가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후대에서 좋게 하려고 기록을 왜곡하거나 폐기한 사실이 있는가? 아버지에 대하여 자기의 생각을 말하고 있을 뿐이며, 아버지 시대에 아버지 때문에 피해를 본 분들에게는 아버지를 대신하여 사과도 하고 있다.
안철수 후보가 페이스북에서 “법과 절차를 넘어선 권력의 사유화는 어떤 이유로든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했단다. 안철수 후보에게 묻고 싶다. ‘혁명’은 당시의 법과 절차를 넘어선 것이 아닌가?
“산업화 시대의 어두운 유산들을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로 나아갈 것인지 퇴보할 것인지 기로에 서 있는 지금 과거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면 산업화 시대의 밝은 유산에 대한 성찰도 필요한 것이 아닌가?
“그런 성찰이 화해와 통합의 첫걸음이라고 생각 한다”면, 박정희 시대의 밝은 유산도 말하면서 어두운 유산을 말하는 것이 공정한 평가이지, 어느 한 면 만을 말하는 것이 올바른 ‘역사 인식’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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