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주변지역 개발지원법을 만든다는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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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주변지역 개발지원법을 만든다는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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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로부터 제대로 배워야 한다

 
   
  ^^^▲ 이명박 대통령^^^  
 

국토부가 내년 말까지 4대강 사업의 60%를 완료하고, 또 4대강 등 국가하천 주변지역을 개발하기 위해 의원입법 형태로 지원 법률을 제정하겠다고 어제(30일)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한다. 4대강 주변을 관광 레저 공간으로 개발하겠다는 것인데, 그 개발주체는 수자원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등이 될 것이라고 한다. 또한 이런 개발사업에서 나온 이익으로 하천관리기금을 조성해서 수자원공사의 투자비를 갚아 주겠다고 한다.

상상(想像)은 자유이고, 공상(空想)소설을 쓰는 것도 자유지만,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들어 저절로 웃음이 나올 뿐이다. 역설적으로, 이제라도 "두바이로부터 제대로 배워야 한다"는 말이 나올 판국이다.

‘의원입법’이란 꼼수

정부가 법안제출권을 갖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장관이 의원입법 형태로 법률을 제정하겠다고 나서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이야기이지만 거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의원입법은 공청회 같은 절차를 생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의원입법에는 환경영향평가를 생략하고 각종 법률에 의한 인허가를 의제할 수 있는 독소(毒素) 조항이 잔뜩 들어갈 것이지만, 그럼에도 국토부와 환경부는 "의원입법이라 우리는 모른다"고 오리발을 낼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1995년 가을

의원입법 형태로 ‘4대강 개발지원법’을 제정하겠다고 하니, 지난 1995년 가을에 있었던 일이 엊그제 일처럼 떠오른다. 당시 나는 조선일보 비상임 논설위원이 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였다. 그 즈음 가장 큰 환경 이슈는 강원도 평창의 용평 스키장에 국제대회용 슬로프를 새로 만드는 것을 허용할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김영삼 대통령은 1992년 대선에서 자신이 환경을 지키겠다고 약속했고, 실제로 임기 중 맑은 물 공급을 위해 26조원을 투자했다. 그래서인지 당시 환경부는 사기가 좋았다. 당시 환경부가 가장 부끄러워했던 것은 덕유산 국립공원 내에 스키장과 골프장 허가를 내어주는 데 동의해 주었던 일이었다. 그래서 환경부에는 다시는 그러한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반성과 각오가 팽배해 있었다. 그 즈음 환경부는 전국의 중요한 산에 대해 생태조사를 했고, 그 결과에 따라 발왕산을 생태보호지구로 지정할 생각을 했다. 그런데 동계 아시아 대회를 치르겠다면서 쌍용 그룹이 용평 스키장 바로 앞에 있는 발왕산 정상에 스키 슬로프를 설치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1994년 말, 환경부는 발왕산 정상부 35만 평방미터는 개발을 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스키 슬로프 설치에 대해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거부한 것이다.

그러자 무주와 평창 출신 의원이 주축이 되어 환경영향평가 협의권을 지자체에 부여하는 내용을 담은 ‘동계대회지원법’을 의원입법으로 제정하려 했다. 환경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했고, 환경부도 그 같은 의원입법에 반대한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하지만 의원입법은 공청회도 없이 초(超)스피드로 진행됐다. 그 법안을 다루는 특위에서 어느 의원이 나를 참고인으로 채택해서, 나는 난생 처음 국회에서 증언을 했다. 나는 그런 특별법이 환경영향평가 협의권을 환경부에 부여한 환경정책기본법의 기본 정신과 구조에 위반된다고 진술했다.

국회 특위는 이 법안을 11월 22일에 통과시켰고, 법사위는 이를 11월 29일에 통과시켰다. 한겨레 뿐 아니라 중앙, 동아, 조선도 이를 비판하는 기사를 많이 내보냈다. 조선일보는 11월 29일자로 이에 반대하는 사설을 내보냈고, 12월 14일자에는 제비2호 회사 비행기를 띄워 찍은 발왕산 사진을 한삼희 환경전문기자(지금은 환경전문 논설위원으로 있다)가 쓴 기사와 함께 내보냈다. 스키 슬로프 개발의 문제점을 알리기 위해 비행기를 띄운 조선일보의 그 기사는 단연 화제였다.

그럼에도 국회 본회의는 이 법안을 통과시켰다. 김중위 환경부장관은 "환경부가 존폐위기에 서있다" 면서, "김영삼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로 김 장관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는지는 알 수 없고, 김영삼 대통령은 법안에 서명을 했다. 이렇게 해서 스키 슬로프 공사는 시작됐지만, 발왕산 정상을 깎아 버린 쌍용은 동계대회를 보지도 못하고 그룹 자체가 망했다. (국립공원 속에 스키 리조트를 만든 쌍방울도 마찬가지 신세였다. 나는 그것이 ‘천벌(天罰)’ 이라고 생각한다.)

차라리 아름다웠던 그 시절

그리고 세월이 흘러서 나는 ‘4대강 사업’ 이란 초유(初有)의 괴물(怪物)과 싸우고 있다. 사실 온 나라의 강을 뒤집어 엎는 4대강 사업에 비한다면 스키 슬로프 하나는 별것도 아니다. 그런데, 그런 스키 슬로프 하나를 두고 환경부는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왜 거부했으며, 조선일보는 왜 비행기까지 띄워서 기사를 썼으며, 나는 왜 국회에 가서 진술을 하고 사설까지 썼는지, 지금과 비교하면 씁쓸한 기분만 든다.

세상이 ‘요설(饒舌)과 궤변, 그리고 침묵’에 빠져버린 요즘, 14년 전에 있었던 ‘발왕산 사건’은 ‘한 폭의 수채화’ 같은 추억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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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 2009-12-31 22:09:14
석유부자 두바이는 석유 매장량이 고갈될 것을 미리 대비해서 지금 남아도는 돈으로 사막위에 7성호텔 등을 짓고 인공섬을 만들어 부호들의 휴양지 관광천국의 꿈을 실현하자는 목표를 가진 발상의 전환인데

새만금에 두바이를 건설해 주겠다는 자는 무슨 헛소리고, 세종시 예산을 전환해서 4대강-대운하로 통통배를 띠우고 러브호텔을 짓자는 말인가? 관광협회장이 대운하를 만들면 (소운하밖에 없는 대국 중국인 천명이 놀러온다고 아멘을 했대나?

그들이 (사막의)"오아시스"라는 이름으로 아이디어를 모집한 것을/ 하이서울 오세훈시장이 보고 와서 그대로 벤치마킹(?) "상상 오/아/시/스"라고 했으니 우리 땅에도 오아시스가 소원?
2MB는 왜 자꾸 "(국민이 반대하면) 대운하는 안한다."-"내 임기 안엔 안한다"고 말해서 "거봐 소운하는 안한대잖아?"라는 식으로 꼼수를 써보는 것도 아이디어인가? "치산치수"의 기틀이라도 다져놓은 황제로 사극에 나오기를 바라는 건가? 믿습니까? -그야 미전향 장기수도 (지조가 굳은) 확신범이지.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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