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2004 챔피언스리그 예선 1차전 대 모나코(프랑스)에 석패한 후 공개석상에서 밝힌 마테야 케즈만의 거침없는 발언이다.
그리고 바로 어제(21일. 한국시간) 네덜란드 리그 최대 라이벌, 홈팀 페에노르트와의 시즌 첫번째 맞대결에서 아인트 호벤의 케즈만은 혼자서 두 골을 몰아치며(네덜란드 리그 개인 통산 100골 기록) 전반에 부펠이 한 골을 만회하는 데 그친 페에노르트를 3-1로 물리쳤다.
과연 케즈만의 돌출 발언이 악효가 있었던 탓이었을까. 아인트 호벤 팀동료들은 홈팀 페에노르트를 맞아 이전의 다소 느슨하고 나태한 경기운용과는 달리 매우 저돌적이고 부지런한 플레이로 90분내내 상대 페에노르트에 공간(틈)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영표와 박지성은 지난 챔피언스 리그전 쓰라린 패배의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난 듯, 필드 전체를 부지런히 헤집고 다녔고, 우이에르, 부마 등의 최종 수비진 역시 정신 무장이 잘 된 듯, 전 후반 90분동안 별다른 실수없이 소화해 냈다.
그리고 공수의 핵이자, 시발점인 반봄멜과 보겔의 경기 조율도 매우 좋았다. 최전방에서는 롭벤이 송종국등에게 다소 막히는 모습을 보여 주긴 했지만, 지난 챔피언스 리그 1차전 후, 팀동료들에게 일침을 가하며 무리를 빚은(?) 케즈만이 역시나 건재했다.
특히 오랜만에 선발출장한 하셀링크(포스트 플레이가 능한 골게터)는 190대의 육중한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파괴력(힘)으로 상대 반덴베르그, 파우베 중심의 페에노르트 최종 4백 수비진을 완전히 제압했다. 후반에는 이영표의 오버레핑에 이은 땅볼 센터링을 급격한 턴동작에 이은 오른발 터닝슛으로 상대 페에노르트의 추격의 의지를 꺾는 팀의 세 번째 골로 연결시키며, 그간 벤치 신세의 서러움을 토해내는 듯 했다.
양팀의 경기 전체를 보자면, 전반 초반은 치열한 허리다툼에 의한 말 그대로 치고 받는 공방전이었다. 중반 이후 지나서부터야 아인트 호벤이 힘을 내기 시작하며, 보겔-반봄멜-케즈만등으로 이어지는 중앙 루트와 박지성-롭벤-케즈만이 좌우 중앙 위치를 교환하는 변화무쌍한 전술이 빛을 발하며 차차 경기를 리드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페에노르트는 오른쪽 윙백 송종국이 전후반에 걸쳐 자기지역에서 위아래로 활발한 오버래핑에 이은 날카로운 크로스가 간간히 빛을 발했고, 중앙의 오노 신지는 전방의 부펠, 파르도, 쿠이트등에게 스루 패스 및, 2대1 패스를 시도하며 제몫을 다해주었다.
정작 문제는 중앙에서 반봄멜과 케즈만을 중심으로 한 상대 아인트 호벤의 파상 공세를 막아 줄 걸출한 수비형 미드필더가 필요했다. 바로 페에노르트 소속으로서 칠레 출신의 아쿠나의 존재감 말이다. 허나, 이번 라이벌전에서 정작 출전했어야 할 그는 결장했다. 이로 인해 후반 들어서부터는 아인트 호벤에 중원을 제압당하며, 홈에서 시종 몰리는 경기를 해야만 했다.
한 가지 재미있었던 점은 '전천후 플레이어' 송종국이 상대 케즈만과 롭벤, 박지성, 그리고 후반 교체해서 들어 간 롬메달까지 이들의 위치 변화에 따라 이 모두를 상대로 각각 한 두 번씩 대인 마크를 경험해야 했던 점이다. 결과적으로 이들을 상대로 한 1대1 싸움 전적 승률은 매우 높았다. 진정 대인마크의 귀재다운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 주었던 것.
물론 후반 9분경, 롭벤의 저돌적인 드리블을 반칙으로 끊으며, 결국 팀의 두 번째 실점을 허용하는 빌미가 되긴 하였어도 특유의 강철체력을 바탕으로 한 안정적인 플레이는 실점의 실수를 만회하고도 남을 값어치가 있었다.
