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온실가스 배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에도 미치지 않지만 해수면 상승과 태풍, 가뭄 등 기후위기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군소도서개도국(SIDS)이 인천에 모여 인공지능을 활용한 에너지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기후재난으로 전력망이 흔들릴 경우 국가 기능과 주민 생활 전체가 영향을 받는 섬 국가의 특성을 고려해 AI와 기후기술을 실제 에너지 시스템에 적용하는 방안을 찾는 자리다.
인천시는 오는 14일부터 15일까지 송도컨벤시아에서 ‘군소도서개도국 기후기술 협력 및 인공지능(AI) 활용 포럼’이 개최된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유엔기후변화협약 기술 메커니즘의 이행기구인 기후기술센터·네트워크(CTCN)와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가 주축이 돼 추진하며, 구글 딥마인드도 협력한다. 각국의 기후기술 국가지정기구(NDE)와 기술 전문가, 국제기구 관계자 등이 참여해 기후기술 이전과 에너지 분야 AI 활용방안을 논의한다.
CTCN이 공개한 공식 일정에 따르면 올해 SIDS 공동 프로그램은 14일부터 18일까지 인천과 부산에서 이어진다. NDE 포럼과 에너지 분야 AI 역량강화, 자발적 기술 소개 프로그램 등을 결합해 기술과 정책, 투자·협력 가능성을 함께 다루는 방식이다. 인천에서 열리는 일정은 이 공동 프로그램의 주요 과정에 해당한다.
군소도서개도국은 기후변화 대응에서 국제사회의 지원 필요성이 특히 큰 국가군으로 꼽힌다. 유엔은 현재 39개 국가를 SIDS로 분류하고 있으며 전체 인구는 약 6천500만 명으로 세계 인구의 1%에 못 미친다. 반면 지리적 고립과 좁은 국토, 높은 수입 의존도 때문에 기후재난과 국제가격 변동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 책임과 기후피해 사이의 불균형도 크다. 유엔에 따르면 SIDS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 미만이지만 해수면 상승과 강력해지는 폭풍 등 기후변화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다.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항만과 발전시설, 도로 같은 기반시설이 손상되면 복구비용이 국가 재정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IPCC 역시 작은 섬 지역에서 해수면 상승과 열대성 저기압, 폭풍해일, 가뭄, 강수 패턴 변화가 이미 자연환경과 주민 생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평가한다. 특히 인구와 주요 기반시설 상당수가 해안 저지대에 집중돼 있어 앞으로 해안침수와 침식 위험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해수면 상승에 따른 위험도 구체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IPCC가 인용한 연구에서는 지구 평균기온 상승이 1.5도로 안정화되더라도 2100년 무렵 SIDS에서 약 40만 명이 영구 침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2도 상승 시에는 약 42만 명, 2.5도에서는 약 43만 명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번 포럼에서 에너지 분야의 AI 활용을 주요 의제로 다루는 것도 이 같은 취약성과 관련돼 있다. 섬 국가는 육지 국가처럼 주변 지역에서 전력을 쉽게 공급받기 어렵고 전력망 규모도 상대적으로 작아 태풍이나 폭우로 발전·송배전 시설에 문제가 생기면 공급 불안이 커질 수 있다.
참가자들은 AI를 활용해 전력 수요와 기상조건을 예측하고 재생에너지 발전량 변화에 대응하는 등 에너지 시스템을 보다 유연하게 운영할 가능성을 살펴본다. 다만 AI 도입 자체가 해결책이 되는 것은 아니며 데이터 확보와 통신망, 전문인력, 비용 등 국가별 여건을 고려한 기술 적용이 필요하다는 점도 함께 논의될 전망이다.
CTCN은 지난해 호주 브리즈번에서 처음으로 SIDS NDE 글로벌 포럼을 개최했다. 당시 태평양과 카리브해, 아프리카·아시아 지역의 섬 국가 관계자들이 기후기술 도입 경험과 재원 확보, 기술 확산 방안을 논의했다. 올해 행사는 이를 바탕으로 실제 AI와 에너지 기술 활용을 보다 구체적으로 다루는 후속 프로그램이다.
기술 공급자와 개발도상국을 직접 연결하는 CTCN의 자발적 기술 소개 프로그램도 이어진다. CTCN은 2024년 송도에서 열린 관련 행사에서 우간다와 탄자니아, 코트디부아르, 동티모르, 캄보디아, 몰디브 등 6개국 NDE와 국내외 기술기업을 연결했으며 300개 이상의 기후·환경 기술이 소개됐다. 당시까지 75개 이상의 NDE가 기술 파트너십 발굴 과정에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행사는 인천이 국제기후 관련 기관과 행사를 지속적으로 유치해 온 송도의 국제회의 기반을 활용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인천시는 송도컨벤시아를 중심으로 형성된 국제회의 인프라를 활용해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 기술기업 간 논의가 실제 협력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이남주 인천시 기후에너지국장은 이번 포럼을 통해 국제사회와 기후기술 협력과 AI 기반 에너지 전환 가능성을 논의하고, 인천도 글로벌 AI 협력도시로 역할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세계 인구의 1%에도 미치지 않는 군소도서개도국이 기후위기의 영향을 불균형하게 받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협력의 성과는 회의 개최 자체보다 실제 기술 이전과 재원 확보, 현지 적용 여부로 평가될 필요가 있다. 인천에서 논의되는 AI 기반 에너지 기술이 기후재난에 취약한 섬 국가의 전력망 안정과 주민 생활 보호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이번 포럼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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