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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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의 <세상사는 이야기>

떠돌이 방랑벽이 심해서 몇 해를 걸러서 잠깐씩 집에 들르는 아들을 둔 노모가 있었다. 오랜만에 아들이 노모가 있는 집으로 돌아오면 다른 식솔들은 모두 방랑벽을 나무라면서 효도하라고 성화를 부렸다.

그러나 노모는 오랜만에 얼굴을 보게 된 아들을 속상하게 하지 말라며 손을 만지고 발을 만져보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밥은 제 때에 먹을 수 있었냐고 물었다.

그러자 방랑벽이 병이었던 아들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노모는 옷섶으로 자식의 눈물을 거두어 주면서 사내가 그런 일로 울 것까지 있느냐며 멀리서 돌아온 아들의 등을 어루만져 주었다. 그 노모는 네가 없는 동안에 보고 싶었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다만 객사만 하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 있기만 빌었다는 말만 했다. 그 말을 듣고 방랑에서 돌아온 자식은 고개를 숙였다. 풀기 없이 축 처진 자식을 어느 에미가 좋아할 것이냐면서 고개를 들라고 했다.

수척해진 아들의 얼굴을 보면서 다시 제 때 밥을 먹을 수 있었느냐고 물었다. 아들은 대답하지 않았다. 노모는 다시 어디 아픈 데는 없느냐고 물었다. 아들이 없다고 말하자 노모는 긴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네가 없어도 너는 항상 내 옆에 있었다. 다만 내 눈 앞에 없는 네 몸만 성키를 바랐다.”

집에 돌아온 아들에기 이렇게 말하는 노모의 마음은 아들 생각이 간절했음을 일러준다.

^^^▲ 72회 생신을 맞으신 어머니
ⓒ 박철^^^

오늘은 우리 어머니의 72번 째 생신이다. 어머니의 마음은 늘 자식생각 뿐이다. 나의 어머니는 4남매를 두셨다. 나에게는 남동생이 둘이고 위로 누나가 하나 있다. 살다보니 다 뿔뿔이 흩어져서 살고 있다.

어머니는 무소식을 희소식으로 받아들이지 않으신다. 자식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늘 꼼꼼히 확인하셔야 직성이 풀리는 모양이다. 어머니의 얼굴을 보면 지금 어떤 기분인지 다 알 수 있다. 환한 얼굴을 하고 계시면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어머니가 기분 좋은 날은 말씀이 많으시다.

옛날 기억을 얼마나 잘 하고 계시는지. 한 번 이야기자락을 붙잡으시면 실타래처럼 한 없이 이야기가 나오신다. 거의 다 들었던 이야기인데 어머니는 처음 하는 것처럼 또 하신다. 어머니의 이야기보따리 속에는 무궁무진한 삶이 애환과 추억이 담겨져 있다.

작은 오두막집에서 사시면서 바깥출입을 못하시니 적적하기가 이루 말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전화를 많이 하신다. 그렇게 해서라도 기분전환을 하시고 마음을 편안하게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요즘 어머니의 얼굴이 어두울 적이 많으시다. 대구에 사는 동생이 섬유 무역업을 했는데 IMF 파동으로 된서리를 맞아 거의 파산 직전 상태에 있다. 어머니의 생각은 온통 대구에 살고 있는 둘째 아들에게 고정되어 있다.

걱정을 해 보아야 아무런 해결책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머니 마음은 그렇지 않다. 지난 추석 때에도 대구에 사는 동생은 오지 않았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형이라고 동생을 도울 길이 없어 답답하고 미안하다.

어제 볼일이 있어 서울에 갔다 오늘 아침 돌아오는 길에 생일 케잌을 샀다. 빵집 아가씨가 ‘생일 맞는 분이 몇 살이에요?’ 하고 묻는다. 나는 얼른 대답을 하지 못했다. ‘72이요’그렇게 대답하고 케잌을 받아들었다. ‘72이라는 세월의 길이에 대하여, 나는 과연 몇 년을 어머니와 함께 했을까?’ 집으로 돌아오면서 내내 그 생각을 했다.

교동 가는 뱃길
물이 빠지자 갯벌 섬이 들어났다
갈매기 몇 마리가
갯벌 위에 앉아 졸고 있다
안개를 헤치며 배가 진행한다
산이 안개구름에 가려
끝만 살짝 보인다
나는 어머니 생각을 하며
뱃머리에 팔짱을 끼고 서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온 저녁에 어머니 집에 모였다. 아이들이 할머니께 선물 한 가지씩을 다 내놓는다. 어머니는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 하신다. 아내가 어머니께 소감이 어떠시냐고 여쭙는다. 그러자 어머니는 한참 가만 계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신다.

“온 집안 식구들이 모두 건강하고 화목하길 바란다. 박목사가 진실한 주의 종이 되길 바란다. 그것이 이 에미 소원이요 기도제목이다. 내 생일을 기억해 주어서 참 고맙다.”

세월은 강물처럼 흐른다. 어머니 연세가 일흔 둘, 머리에 하얀 서리가 내리셨다. 남은 세월을 활짝 웃으며 사셨으면 좋겠다. 적어도 나같이 못난 아들 때문에 어머니 얼굴에 근심의 그림자가 드리우지 않아야 할 텐데 그 생각뿐이다.

^^^▲ 어머니와 세 며느리
ⓒ 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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