여기서 한가지 어제(21일) 네덜란드 리그, 페에노르트 대 아인트 호벤의 라이벌전을 통해 우리 K리그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점(베워두어야 할 점)은 양팀 숙명의 라이벌전이 너무나 깨끗했다는 점이다. 여기서 깨끗함이란, 경기중 승패에 집착하면서도 결과에 대해 뒤끝이 없는, 페에노르트와 아인트 호벤, 그리고 무엇보다 경기 결과에 승복할 줄 아는 페에노르트 홈팬들의 강렬한 인상을 말한다.
그럼 어제 경기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페에노르트와 아인트 호벤 양팀 모두 진정 라이벌답게 초반부터 상당히 거칠게 나왔다. 자기진영으로 넘어 온 상대 공격진들을 곱게(?) 놔두는 경우가 절대 없었다.
*<상황> 전반 4분 페에노르트의 데누이어 박지성에 백태클후 경고 받음 / 전반 8분 아인트 호벤의 보겔, 상대 부펠의 뒷 다리를 걷어 차고 엘로우 카드 받음 / 전반 10분 아인트 호벤의 부마, 상대 부펠에 위험한 태클 / 전반 11분 페에노르트의 오노, 상대 영표를 밀어 넘어뜨림 / 전반 21분 페에노르트의 송종국, 상대 롭벤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가격(?) / 전반 30분 아인트 호벤의 케즈만, 송종국에 백태클 등
이처럼 전반에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려는 양팀의 저돌적인 자세와 승부욕은 몸을 사리지 않는 다소 투박하고도 거친 플레이로 이어지며, 경기 자체에 엄청난 '박력'을 가져 왔다. 필자의 눈을 단 한시도 돌릴 틈이 없음을 말해 주듯이. 그리고 스포츠에서의 라이벌전은 다른 그 어떠한 '대전'보다도 흥미진진하다는 것을 느끼면서 말이다.
어제의 라이벌전을 통해 무엇보다 감명 깊었던 것은 경기가 정지된 상황에서 양팀 선수들이 상호 존중하는 진실된 마음씀씀이를 발견했던 부분이다. 위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어제(21일) 페에노르트와 아인트 호벤의 리그 5차전 경기는 날렵한 태클등이 난무하는 등 실로 매우 거칠고 격정적이었다.
허나, 상대가 상대에게 투박한 태클을 일삼으면서도 태클을 가한 선수나 태클에 희생된 선수나 심리적으로 일체 흔들림이 없었다. 즉, 일체의 흔들림이 없다는 것은 오직 경기 자체에만 집중하는 '성숙되고도 세련된 스포츠맨쉽'을 의미한다.
플레이중 일어난 우발적인 상황과 이후 대처함에 있어서 상처를 가한 선수가 상처를 입은 선수에게 '정중히 사과의 악수'를 청함으로서, 당신과 난 '한배를 동료'라는 사실을 거듭 주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다분히 고의적인 파울에 있어서는 서로가 얼굴을 붉히는 감정의 격해짐 정도는 네덜란드 리그나 세계 그 어느 리그에서도 늘상 볼 수 있는 경우이지만, 궁극적으로는 '몸이 생명이자, 재산인 축구선수는 서로가 서로에게 보호해줄, 받아야 할 동료'라는 진정 스포츠맨쉽다운 발상은 변치 않는다.
그런 연유에서 바로 어제(21일) K리그에서 수원 대 울산 경기중 선수와 감독 코치진 그리고 관중들까지 한테 뒤얽혀 대난투를 벌인 추태는 네덜란드 리그와 사뭇 대조되는 실로 '비성숙된 스포츠맨쉽'이 빚어낸 결과라고 할 수 있겠다.
사실 리그수준(예를 들어 관중의 수나 열기등)을 보더라도 80년대 초에 프로축구가 결성된 한국 K리그와 이미 100여년 이상의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네덜란드 리그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양국의 프로축구 연도 차이를 떠나서 스포츠는 어디까지나 즐기는 문화가 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네덜란드 리그는 홈과 어웨이 구분이 명확하다. 그로 인해 원정을 간 선수들은 홈관중들의 실로 광적인 응원에 내심 두려움을 느낄 정도이다. 허나, 그 내면을 들여다 보면, 홈팀에 대한 열렬한 성원과 사랑이 빚어낸 원정팀에 대한 공포 분위기 조성(?)일 뿐이지,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 즉, 이들에게서 스포츠는(축구)는 그저 '축제'라는 성격이 짙은 것이다.
단지 잉글랜드를 중심으로 탄생한 다수가 아닌 소수의 극성 훌리건(축구장의 난동군, 망나니)에 의해서 축구의 왜곡된 응원문화가 유포된 것일 뿐, 대체로 유럽의 전체 리그 관중들은 '훌리건과 같이 야만인'이 아닌 이성적인 판단을 가진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지지하는 홈팀을 적극적으로 응원하되, 결과에 승복할 줄 아는 실로 스포츠맨쉽이 살아 있는 진정한 축구팬이라 할 수 있겠다.
