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질방, 대한민국 주부들의 아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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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인 스트레스 풀고…행복 보따리 한아름

어제 제가 구독하는 조간신문에 "4,000평 규모의 초호화 찜질방 겸 목욕과 휴식공간 탄생!"이라는 광고지가 함께 따라 들어왔습니다. 그 광고지에 사진으로 소개된 그 찜질방의 내용과 규모는 참으로 대단하였습니다.

그 광고지의 하단에는 '개업기념으로 10월말까지 이 쿠폰을 오려오시면 50%를 할인해 주겠다'는 쿠폰도 함께 붙어 있었지요.

어제 저녁에 지인과 술을 많이 마신 탓에 숙취의 준동으로 인해 오늘은 하루종일 몸의 컨디션이 안 좋았습니다. 그래서 퇴근을 하자마자 어제의 그 광고지를 서둘러 찾아 오려가지고 그 찜질방을 찾아 갔습니다.

4,000평의 규모답게 시설 또한 으리으리하기 짝이 없더군요. 50% 할인된 가격인 3천원을 냈더니 서비스라며 옷도 한 벌을 내 주었습니다. 개업기념이라며 파란색의 옥반지도 하나를 주기에 호주머니에 넣고 입장했지요.

우선 1층의 욕탕으로 들어갔는데 작년에 갔었던 충남 아산의 '아산온천'의 대욕장 시설과 비교해도 결코 손색이 없을 정도로 그렇게 호화찬란했습니다. 이런저런 욕조가 자그마치 6개나 되었고 노천 히노끼탕 역시도 압권이었습니다.

샤워를 마친 후에 몸을 씻고는 찜질방에서 내준 옷으로 갈아입고 이번엔 3층의 한증막으로 올라갔습니다. 그랬더니 그곳엔 '얼음동굴'과 '소금동굴', 그리고 '습식 사우나'와 '참숯 건식 사우나'에 이어 '황토불가마 사우나'와 '원목 산소방'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선 땀을 쭈욱 뺄 요량으로 '황토불가마'로 들어갔지요. 그런데 일단의 아줌마들이 죄 누워 있었습니다. 순간 저는 화들짝 놀라서 주춤거렸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저는 찜질방엔 오늘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가 본 것이었거든요.^

하지만 유심히 살펴보니 저와 같은 남자도 둘이나 있기에 그제서야 부끄럼을 가라앉히고 조용히 앉아서 땀을 흘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처음으로 가본 찜질방에서 저는 다시금 우리나라 아줌마들의 '대단함'을 여실히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 대단함의 첫 번째는 우선 아줌마들의 끝도 없는 수다였습니다. 남편 헐뜯기는 기본이었고 자식자랑에 며느리 흉보기에 이르기까지 그 레퍼토리 또한 실로 다양하더군요. 어떤 아줌마는 한 술 더 떠 "나는 남편과 부부싸움을 하는 날이면 찜질방에서 아예 잠까지 자고 간다"며 너스레를 떠는 아줌마도 계셨습니다.

아줌마들의 대단함의 그 두 번째는 '먹는 것'이었습니다. 찜질방을 많이 다녀본 캐리어가 있어서인지는 몰라도 아무튼 집에서 가져왔음직한 찐고구마에 찐계란, 그리고 찐옥수수와 떡은 물론이요, 사과와 귤까지도 가져와서 푸짐하게 먹는 분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또한 냉동실에서 얼렸을 PET병에 담긴 보리차에 이르기까지 그 먹고 마시는 음식의 종류 또한 많기도 하더라구요. 누군가 "한국사람들은 여럿이서 모이면 우선은 먹고 마시는 것이 주된 임무"라는 말이 불현듯 떠올라서 저는 공연히 미친 놈마냥 그렇게 혼자서 실실 웃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아줌마들의 '대단함'의 백미(?)는 바로 '공짜 기대심리'였습니다. 찜질방을 나와서 1층 로비의 의자에 앉아서 땀을 식히고 있었는데 그 찜질방에 입장하시는 아줌마들의 거개는 찜질방에서 개업기념으로 건네주는 파란색 옥반지 하나에 만족하는 분들은 드믈었습니다.

특히나 연세가 지긋하게 드신 아줌마들일수록 "하나 더 줘~!" "우리 신랑도 하나 갖다주게 다른 손님들 모르게 나만 하나 더 줘!"라며 아예 읍소와 큰소리까지도 뻥뻥 치시는 아줌마들도 부지기수였습니다.

그러한 실로 '대단한' 대한민국의 아줌마들을 보면서 저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항상 가족들의 수발에 지쳐 일상의 매너리즘과 스트레스에 절어 사는 것이 우리 시대의 아줌마들 초상이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그나마 찜질방이라는 공간이 있기에 대한민국의 아줌마들은 모처럼 남을 의식 안 하는 수다보따리도 넉넉하게 풀고 그간에 쌓였던 피로 역시도 풀 수가 있음이라고 말예요.

또한 그렇게 용맹한(!) 아줌마들이 있기에 대한민국의 미래는 밝으며 그러한 아줌마가 관리하는 가정과 가족들 역시도 늘상 건강과 화목을 지닐 수 있음이라고 말입니다. 오늘 제가 처음으로 가 본 찜질방은 피로회복엔 역시나 제일이었습니다. 근데 찜질방도 자주 가다보면 담배처럼 강력한 중독이 된다면서요? 그 말이 맞나요?

찜질방에 자주 다녀보신 분들의 답변을 기다리면서 이만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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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송오 2003-10-30 15:21:40
중독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개운하고 싶을 때 종종 들리게 되지요. ^^ 싫어하는 사람도 간혹 있지만 하여튼 대부분 찜질을 하면 개운하다며 좋아하더군요. 그러니 자주 찾는 것 아닐까요? 대부분 찜질방은 먹을 것을 왠만하면 가지고 들어가지 않았으면 합니다. 지저분해지기도 하고 입주해 있는 식당들이 장사하기 힘들더지니까요. 그래도 찜질하고 사먹는 식혜와 삶은 계란은 일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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