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있는 한가위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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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있는 한가위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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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두고 우리 부부는 여유 있게 갈 것을 예감하며 집을 나섰습니다. 선물 꾸러미와 몇 일간 입을 옷가지들, 그리고 기차안에서 먹을 도시락까지 챙기고 보니 우산을 받춰 들 손이 모자랍니다.

비가 보슬보슬 내리고 있었지만 기분은 아주 좋았습니다. 상쾌하단 말이 적절할 것 같습니다. 지난 여름 방학 중에도 고향에 다녀왔지만 그때와는 기분이 사뭇 다릅니다. 아마 추석명절이 주는 정신적 선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문단속도 잘 하고 짐도 잘 챙겨왔지만 서울역까지 가는 길이 험하기만 합니다. 여유있게 나왔다고 생각했지만 차는 구르질 않고 시간만 흘러갑니다. 서울역에서 같이 가기로 한 처남과 아주머니는 애가 타나 봅니다. 기차 시간 5분을 남겨두고 서울역에 도착했을 때 성질 급한 처남이 화를 낼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한가위의 넉넉함 때문인지 처남은 그저 빨리 가자고 손짓합니다.

서울역은 기차를 타려는 사람들로 북적됩니다. 경부선, 호남선 모두 줄이 길게 늘어져 있습니다. 한 손은 선물보따리를 다른 손은 아이들 손을 잡은 모습들이 많이 보입니다. 물론 우리도 그런 형색입니다.

5호차에 좌석 2장, 10호차에 좌석 1장, 그리고 입석표 한 장을 가지고 있던 우리는 5호차 좌석 두개를 처남과 아주머니께 드리고 10호차 좌석 하나와 입석표를 들고 기차 맨 끝으로 향했습니다.

기차는 서울역을 지나 영등포역에서 정원을 다 채운 듯 서 있을 자리가 부족합니다. 여유있게 가리라던 우리의 예상과 바램은 여지없이 무너집니다. 그래도 기분은 좋습니다. 조금 피곤해 보이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 이런 상황을 잘 극복해 나가리라 다짐해 놓은 듯합니다.

천안에서 10분 정도 연착된 기차는 대전에서 15분, 왜관에서는 20분 가량 연착되었습니다. 기차가 증편된 데다가 사람들도 많이 오르내려서 그런가 봅니다. 마중 약속이 되어 있는 사람들은 조금씩 걱정합니다. 그래도 요즘은 휴대폰이 있어 다들 즉각즉각 상황보고를 합니다.

부산까지 내려가는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힘을 덜 들이기 위해 좌석 팔걸이에 걸터 앉기도 하고 트렁크를 세워두고 앉아 있기도 합니다. 물론 출입구쪽도 신문지를 깔고 앉아 있는 사람들로 꽉 차 있습니다.

맥주며 오징어, 음료수 등을 잔뜩 실은 수레(?)가 지나갈때면 상황은 최악이 되기도 하지만 서로서로 편의를 봐주며 넘어갑니다. 지난 여름 피서기간의 그 복잡함과는 분명 다른 모습입니다.

그치지 않는 아기 울음소리와 다양한 휴대폰 벨소리가 약간 거슬리긴 했지만 4시간 동안의 기차 안 풍경은 현재의 체감경기만큼 그리 삭막치 않은 것 같습니다.

그렇게 저희는 무사히 대구까지 내려왔습니다. 동대구역이 깔끔하게 변한 것을 보고 놀라기도 했지만 여기저기서 들리는 대구 사투리가 정겹기만 합니다. 이제 식구들과 윷놀이도 하고 맛난 음식들을 많이 먹을 일만 남았습니다.

이번 기차 여행에서 한가지 아쉬웠던 점이 있습니다. 버스나 전철에서는 노약자가 타면 의례히 양보를 합니다. 하지만 기차는 좌석표와 입석표의 가격차가 나서 그런지 절대 양보라는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입석표를 산 사람들은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남들보다 한발 늦음으로써 좌석표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입니다.

나이 많으신 분들, 갓난 얘기를 데리고 온 아주머니들은 흔들리는 기차 안에서 네다섯 시간씩 버틴다는 것이 무리일 거란 생각이 듭니다. 조금이라도 더 젊고 힘있는 사람들의 배려, 그리고 용기가 기차 안에서도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이번 한가위가 따뜻한 정과 여유로 넘쳐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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