또 하나 짚고 넘어 갈 것이 축구경기중 최고 권한을 가진 자는 바로 심판이라는 점이다. 즉, 어느 한쪽에 쏠리지 않는 중재자로서, 냉철한 상황 판단이 요구되는 게 심판 본연의 임무일 것이다.
물론 명확하고도 단호한, 칼같이 예리한 판결과 판정이 필요하지만, 완전치 않은 게 인간이고 사람인 이상, 간혹, 오심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특히 스포츠계에서 심판의 오심은 한 경기의 승패를 가름짓는 결정적인 단서가 될 수도 있다.
그러하기에 스포츠계의 심판을 포함한 이 사회의 중재자들은 끊임없이 공부를 해야만 한다. 예를 들어 축구의 심판이라면, 축구 룰을 아는 것은 직업으로서 당연한 것이요, 선수들의 플레이 상황을 보다 명확히 보기 위해서 전후반 90분동안 뛸 수 있는 강인한 체력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양면을 동시에 바라 보는 공정하고도 결단력 있는 시각이 요구되기에 마음(정신수양)을 단련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여기서 다시 한 번 강조하건데, 스포츠계의 심판도 인간인 이상, 스포츠 특유의 빠른 경기 진행에 따른 오심이 있을 수도 있다. 만약 스포츠 경기중 오심이 난 경우라면, 오심으로 피해를 본 해당 팀이나 선수는 경기가 끝난 후에 해당 스포츠 중재 위원회를 통해 오심 경기 장면을 캡춰한 자료등을 첨부하여, 제소하면 되는 것이다.
단지 오심(명확치 않은) 벌어진 상황에서 선수든 감독이든 코치던, 관중이던간에 그라운드를 뛰쳐 나가 심판등의 멱살을 잡으며, 주먹으로 얼굴등을 가격하는 행위는 절대 있어서는 안된다. 도대체 이 무슨 추태인가. 특히 리그에서 판정 하나하나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선수들을 집합 시키는 감독의 권위주의적인 발상은 마치 감독 자신이 최종 소비자인 관중들의 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다름 아니다. 축구장의 주인은 바로 관중들 아닌가.
여기서 다시 어제 페에노르트 대 아인트 호벤의 경기 상황을 예로 들어 보면, 후반 9분 10초경, 아인트 호벤 케즈만의 추가골 순간은 분명 업사이드였다. 상대 페에노르트 지역 페널티 에어리어 왼쪽 외곽 측면에 롭벤이 찬 프리킥 상황에서 이미 케즈만은 상대 선수들보다 분명 반발짝 앞서 있었던 것이다.
이에 페에노르트의 반마르 바이크 감독이나 코지진이 웃통을 벗어 젖히고 그라운드내로 들어 와 심판의 멱살을 잡는 상황이나 선수들을 모두 집합시키는 지극히 비이성적인 모습은 눈씻고 찾아 볼 수 없었다.
K리그에서 건너 간 송종국도 실점의 원인 제공에 따른 동료들에 미안한 마음을 뒤로 한 채, 제 위치로 돌아오고 있었을 뿐, 심판에 건의조차 하지 않았다. 심지어 페에노르트 홈팬들조차도 심판의 판정에 이의를 품고 그라운드내로 뛰어드는 꼴불견 이의 모습은 단 한명도 없었다. 아이러니 한 점은 케즈만의 업사이드 장면이 리플레이로 계속 반복 되있었다는 점이다.
심판의 판정이 명백한 오심이라 하더라도 그라운드내로 뛰어 들거나 선수들을 집합시킴으로서 경기 자체를 지체 시키는 행위는 세계 어느나라에서도 찾아 보기힘들다. 오직 우리 K리그를 통해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 이다.
훌리건 같은 세계축구계의 이단자들에 의해 축구경기가 지연되거나 취소되는 일이 있어도 게임을 진행하는 팀의 감독에 의해서 경기가 지연되는 등의 스포츠맨쉽에 어긋나는 지극히 비상식적인 행위가 우리 K리그에서 번번히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 프로축구가 네덜란드 리그를 통해서 무언가 절실히 느껴야 부분이 있다. 그것은 바로 스포츠맨쉽에 어긋나는 행위는 해서도(선수들이) 가르쳐서도(감독이) 조장해서도(관중들에게) 안되는 것이다.
'스포츠는 단지 축제일뿐이다 K리그가 보다 성숙한, 진정 즐기는 스포츠 문화로 정착될 수 있기를 축구 관계자 모두에게 거듭 촉구하는 바이다.
뉴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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