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갑자기 기승을 부리는 여야 간 '역사전쟁'을 보면서 문득 빅 브라더(Big Brother)가 사방에서 눈을 번뜩이고 있는 조지오웰의 소설 1984에 나오는 한 귀절 "과거를 지배하는 사람이 미래를 지배한다. 현재를 지배하는 사람이 과거를 지배한다."고 한 알쏭달쏭한 얘기의 참뜻이 이것이었나 하고 생각하게 한다.
그래선지 2005년 5월 31일 당시 대한민국을 지배하던 지금의 야당 민주당이 소위 과거사법 즉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을 만들어 임진왜란 병자호란 같은 먼 과거가 아니라, 가까운 1944년 일제 말기 박정희 만주군 소위의 친일과 5.16에서 유신의 박정희 독재의 허물을 이 잡듯이 뒤져냈다.
그리하여 그들은 인혁당(인민혁명당) 사건도 실체가 없다고 하며 인민혁명당 강령과 규약을 읽고 '조선노동당 남한 내 지하당'에 가입했다고 자백한 살아 있는 증인 박범진 전 의원과 안병직 서울대 명예 교수의 생생한 증언은 깨끗이 묵살하고, 재심이란 것을 통해서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억울한 일'로 만들어 버렸다.
그로 인해서 박범진 씨나 안병직 씨는 살아 있는 유령이 돼 버렸다. 경찰관을 7명이나 불태워 죽인 부산동의대 살인방화 중죄인들도 무더기로 '민주화 인사'라는 월계관을 쓰게 됐다. 어찌 그뿐이랴. KAL858기 폭파범 김현희라는 여인에게는 북한 주장대로 KCIA '자작극의 꼭두각시'란 자백을 강요하기도 했다.
67년 간 김일성일가의 독재를 짐짓 미화 찬양하는 데 급급하던 무리 중 일부가 역사를 떡 주무르듯 하면서 입맛대로 바꿔치기 하던 무시무시한 전력과 비법을 동원하여 18년 박정희 독재의 흔적을 지우는데 만족하기 보다는 그 딸을 공격하여 이미지를 추락시키고 대중으로부터 유리 매장시키려고 혈안이 됐다.
이런 행위는 정의의 실현을 위함도 진리의 재 탐구도 아니다. 오로지 역사를 정쟁의 도구로 악용하는 비열함에 지나지 않는다. 역사평가는 정치꾼들의 몫이 아니다. 역사에 대한 탐구와 분석 그리고 평가는 후세 역사가들의 몫이다. 과거를 지배하여 미래를 지배하겠다는 빅 브라더식 비열한 발상은 안 된다.
나는 당신들에게 묻고 싶다. 까마득한 먼 과거가 아니라 1945년 8월 15일 해방공간에서 당신이나 당신의 부조(父 祖)는 무슨 일을 했는지. 1950년 6.25~1953.7.27 북괴 남침전쟁기간 중엔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총 한방이라도 쏴 봤는지? 인민군을 환영하고 공산당에 부역(附逆)한 사실은 없는 지 당신의 내력이 궁금하다.
당신! 1968년 1.21 사태 당시 어디서 무슨 짓을 하고 있었는지 묻고 싶다. 울진삼척 공비 침투 시, "너는 어디서 무엇을 했는가?" 묻고 싶다. 대부분의 건전한 대한민국 젊음들이 월남에서 열사의 중동에서 피땀 흘려 외화를 캐 낼 때 너희들은 북괴 꾐과 사주에 놀아나 모로토프 칵테일파티만 즐긴 게 아니냐?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지만, 너희가 대한민국 역사의 영원한 승자라는 착각과 오만을 버리지 않는 한, 과거는 너희들의 족쇄가 될 수 있다. 미래 또한 너희의 지배를 기다리지 않는다. 대한민국 건설과 발전을 위해 흙 한 삽, 망치 한번 안 잡아 본 자들이 무슨 염치로 과거사를 가지고 장난질을 하겠다는 것이냐?
고구려 을지문덕 장군은 이 땅을 침략한 오랑캐 장수 우중문에게 '신책은 천문을 꿰뚫었고 神策究天文, 묘산은 지리에 통달했네 妙算窮地理, 싸움에 이겨 공이 이미 높거니 戰勝功旣高 ,족함을 알아 원컨대 그치기 바라노라 知足願云止'라고 했다. 당신들 많이 누렸으니 족한 줄 알았거든 그침이 어떠하랴?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라는 구절이 떠오르는 아침이다. 역사의 칼로 남의 목을 노리면 너희의 목도 역사의 칼 아래 떨어질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프랑스 혁명당시 기요틴을 발명한 자가 자신의 기요틴에 이슬로 사라졌고 전국시대 상앙은 제가 만든 법에 걸려 죽음에 이른 게 역사이다.
역사는 한 정파나 패당이 제멋대로 재단하고 입맛대로 해석하는 게 아니다. 수억 년 전 화석을 탐사하고, 수만 년 전 석기시대 유물을 발굴 하듯, 새로운 사실(史實/事實)을 끊임없이 탐구하여 실체와 진실을 밝히고 새롭게 해석 평가 하는 것이 역사에 대한 올바른 태도이다. 역사를 가지고 장난치는 자는 자멸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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