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후보에게 '역사 인식'을 묻고 싶다면 질문부터 제대로
박근혜 후보에게 '역사 인식'을 묻고 싶다면 질문부터 제대로
  • 최병찬 칼럼니스트
  • 승인 2012.09.17 11: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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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이 원한다면 이번 대선은 '박정희 시대의 평가'로

 
박근혜 후보의 '역사 인식'에 대하여 많은 논란이 있다. '정수장학회가 어떻다.'로부터 시작하여, '5.16이 혁명이냐 쿠테타냐' 하더니 급기야는 '유신'과 '인민혁명당(인혁당) 사건' 까지 나왔다. 논란을 제기하는 쪽의 주장은 올바르지 못한 '역사 인식'을 가진 정치인이 대통령이 되면 국정을 제대로 운영 할 수 없기에 제기하는 것이지 '박정희의 딸'이라서 제기하는 것이 아니란다. 그리고 정치적인 목적은 없단다.

'박정희의 딸' 이라서 제기하는 것이 아니고 정치적인 목적이 없다면 나도 동의한다. 그렇다면 그들이 말하는 역사와 역사 인식이 무엇인지부터 알아보아야 할 것 같다.

역사라는 말은 객관적 사실과 주관적 기술의 두 측면의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정의되고 있는데, 레오폴트 폰 랑케는 "있었던 그대로의 과거를 밝혀내는 것이 역사가의 사명이라"고 하여 객관적 사실을 강조한 반면. E.H.카는 "과거의 사실을 보는 역사가의 관점과 사회 변화에 따라 역사가 달리 쓰일 수 있다"고 하였다.

랑케의 말에 따른다면 "있었던 그대로의 과거를 밝히는 것"이 역사이므로, '역사 인식'이란 용어가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반면에 카의 "과거의 사실을 보는 역사가의 관점과 사회 변화에 따라 역사가 달리 쓰일 수 있다"라는 말에 따른다면 '역사 인식'이 시대나 역사가에 따라 반드시 동일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역사 인식'은 용어자체 만으로서도 철학이나 역사학 정치학의 한 분야를 차지하므로 말미에 두산백과사전의 역사철학의 해석에 나오는 '역사 인식론' 부분만 소개 한다.)

이왕이면 역사에서 한 개인이나 시대의 평가는 어떻게 하는지도 알아보자.

우선은 평가를 할 수 있는 기록이 남는다. 이 기록의 공정성을 위하여 통치자라도 그 기록을 볼 수 없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리고 이 기록을 바탕으로 역사가가 서술을 한다. 역사가는 그가 살던 시대의 상황과 자기의 판단에 따라 어느 사건이나 인물에 대해 평가를 할 것이다.

그런데 박정희 시대는 어떤가? 현재에는 박정희 대통령이 우리나라의 산업화를 이룬 위대한 대통령이라는 평가와 독재를 하여 민주주의를 말살한 없었어야 할 대통령이라는 극단적인 평가가 양분되어 있다. 그러나 그에 대한 기록은 대부분 보존되어 있다. 현시점에서 어느 누구도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후대의 역사적 평가를 어느 한 방향으로 유도하려고 기록을 폐기하거나 왜곡을 하지는 못한다.

박근혜 후보가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후대에서 좋게 하려고 기록을 왜곡하거나 폐기한 사실이 있는가? 아버지에 대하여 자기의 생각을 말하고 있을 뿐이며, 아버지 시대에 아버지 때문에 피해를 본 분들에게는 아버지를 대신하여 사과도 하고 있다.

진정으로 박근혜 후보의 역사인식을 묻고 싶다면 '박정희 시대에 대한 평가'를 물어야 할 것이다. 혁명, 쿠테타, 독재... 등의 개별적 사안은 박정희의 '공과' 중 '과'에 속하는 것이며 평가의 일부분일 뿐이다. 그리고 박 후보의 '역사 인식'은 질문자의 생각과 다를 수도 있으며, 이에 대한 판단은 현재의 국민과 후대의 역사가가 내리는 것이지 야당이 내리는 것이 아니다.

역사는 선조들에 대한 후대의 기록이며 선조들에 대한 후대의 평가이지, 후대의 잣대로 선대의 역사 자체를 뜯어 고칠 수는 없다. 다만 후대의 잣대로 선조들의 역사에서 잘 못된 것이 있다면 그것을 교훈삼아 다시는 되풀이하지 말자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야당이 주장하는 것은 바로 그 후대의 잣대, '역사 인식'이 자기네 들 주장이 옳다는 것이다.

최소한 국민의 절반은 그것에 동의를 하지 않는데도 말이다. 박근혜 후보는 "나도 나의 주장이 옳다고 말하지 않을 테니, 너희들도 너희들의 주장이 옳다고 하지 말고 후대의 판단, '역사의 평가'에 맡기자. 지금 당장 우리들이 할 일이 얼마나 많으냐? 우선은 싸우지 말고 협력하자."고 하는데도 말이다.

그런데 야당이 계속하여 박근혜 후보의 '역사 인식'을 문제 삼는다면 '박정희 시대의 평가'를 이번 대선의 쟁점으로 삼을 수 밖에 없다. 박근혜 후보의 말이 옳으냐 야당의 주장이 옳으냐를 갖고 국민들의 판단을 받아보자. 그리고 판단의 주제는 '혁명이 좋은 것이고 쿠테타는 나쁜 것이다라.'는 식의 지엽적인 문제가 아니고 '박정희 시대'의 전체를 평가 하는 것이다.

*** 역사 인식론(두산백과사전 참조) ***
역사인식론은 일반적으로 ① 현존하는 사실에 입각하여 현재의 역사가가 과거의 사건에 관하여, ② 단순히 존재했던 사실이라고 할 뿐만 아니라, 역사에 기재할 만한 중요성을 선택적으로 인정한 다음, ③ 자유로운 주체로서의 타인의 사상·판단·행동 및 집단의 문화·가치·습관에 관한 것도 포함하여, ④ 시간적인 전후의 사상(事象)간의 연관, 특히 인과연관(因果聯關)을 분명히 하고저, ⑤ 사실을 기재하고 법칙을 포착하며, 원인·목적을 설명한다는 사실의 객관성을 문제로 삼는다.

여기서는 역사인식이 자연인식과 등질적(等質的)인가 아닌가가 항상 문제되며, 그 문제에 대한 해답은 흔히 역사의 존재론을 전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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