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사고가 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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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 사고가 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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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새끼 노루 한 마리를 치고 말았습니다.

교동엔 노루가 많습니다

언제부터 교동에 노루가 들어왔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혹자는 "원래부터 노루가 있긴 있었다" 고 말하고, 또 다른 혹자는 " 육이오 지나고 엄청 추울때가 있었어요. 그래서 연백과 교동사이에 있는 바다가 다 얼어버렸거든요, 그때 노루가 얼음타고 내려온거예요" 라고 말합니다.

원래부터 '교동 토착 동물'인지, 아니면 '피난민처럼 월남한 이주 동물'인지 확실치는 않지만 하여튼 교동에는 많은 노루가 살고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우와, 노루가 다 살어?" 하면서 신기해 하면서 입 맛(?)을 다시기도 합니다. 제 자신도 처음 교동에 왔을 때, 노루를 처음 보고는 무척 놀랐습니다.

그런데 농작물에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교동에 살고 있는 분들의 생각은 전혀 다릅니다. 밤마다 산에서 내려온 노루가 밭에 있는 농작물들을 먹고 도망가 버리는 바람에 피해가 극심합니다. 고추, 콩, 고구마의 순과 잎을 따먹고 가버리는데 진짜 화가 나지요. 그래서 논과 밭 주변에는 말뚝을 박고 까만 천으로 울타리를 쳐 놓습니다. 그렇게 하면 노루를 막을 수 있거든요.

제일 좋은 방법은 노루를 잡아버리면 되는데, 이 곳 교동은 사냥금지 구역이라서 어림도 없습니다. 못된 노루를 위해서 사람들이 피해보며 살아야 합니다. 한 두 마리라면 신기한 노루겠지만, 너무 많다보니 없어져야 할 '불한당'이 되버렸습니다.

노루가 교통사고 당하던 날

저녁에 차를 몰고 가다보면 도로를 무단횡단하는 노루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 논에서 저 밭으로 돌아다니면서 농민들의 마음을 짓 밟고다니는 노루를 잡긴 잡아야 합니다. 그런데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도 가끔씩 차에 치어 죽는 놈들도 있습니다.

노루는 불 빛에 약합니다. 길을 건너다가 지나가는 차의 헤드라이트 불빛에 놀라서 꼼짝도 못하고 서 있을 때가 있습니다. 그러다가 차에 받혀서 잡히는 거지요. 그런데 조심은 해야 할 겁니다. 노루를 들이박은 충격으로 내 차가 부서진다는 것쯤은 알고 있어야 합니다. 최소한 앞 범퍼가 부서지거나 헤드라이트 하나는 깨져 버립니다.

제가 노루를 쓰러뜨린 날은 1년 전 이 맘때 쯤입니다. 밤에 산 길을 돌아가고 있는데 갑자기 노루 한 마리가 뛰어 들었습니다.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차는 쭉 미끄러져 갔고, 노루는 눈 앞에서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런데 느낌이 묘했습니다. 아까 차를 세우기 전에 뭔가를 밟은 것 같았습니다. 뼈인지 뭔지를 밟아 으스러뜨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차를 세워 놓고 나와서 주변을 둘러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길 옆에 새끼 노루 한 마리가 쪼그리고 앉아서 저를 쳐다보고 있는 겁니다. 밤에 노루의 눈을 보면 짚은 하늘색으로 보입니다. 좀 섬뜩하지요. 그 새끼 노루가 도망도 안 치고 그냥 있는 것으로 봐서 차에 치인 게 분명했습니다.

어떻게 할까 망설이다가 제일 가까운 곳에 있는 충렬이네 집으로 가서 문을 두드렸습니다. 불 끄고 TV 보다가 급히 나온 충렬이네 할아버지에게 " 노루를 차로 치었는데 어떻하면 좋겠냐"고 물었지요, 그랬더니 "잠깐 계세요" 하더니, 방에 들어가서 옷을 갈아입고 저와 함께 노루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불행한 새끼 노루는 아직도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노루를 보던 충렬네 할아버지는 " 이놈 엉덩이 뼈가 완전히 으스러졌네요" 하면서 노루 뒷다리를 잡고 집으로 가버렸습니다. 그때서야 위기를 느낀 새끼 노루가 슬프게 울어댔습니다. 그러나 운명의 억센 손아귀를 벗어날 수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났습니다. 노루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충렬네 할아버지에게 " 그 노루는 어떻게 하셨어요?"하고 물어 보았더니 "아, 그 노루 새끼요. 머리는 잘라서 땅에 묻어 버렸고요, 고기는 푹 삶아서 개한테 줘버렸어요"하는 겁니다.

역시 노루는 나쁜 녀석들입니다.

죽은 새끼 노루가 안됐기는 했습니다. 그렇지만 불편한 몸을 이끌고 밭에 나가서 고생하며 고추 심고, 고구마 심은 할머니들을 생각하면 무조건 동정하기도 어렵습니다. 요즘도 노루들은 이 논, 저 밭을 돌아다니면서 시골 할머니들의 마음을 헤집고 다닙니다.

이제는 낮에 나타날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저 놈의 노루 새끼들" 하는 욕을 먹으면서도 농작물에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정말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를 녀석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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